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퍼스널 쇼퍼가 된다면?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으며, 특히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언제쯤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있다.

하지만 AI가 가장 먼저 도입될 분야 중 하나는, 의외로 우리가 매일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 앱(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다. 특히 AI와 메신저 앱이 결합된 ‘대화형 커머스’는 올해 디지털 마케터들이 주목해야할 중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이의 현황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예상 행보를 정리해봤다.

1. 대화형 커머스의 현황

‘대화형 커머스’는 아직 Wikipedia에 등록된 내용이 없을 정도로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기초적인 대화형 커머스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지하철 안 병원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카오톡 상담’이다. 물론 이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한 상담/예약만이 이루어질 뿐 실질적인 온라인 구매는 이루어지지 않기에 진정한 대화형 커머스로 보긴 어렵다.^^

사실 대화형 커머스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WeChat앱은 약 6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있으며, 그들은 송금, 택시 부르기, 데이트 상대 찾기 등 매우 다양한 서비스들을 위챗 내에서 모두 해결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위챗 내에 쇼핑몰들이 채널을 개설할 수 있게 했고 거대 온라인 쇼핑몰인 JD.com과 파트너십을 맺어, 제조사들이 위챗 내에서도 쉽게 제품을 팔 수 있게 되었다. JD.com의 경우 전체 유저의 70% 정도가 위챗을 통해 추천 상품을 찾아본다고 한다.(Source) 중국 전문가 지인에 따르면, 중국 쇼핑몰에서는 메신저 앱 내 채팅을 통한 고객 문의 답변 및 상품 추천 등도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페이스북 메신저의 대화형 커머스 사례이다. 작년 12월, 페이스북은 우버와의 제휴를 통해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바로 우버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다(Source). 이 기능이 메신저 대화 중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래 비디오를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위의 두 예시는 대화형 커머스의 초기 단계일 뿐이며, 특히 2016년은 소비자들이 입력한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답변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이하 ‘봇’이라함)들이 메신저 앱 내에 투입, 본격적인 대화형 커머스가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지금 ‘봇’이 도입되는걸까? 페이스북 VP였던 Sam Lessin이 만든, 아래의 시대별 플랫폼 이용 행태 변화 및 2016년에 ‘메신저 봇’의 시대가 도래하는 이유를 보자.

(source)

“소비자들과 개발자들은 앱에 피로감을 느낀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앱을 깔아 사용하길 원하지않으며, 그로 인해 개발자들의 앱 다운로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있다. 만약 여러분이 도미노피자, 유나이티드 항공 등과 메신저 앱을 통해서 쉽고 빠르게 대화하고 주문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들의 무거운 모바일앱을 다시 쓰겠는가? (중략)

특히 봇들은 소비자들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기존 앱들보다 훨씬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앱 개발 회사 입장에서도 설치형 앱은 빠른 업데이트가 어렵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데, 봇은 개발 회사의 엄청난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결국 대화형 커머스의 성공 여부는 아래의 3가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1) 인공지능 기술력: 소비자가 뭘 원하는 지 대화를 통해 정확히 이해하고 딱 맞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봇을 개발

2) 충분한 유저 수: 온라인 쇼핑몰들이 해당 메신저에 입점하거나 자사계정을 연계했을때, 이익을 낼 수 있는 충분한 메신저 유저수가 확보

3) 기존 플랫폼 데이터 연계: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은 기존 자사 플랫폼 내에 소비자들의 구매 관련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있는데, 이 데이터를 대화형 커머스에 잘 연계하여,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제품을 제안

2. 구글/페이스북의 예상 행보

자, 그렇다면 구글/페이스북은 어떤 대화형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까? 기존에 공개된 fact + 나의 추측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소설을 써봤다.

1) 구글

구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공지능 기술을 갖고 있음을 이번 알파고 대국을 통해 입증했다. 그리고 전세계 소비자들의 검색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치명적 약점은, 메신저 / 소셜 서비스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구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지난 2월 전세계 통신사들과 연합하여 모든 안드로이드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문자 플랫폼 (RCS: Rich Communications Services)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메신저 서비스들의 가장 불편한 점은 각 플랫폼간의 단절이다. 나도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를 모두 사용하는데, 사람마다 선호하는 메신저가 다르다보니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어디로 보내는게 좋을지 고민하게 되며, 이메일처럼 각 메신저에서 받은 메시지들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구글의 RCS가 기존 메신저 서비스들보다 강력한 기능, 감성적 요소들(이모티콘 등), 완벽 보안 등을 갖추고 출시된다면, 안드로이드 선탑재의 강점을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제공할 대화형 커머스는 아래의 가상 상황처럼 진행되지 않을까?

