4차 산업혁명 속에 지워진 오픈소스 라는 혁신의 습지

Sungkyu Lee
Mediagotosa
3 min readSep 19, 2018

--

오픈소스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그에 합당한 주목을 못받고 있다.

정부의 혁신정책에서 사용자는 늘상 배제된다. 사용자가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기술력을 갖춘 거대 기업, 혹은 산업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게이트키퍼들에게만 정부의 자원이 분배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도 대부분 기업들의 몫이다. 진흥의 대상을 시장과 기업에 한정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주도하는 혁신의 활력은 점차 감쇄하고 있다.

사용자의 혁신 역량은 주로 시장 밖에서 발휘된다. 그래서 성장률 따위의 경제지표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주요 경제지표로 반영되지 않으니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으로 인해 혁신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용자의 존재감은 늘 흐릿해 보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픈소스다. 오픈소스는 공유재다. 협력적 관계의 성과물이다. 위계 없는 네트워크가 빚어낸 창발의 응축체다. 누구나 창작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만 누구나가 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내가 기여했지만 내 것은 아닌 셈이다.

사용자가 협력해 만들어낸 오픈소스는 ‘혁신의 습지’이기도 하다. 자연 습지는 역할이 잘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환경 가운데 하나다. 다양성과 생태 건강성을 유지하는 건 덤이다. 디지털 습지로서 오픈소스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생산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생태계에선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타적 협력으로 조성된 공유재로서 산업 전반의 건강성과 생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텐서플로라는 인공지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있다. 구글이 2015년 공개했고, 지금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 프레임워크로 자리를 잡았다. 텐서플로도 혁신 습지의 한 사례다. 텐서플로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진입장벽과 비용을 크게 낮췄다. 수많은 변형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 탄생의 산파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버, 트위터, 샤오미 등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텐서플로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5년에 이르러 텐서플로는 수천 명의 기여자들 손과 땀을 거치면서 이젠 구글이 아닌 모두의 자산이 됐다. 강조하지만 텐서플로는 더 이상 구글의 자산이 아니다. 사용자 커뮤니티의 자산이며 공동체의 보물이다. 하지만 자발적 사용자의 헌신적 기여는 경제지표나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돈이 거래되는 상업적 상품도 아니어서다.

이처럼 오픈소스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그에 합당한 주목을 못받고 있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다양한 오픈소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공동으로 개발한 이타적 사용자들은 정부 정책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특허권 강화를 들먹이며 디지털 공유지를 위협한다. 글로벌 컨센서스를 역행하며 사용자들의 혁신할 권리마저 앗아갈 기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부발 표어 속에 오픈소스라는 혁신의 습지는 거의 지워져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수의 기술적 실험들이 누구나 기여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자원으로부터 파생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혁신의 경로를 포용하지 않는 이상, 혁신성장을 문화로서 안착시키기란 요원할 것이다.

--

--

Sungkyu Lee
Mediagotosa

MediaLab Director@Mediati /ex-ohmynews journalist, Daum 'bloggernews' editor, 'Tatter&Media' Chief Editor, Maeil Business newspaper researcher, CEO at Muz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