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지털 마케팅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네이버

오라클 본사에서 일하시면서 tech industry 전반에 대해서 깊은 인사이트가 담긴 글을 자주 블로깅해주시는 조성문님이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이 약 4년 전에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글을 올리셨는데, 지금도 소셜미디어에서 계속 회자가 되고있는 명문이다. 아직도 안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암튼 조성문님은 주로 네이버의 검색 퀄리티 이슈와 네이버의 독점으로 인한 한국의 폐쇄적인 인터넷 생태계 이슈에 대해서 글을 쓰셨는데, 나는 네이버의 독점으로 인해 10년째 정체되어있는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철저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구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

먼저 시작하기 전에, 디지털 마케팅의 역사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그리고 잘 아시는 분이라도 아래의 ‘This is digital marketing’ 비디오를 꼭 보시라.(처음 5분만 보시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87MtZuBcY

이 비디오를 보시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배너 광고의 암흑기가 도래하는데, 그 때쯤 미국에선 구글이, 한국에선 네이버가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압도적인 검색 엔진이 된다. 그런데 두 사이트의 너무나도 다른 검색 알고리즘 덕분에, 한국에선 글로벌 트렌드와는 전혀 무관하게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 마케팅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없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디지털 캠페인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구조로 진행되어 왔다.

* 신제품 출시 → 플래시로 된 화려한 마이크로사이트 제작, 제품의 기능을 체험해보게 함 → 소비자들의 참여가 저조함 → 경품을 걸고, 네이버에 배너 광고를 해서 소비자들을 모음 → 이벤트 종료, 마이크로사이트는 버려짐

그나마 최근엔 모바일에서도 접속가능하도록 캠페인 사이트를 만들거나 페이스북 브랜드 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소비자들의 참여’가 팬페이지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로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구조 자체는 변한게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캠페인 구조가 문제이고, 네이버의 독점 구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1. 1회용 마이크로사이트의 범람과 기업 웹사이트의 경시

아무리 소셜 미디어가 대세라고 해도 기업의 웹사이트는 기업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야하고, customer service 및 재구매 유도를 위한 고객 정보가 집결된 가장 중요한 브랜딩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캠페인을 하더라도 www.회사이름.com 이라는 기본 URL을 무조건 준수하여 캠페인 페이지를 만들도록 하여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바로 기업 웹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기업 웹사이트 외에 별도의 주소를 가진 사이트는 만들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그런 규제가 없기 때문에 캠페인만을 위한 마이크로사이트를 만들면 캠페인에 참여한 유저들이 실제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가입하기위해 다시 기업 웹사이트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고, 또한 캠페인이 종료되어 사이트를 닫게 되면 캠페인의 기본 목적인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구매 유도’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이를 반복하다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기업 웹사이트의 중요성이 경시되어, 고객을 위한 웹사이트라기보다는 기업 소개 자료를 올려놓는 공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2. 검색의 중요성 간과

글로벌 기업들이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 웹사이트 주소 유지를 강력하게 강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 검색은 소비자들이 제품과 회사명을 인지하는 단계부터 실제 구매 단계까지, 구매의 전 과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SEO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검색광고 운영을 통해 기업 웹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건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구글 검색에서는 페이지 랭크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 순서가 결정되기 때문에, 캠페인을 위해서 새롭게 만든 웹사이트나, 플래시로 제작되어 내용을 알기 어려운 사이트는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오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SEO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같다. 그 이유는 네이버에서 ‘브랜드 검색’ 라는 상품을 운영하면서, 어떠한 자연 검색 결과나 일반 검색 광고 상위에 강제 노출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올레’라는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보이는 브랜드 검색 결과다. 이와 같이 ‘바로가기’에는 기업 웹사이트를, 브랜드 검색에는 지금 진행 중인 캠페인 마이크로사이트를 링크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어, 1에서 설명한 마이크로사이트의 문제점들을 네이버가 상쇄시켜 주고 있다.

‘올레' 네이버 검색 결과

그 결과, 국내에서는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팀’과 그들의 파트너인 종합광고대행사들은 ‘브랜드 검색’만 믿고 유저들이 어떤 검색어 입력을 통해서 자사 웹사이트에 유입되는지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고, ‘검색 광고 운영’은 온라인 쇼핑몰들이나 검색광고 전문 대행사를 통해서 운영하는 별도의 영역 (심하게 말하면 종합 광고대행사에서는 안 하는 짜친 일)으로 간주되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광고주와 종합광고대행사의 인식의 문제점은, 디지털 마케팅의 효과를 물었을 때 광고를 통한 노출, 캠페인 참여자 수 또는 페이스북 페이지 Follower 수, 댓글 개수와 같은 겉으로 보이는 지표 외에는 답할 수 있는게 없다는데 있다. ‘인지도 제고’를 올리기 위한 캠페인은, 실제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게 된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서비스 가입과 구매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어 실제 매출로 연결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완벽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캠페인 구조 하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3. 체리 피커 양산

위에서 설명한 이슈보다 더 큰 문제점은, 캠페인 참여 유도를 위해 내걸은 경품들이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네이버의 경품 이벤트 정보 공유 카페를 보자. 회원수가 14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여기에서 기업들이 진행 중인 경품 제공 디지털 캠페인 정보를 공유하여 최대한 많은 경품을 받는걸 목표로 한다.