“오케이 구글, 키 XXX, 몸무게 YY인 30대 남자에게 어울리는 청바지를 추천해줘” (구글은 30대 남성들이 유사 키워드로 검색 후 가장 많이 클릭한 쇼핑몰들과, 내 과거 검색 기록 및 gmail 내 영수증에서 구매 이력 등을 참고함)

“네 고객님, 디젤의 AAA / 허드슨의 BBB / 누디진의 CCC를 추천드립니다(이미지와 가격이 뜸)”

“허드슨 BBB 동영상 리뷰 보여줘 (유튜브 영상 시청 뒤). 괜찮은데, 두께가 어때? 여름에 입기에 괜찮을까?”

“네 고객님, 다른 고객의 리뷰에 따르면 봄/여름용이라고 합니다”

“오케이 이걸로 결제하고 집으로 배송”

“네 고객님, 쇼핑몰 OOO에서 OO페이로 결제합니다(카메라로 안면 인식). 예상 배송일은 이틀 후입니다”

만약 이렇게 진행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편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런 대화형 커머스가 대세가 된다면, 현재 구글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 광고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광고주가 돈을 낸 제품만 추천하는 것은 구글의 철학과 맞지 않으니, RCS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거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정말 좋아할 제품을 적절한 타이밍에 push형태로 제안하는 새로운 광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매출 다각화에 대한 고민을 이미 누군가 하고 있을 것같다.

2)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자체 메신저와 인수한 WhatsApp에 이미 수억명의 유저를 갖고 있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다만 페이스북도 AI 기술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아직 외부에 공개된 성과 자체는 많지 않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현재 상황을 토대로 예상 대화형 커머스 시나리오를 써보았다.

“안녕 페이스북, 키 XXX, 몸무게 YY인 30대 남자에게 어울리는 청바지를 추천해줘” (페이스북은 30대 남성들이 페북과 인스타그램에서 like를 많이 누른 청바지 사진들 및 나와 내 친구들이 like한 브랜드 페이지 등을 참고함)

“네 고객님, 디젤의 AAA / 허드슨의 BBB / 누디진의 CCC를 추천드립니다(이미지와 가격이 뜸)”

“허드슨 BBB 동영상 리뷰 보여줘.(인스타그램 영상 시청 뒤). 괜찮은데, 두께가 어때? 여름에 입기에 괜찮을까?”

“네 고객님, 다른 고객의 페북 댓글에 따르면 봄/여름용이라고 합니다”

“오케이 이걸로 결제하고 집으로 배송”

“네 고객님, 페이스북 ID 연동 계좌에서 OO쇼핑몰 결제합니다(카메라로 안면 인식). 예상 배송일은 이틀 후입니다”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 자체는 구글과 큰 차이는 없으나, 봇이 참고하는 데이터는 구글과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각 브랜드 페이지의 제품 사진들이 like를 많이 받아야 추천 알고리즘에 유리하다며 광고비를 많이 써야한다고 하지 않을까?

위의 시나리오들이 언제쯤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화형 커머스가 도입되어 온라인 쇼핑몰 광고주들이 대거 이동하더라도, 유튜브/페이스북의 비디오 광고와 같은 Push형 브랜딩 광고는 광고주들의 needs가 있는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참고 Article>

https://medium.com/@keywonc/2016%EB%85%84%EC%9D%98-%ED%82%A4%EC%9B%8C%EB%93%9C%EB%8A%94-%EB%8C%80%ED%99%94%ED%98%95-%EC%BB%A4%EB%A8%B8%EC%8A%A4-79f9f493ff11#.jmv38vw8z

http://www.wsj.com/articles/the-future-of-texting-e-commerce-1451951064

http://techcrunch.com/2015/11/26/the-many-ways-of-wechat-how-messaging-is-eating-the-world/

https://www.theinformation.com/on-bots-conversational-apps-and-fin?unlock=2165fd&token=1fd289e24467fb38684e2c04d872fc074e2472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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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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