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스타트업 제품들 1

요즘 어딜가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미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많고, 스타트업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나도 평소에 희뜩한 스타트업 제품이 있으면 페이스북을 통해서 소개를 자주 하는 편인데, 최근 사용했던 국내외 스타트업 제품/서비스 중 인상깊었고 분명히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던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해당 기업들에서 제품 협찬받은 내역은 전혀 없으며, 제가 스스로 이용해보고 추천하고 싶어서 포스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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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퍼센트

8퍼센트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대출자는 투자자들에게 매달 원금+이자를 상환하는 ‘P2P 대출’ 서비스다. 기존의 금융권 체제에서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담보가 있는 경우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나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 외에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여유 자금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원금 보장은 되지만 이자는 거의 없는 은행 적금 아니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나 반대로 원금을 까먹는 경우도 많은 주식/펀드 외에는 다른 옵션이 거의 없었다.

8퍼센트는 양쪽을 모두 겨냥한 서비스인데, 먼저 대출 신청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직업, 월 전체 소득 및 가처분 소득, 기존 대출 내역 등)를 통해 risk 등급과 대출 이자를 정한다. (아래 이미지 참조: 7~12% 사이가 가장 많음) 그리고 각 대출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웹에 올리면, 투자자들이 각 대출건을 보고 소액(5만원~5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해서 대출 신청 금액이 100% 모이면, 대출 신청자는 매달 원금+이자를 상환하며, 투자자는 원금+이자를 역시 매달 받게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때 ‘은행에서 대출을 못받는 저신용자들에게 내 돈을 빌려준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8퍼센트는 전문적인 자체 심사 시스템을 통해 연체/부도 위험이 높은 대출 신청자는 아예 대출을 거절하며 그 결과 현재까지 연체율 및 부도율 0%를 기록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평균 약 연 9%대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요즘 은행은 저금리이고 주식 시장도 불안하기 때문에 여유 자금을 쥔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어, 매주 3회 신규 채권이 오픈되는데 수익률이 높은 채권들은 오픈한지 1~2분 내에 마감되는 경우도 많을 정도다.

주 경쟁 상품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대체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으나,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고 주식 시장이 침체기인 경우 팔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8퍼센트의 경우 투자한 원금+이자를 매달 상환받을 수 있으며, 만약에 100개의 채권에 투자해서 1개가 부도나더라도 나머지 채권들에서 8%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준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된다.

2. 밀스

어렸을때 SF영화에서 우주인들은 밥 대신 알약 한 알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섭취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런 시대를 만들고자 하는 ‘인테이크’라는 기업에서 내놓은 ‘밀스’라는 식사대용 음료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보고 시제품을 신청했다. 아래 오른쪽은 밀스 제품 사진이고(파우치형/보틀형), 왼쪽은 전용 쉐이커에 파우치형을 넣고 우유와 섞은 사진이다.

밀스는 완전 액체는 아니다. 미숫가루처럼 약간 씹어 먹어야 하는 형태인데, 미숫가루에 땅콩/호두를 첨가한듯한 맛으로, 상당히 맛있다. 내가 생각하는 밀스의 장점들은 아래와 같다

1) 편하다: 우유 또는 물과 파우치 내용물을 쉐이커에 넣고 섞기만 하면 된다. 회사에서 아침/점심에 일하면서 먹거나,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거나, 주말에 혼자 간단히 한 끼를 때워야 할 때 최고다.

2) 영양 섭취에 좋다: 하루 권장 영양소 기준치의 상당 부분을 밀스 한 팩으로 섭취할수 있다(탄수화물 17%, 단백질 42%, 지방 18% 등). 기존에 한 끼를 간단히 때울 때 이용하던 샌드위치, 김밥, 라면 등에 비해서는 당연히 균형잡힌 영양 측면에서 우월하다.

3) 4~5시간 정도 포만감이 지속된다

4) 싸다 : 대량 구매를 하면 파우치의 경우 1개당 약 2,200원 정도다.

처음엔 보틀형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으로 잘 안 섞여서 밑에 침전물이 남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파우치형을 추천하며, 자주 드실 분이라면 전용 쉐이커 구매를 강추드린다. 요즘 주 2~3개 정도 밀스를 먹는데, 특히 저녁에 수영을 한 뒤 밀스에 단백질 보충제도 약간 추가해서 저녁 식사 대용으로 먹으면 정말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

3. 페블

스마트 워치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지만 여전히 얼리어댑터들의 전유물인 것같다. 아직 대다수 사람들이 스마트 워치의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시계는 액세서리인데 전자제품 회사에서 만든 스마트 워치들은 여전히 예쁜 액세서리보단 너무 크고 두꺼운 ‘덕후’스러운 기계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 이유로 스마트 워치 구매를 미루고 있었는데, 작년 가을에 스마트워치 전문 미국 스타트업 페블에서 ‘페블 타임 라운드(이하 ‘페블’이라 호칭함)’라는, 정말 예쁜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다. 일반 남성용 시계들보다 더 작고 두께도 얇으며, 디자인때문에 배터리를 많이 희생하긴 했으나 여전히 15분만 충전하면 2일동안 사용 가능하기에(저전력 전자잉크라 가능), 구매하여 2개월 정도 사용 중이다.

