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주는 회사 VS 명예퇴직시키는 회사

나는 얼마 전에 둘째 아이를 얻었는데, 지금 몸담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자녀 출산 시에 아버지에게도 3주간의 유급 출산 휴가를 제공해서 집에서 갓난아기와 방학을 맞은 첫째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고, 대다수 한국 직장인들에게 육아를 위해 시간을 낸다는 건 사치인 것같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도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말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왜 긴 출산 휴가를 주는지, 왜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최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딸을 얻은 뒤 2달간의 출산 휴가를 사용한다고 공개, 큰 화제가 되었다. 사실 미국의 IT기업들은 앞다투어 육아휴직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직원들에게 아기를 출산하거나 입양할 경우 최대 1년의 유급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고, MS도 성별에 관계없이 12주의 유급 육아휴직 혜택을 주며, 어도비시스템스와 아마존닷컴은 여성의 경우 20주, 남성의 경우 6주의 육아휴직을 제공한다(출처: 머니위크). 이 기사엔 없으나 구글도 남성 직원들에게 6주 정도의 육아 휴직을 제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유급 출산 휴가가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되지 않는 나라이므로, 이러한 제도들은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Source: Facebook)

왜 출산 휴가, 특히 남성들의 출산 휴가가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가?

1) 아이와의 애착 강화: 신생아 때 아이가 부모와 어떻게 애착을 형성하느냐가 아이의 사회성은 물론 지능 및 행동 발달 모든 부분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와는 다른 형태로 아이와 애착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2) 가족들의 행복: 신생아를 돌보는건 정신적/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상당수 가정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비싼 돈을 내고 도우미를 쓴다. 하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도우미에게 의지하는 것보다는 아빠가 직접 육아에 참여하면 가족들이 만족하고 행복해지는건 당연한 일이며, 도우미 비용이 절약되어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3) 회사 충성도 & 평판 상승: 회사에서 직원들의 가족을 배려하여 출산 휴가를 준다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당연히 높아지지 않겠는가? ‘좋은 회사 다닌다’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과 함께 회사의 평판 역시 크게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다른 업종보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게임 회사들이 특히 출산 휴가를 많이 주는 이유는, 이 기업들이 박애 정신이 넘쳐서가 아니라 훌륭한 인재 확보 및 유지가 기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의 혜택을 주어야하고, 또 제조업에 비해 재택/원격 근무가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의 경우에도 출산 휴가 중에 급한 업무가 있을 경우엔 집에서 노트북/휴대폰으로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최고의 혜택을 주는 대신 성과 평가가 매우 냉정하므로, 출산 휴가로 인해 업무에 큰 차질을 초래할 정도의 역량인 직원이라면 애초에 채용하지 않았거나,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많은 경영자분들이 출산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에 대해서 걱정하실 것이다. 물론 공백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나, 권한 위임(Empowerment)을 평소에 잘 해서 담당자들이 알아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시간을 쪼개어 업무 분담을 해준다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마크 저커버그도 직원들이 알아서 일을 잘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기에 2달의 휴가를 낸 것 아닐까?

최근 두산 인프라코어에서 신입사원들에게까지 명예퇴직을 강요해서 큰 이슈가 되었었다. 전세계적 건설 경기 악화 및 부채 등 어려운 상황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슬로건과는 달리 실제로는 직원들을 부품/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기업 오너의 마인드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던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라는 글에서, 한국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한 외국인의 ‘한국 회사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크리넥스 티슈를 뽑아 쓰고 버리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한국이 ‘fast follower’전략으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여길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선 재벌 오너나 경영자가 시키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창조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 인재들을 데려와서 좋은 성과를 내게 하려면, 직원을 소모품이 아닌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대우를 해줘야하고, 가족과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주어야 한다.

대기업들에서 이러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스타트업 경영자분들이라도 적극 도입해주신다면, 출산 휴가가 어렵다면 재택 근무라도 적극 지원해주신다면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