페이스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에서 진행되는 경품 제공 이벤트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지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캠페인 참여자수 극대화를 위해서 비싼 경품을 걸고, 그 경품을 알리기 위해 네이버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는게 과연 효과적인 마케팅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사실 나 자신도 7~8년 전에 국내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할 때, ‘캠페인이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는 비싼 경품이 필요하다’며 광고주를 설득하여 수입차를 경품으로 걸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결국 그 수입차는 광고주의 상품을 구매할 경제력도, 경품으로 받은 수입차를 굴릴 여유도 없는 운좋은 한 대학생에게 돌아갔다.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어려운 미션(아마도 광고주 임원이 시켜서 만든)을 부여하고, 그 미션을 자발적으로 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 경품을 주어서 참여를 유도하고, 그 경품을 받은 사람이 과연 기업의 진성 고객인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러한 문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페이스북 기업페이지 follower 숫자 증대를 KPI로 잡고 숫자를 늘리기 위해 커피 기프티콘을 주는 이벤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해서 확보한 follower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4. 모바일 대응의 어려움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절대로 플래시 사이트를 열어볼 수 없게 만든 스티브 잡스 덕분에, 국내 기업들도 모바일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꼭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 유저들을 캠페인에 참여시키는건 데스크탑보다 훨씬 어려운데, 이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바일에서 접속이 가능하더라도) 여전히 데스크탑 시절의 캠페인 기획 마인드로 만든 캠페인들을 아직도 많이 볼 수 있다. 여전히 네이버 배너 광고를 통해 데스크탑 유저들에게 대부분 도달할 수 있고 이들만 캠페인에 참여해도 전혀 문제없다는 발상일 것으로 보이나, 캠페인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글을 쓰다보니 네이버의 독점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한국의 기업 문화가 이러한 캠페인 형태를 만들어냈고, 네이버의 브랜드 검색 상품이 이러한 형태가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줌으로서 빚어진 결과라는생각이 든다. 그 판단의 근거는, 이러한 형태가 페이스북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페이스북 유저에 비해 168퍼센트나 댓글을 더 달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기업들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댓글 달기 이벤트’, ‘팬되고 상품받기’ 등의 이벤트를 많이 벌이기 때문이다. (출처:도준웅 저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그렇다면, 이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캠페인 대신 소셜/모바일 시대에 기업들은 어떤 캠페인을 펼쳐야 하는가? 결국 답은 소비자들에게 있다. 코리안클릭의 2013년 모바일 분야 top 애플리케이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순방문자 기준 top 5 앱은 아래와 같다.(1~5위 순, 게임 제외)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구글 검색 → 유튜브 → 네이버

결국 답은 컨텐츠다. 이 순위에서 보시다시피, 사용자들은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서 포털사이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처럼 포털사이트 내 배너광고로 사용자들에게 도달하긴 어려워졌지만, 거꾸로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컨텐츠라면,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통로가 훨씬 많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의 두 비디오다.

<도브 Real Beauty Sketches — 2013 깐느 그랑프리 수상>

https://www.youtube.com/watch?v=XpaOjMXyJGk

<볼보 트럭 The Epic Split feat. Van Damme>

https://www.youtube.com/watch?v=M7FIvfx5J10

꼭 많은 돈을 들여서 비디오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건 아니다. ‘real time marketing’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2013년 슈퍼볼 정전 사태를 매우 위트있게 활용, 자사 브랜딩 컨텐츠를 만든 오레오의 아래 트윗 역시 사용자들의 공감을 통해 순식간에 수 천건의 리트윗을 얻어냈다.

정리하면, 국내 디지털 캠페인이 아래와 같은 형태로 바뀌어야 함을 권고하고 싶다.

1. 내용: 소비자 참여 유도 경품 이벤트 →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컨텐츠
2. 플랫폼: 1회용 캠페인 사이트 → 기업 웹사이트, 꾸준히 관리하는 소셜미디어 채널
3. KPI: 큰 의미없는 참여자 수, ‘좋아요’수 → 캠페인 후 검색량 및 사이트 방문 증가율 / 소비자에 의한 자발적 컨텐츠 공유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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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규의 마케팅/Tech 이야기

Written by

Head of marketing@아마존 코리아 글로벌 셀링/ Tech, Career, 글쓰기, 기업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맨/ https://fb.com/justin.m.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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