2개월간 사용해본 결과, 50%의 만족이다. 페블을 구매한 이유가 ‘캘린더 알림을 바로 확인하고, 반면 바로 확인/답변할 필요가 없는 카톡/문자/페북 알림들은 굳이 폰을 꺼내지 않고 페블에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중 캘린더 알림 확인 기능은 정말 유용하다. 미팅을 하다보면 다음 미팅이 있는걸 잊어버리고 늦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페블에서 다음 일정을 계속 알려주니 그런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미팅 중 휴대폰을 꺼내놓고 문자/카톡 등이 올 때마다 확인하는 건 상당히 무례한 미팅 매너라고 생각하는데, 페블과 아이폰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거리의 회의실에는 아예 휴대폰을 자리에 두고 페블만 차고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 페블이 워낙 스마트 워치처럼 보이지 않다보니, 처음 만난 분의 경우 내가 알림 확인을 위해 몇 번 페블을 봤더니 ‘혹시 어디 가셔야 하나요? 자꾸 시계를 보시네요’라고 질문을 하신 적도 있다. 결국 스마트 워치든 스마트폰이든, 미팅 중에는 보지 않는게 답인 것같다.

단 카톡/문자/페북 알림 등의 경우 페블에서 미리 볼 수 있는건 정말 좋은데, 문제는 페블에서 확인 후 해제(dismiss)를 누르더라도 내 아이폰에는 여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이건 아이폰의 폐쇄적 생태계 때문인걸로 알고있으며 안드로이드에선 확인 상태로 변경, 간단한 문자 답장이나 이메일 삭제 등도 가능). 이건 아이폰의 빨간 알림 버튼을 신경 안 쓰는 분들께는 큰 이슈가 안 될 것이나, 나는 빨간 알림 버튼이 떠있으면 꼭 확인해서 그 버튼을 없애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결국 페블에서 1차 확인 후 아이폰에서 2차 확인을 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생겼다.

결론은 시계를 새로 사실 분이나, 외근/미팅이 많은 분들, 스마트 워치를 사고싶었지만 기존 제품들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들께 추천드린다.

4. 스트라입스

스트라입스는 스타트업이라기엔 이미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제품이 된 것같지만, 그래도 내가 최근에야 이용해봐서 포함시켰다 :) 스트라입스라는 회사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서는 ‘IT 패션왕은 어떻게 2년 만에 매출을 25배로 끌어올렸나?’라는 인터뷰 기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고, 나의 서비스/제품 이용 후기 위주로 말씀드리겠다.

스트라입스라는 서비스는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전에 이태원 해밀턴 셔츠에서 여러번 맞춰본 경험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때마침 흰색 기본 셔츠가 하나 필요해져서 스트라입스 방문 신청을 했고, 회사 휴게실로 모델처럼 차려입은 남성 스타일리스트 분이 방문을 해주셨다. 그래서 사이즈 측정 → 원단 책을 보며 원단 선택 → 셔츠 디테일 사항 선택 → 주문 등을 하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스트라입스 방문 서비스에 대해선 이 사이트에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그리고 2주 정도 후 집으로 이렇게 깔끔한 셔츠 박스가 배달왔다. 박스를 열어보니 내가 주문한 그대로 잘 제작된 셔츠가 들어있었고, 몸에도 딱 맞았으며 퀄리티도 만족스러워서 향후에도 셔츠가 필요하면 스트라입스에서 재구매를 하게 될 것같다.

기존에 존재하던 해밀턴이나 다른 오프라인 맞춤 셔츠점들과 비교했을 때 스트라입스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일리스트가 방문해서 사이즈를 측정해준다는 점이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절대 다수 남자들은 옷사러 가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들은 온라인으로 옷을 사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으며, 특히 셔츠는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가 한 번 사이즈를 측정해주고, 어울리는 셔츠 디테일(카라, 소매 등)을 추천해주면, 첫 셔츠를 구매, 착용해본 뒤 그 다음부터는 이미 입력된 사이즈와 디테일을 놔두고 원단만 바꿔서 계속 재구매를 쉽게 하게 될 것 같다. 비즈니스/캐주얼 셔츠가 필요한 모든 남성분들께 추천한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트업 제품’ 2편, 3편도 향후 뛰어난 스타트업 제품/서비스를 발견하게 되면 올릴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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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Medium Korea Marketer group

Vice President@LG Display I Ex-Amazon, Google, Riot Games I Marketing, Tech, 글쓰기, 기업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맨 I https://www.linkedin.com/in/justinmk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