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계의 조상님, Moloch DAO 파헤치기 (1)

Pura Vida
Meteo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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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n readJul 28, 2022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가 새로운 조직 형태, 혹은 일하는 방식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DAO계의 조상님으로 불릴 수 있는 Moloch DAO 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Moloch DAO는 DAO의 시초는 아니지만 production-ready DAO로는 처음이었으며, DAO의 흥행을 이루어낸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oloch DAO는 DAO의 주류 프레임워크(Aragon, Colony, DAO stack, Compound Governor 등) 중에 하나로, 현재까지 총 2,500개가 넘는 개수의 DAO들을 런칭시켰습니다. Moloch 프레임워크를 노코드(No-Code)로 구현해 놓은 플랫폼 DAOhaus 에서만 800개가 넘는 개수의 액티브한 DAO가 출범했습니다.

DAOhaus의 대표적인 DAO들: Meta Cartel, MetaCartel Ventures(MCV), Meta Gamma Delta, Raid Guild, etc.
*DAO haus는 Moloch DAO framework를 노코드(No-Code)로 구현해, DAO를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게 Moloch DAO 스마트 컨트렉트 위에서 DAO를 만들거나 혹은 참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Moloch DAO는 2019년 ETH Denver 때 Ameen Soleimani 가 런칭한 Grants DAO 인데요, Moloch DAO 가 세상에 나오게 된 그 특별한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Let’s dive in🐬

‘Moloch’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Moloch DAO의 창업자 Ameen 은 Berkely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 하우스메이트의 추천으로 처음 Meditations on Moloch 이라는 블로그 포스트를 접했다고 해요. Ameen은 이 포스트를 읽으면서 그동안 살면서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느꼈던 “Why can’t we have better things?” 에 대한 답답했던 감정을 누군가 처음 설명해 주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 스콧 알렉산더가 운영하는 Slate Star Codex(SSC) 블로그 포스트 중 하나였던 Meditations on Moloch 에서 저자는 몰록을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s)를 상징하는 신으로 소개합니다.

조정실패란? 경제학적으로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모두에게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에도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집단적으로 선택할 사적 이윤동기가 없어 열등한 결과에 머무르는 상태.

Moloch 은 본래 성경에 등장하는 가나안의 신으로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쳐 그에게 제사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에도 Moloch 은 버젓이 살아있음을 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일이 비합리적이라고 느끼는 개인이 있을지라도 보편화된 사회적 약속 아래서 개인이 이 전통을 깨기는 어려웠던 것처럼, 여전히 사적 이윤동기가 없어서 사회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싸워야 하는 주체는 반대 진영에 있는 누군가 혹은 집단이 아니라 Moloch 으로 상징되고 있는 수많은 coordination failures 라는 주장에 Ameen은 이마를 탁 치게 된것이죠.

Ameen 이 풀고 싶었던 문제: Coordination Failure 조정실패

여전히 조정실패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을 분들을 위해서 Meditations on Moloch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례를 몇 가지 가져왔습니다.

상상의 디스토피아: 두 가지 규칙이 있는 나라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1) 첫째, 모든 사람은 하루 8시간 자신에게 강한 전기 충격을 주어야 한다. 2) 둘째, 만약 어떤 사람이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그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모든 시민들은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단결한다. 이 규칙들은 전통으로 내려져와 사람들은 이것이 시행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사실 시민들은 이 제도를 싫어하지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매일 이 규칙을 따르며 살아가고, 좋은 조정체계(coordination mechanism)이 없기 때문에 이 제도는 지속됩니다.
신의 시선: 신의 관점에서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모든 사람이 한 번에 이것을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도록 최적화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할 겁니다. 현실은 자신에게 큰 위험이 따를걸 감수하지 않고서는 개인이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겠지만요.

이제 현대인에게 조금 더 와닿을 법한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군비 경쟁: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예산의 5~30%를 국방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략 50년 넘게 전쟁이 없는 상황에 살고 있으면서도, 보건복지, 교육, 경제 성장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돈이 군대 증강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군비 강화에 충분한 돈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웃나라의 침략을 받을 위험이 있기에, 거의 모든 나라가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매년 국가 예산의 일부를 국방비로 사용합니다.
신의 시선: 신의 관점에서 모두가 지향하는 것은 세계 평화이기에 모든 나라가 군대가 없는 나라가 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 지혜로워 보일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이런 원칙을 세우고 시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많은 국가들이 미사일 사일로에 돈을 계속 투자하게 되는 것이죠.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교육 시스템: 현 교육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을 명문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합니다. 학생들의 인센티브는 명문 대학에 갈 경우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상관없이 고용주들이 그들을 원하고 실제로 그들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고용주들의 인센티브는 명문대 학생들이 원하는 실적을 못낼 때에 그들의 학벌이 보스에게 그들을 고용하기로 한 결정을 옹호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 대학교의 네임벨류가 실제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지 안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학들의 인센티브는 미국 뉴스와 월드 리포트 순위에 오르는 것, 그 명성과 거기에 따라오는 모든 것일 겁니다.
신의 시선: 또 다시 신의 관점에서 이런 상황을 본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대학에 가야하고, 고용주들은 그들이 어떤 대학에 다녔는지가 아닌 실제 그들의 능력에 근거하여 인사채용을 해야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죠. 시스템 내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인센티브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시스템도 바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Ameen은 한 인터뷰에서 이 블로그 포스트를 읽고 그동안 머릿속에 있던 us VS them 의 구도가 all of us VS our own inability to coordinate 이 될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Why can’t we have better things?”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누군가 때문이 아니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체제의 부재라는 생각을 한거죠.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인센티브를 쫓는 과정에서 쉽게 이윤극대화를 추구하고 무한경쟁에 빠질 수 밖에 없다보니, 인간끼리는 조정을 하면 할수록 모두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어떤 결과와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콧 알렉산더는 블로그 포스트의 결론 부분에서 인간 자체의 선함을 믿기 보다는 Moloch을 무찔러줄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의 등장이 필요함을 언급했고, 이후 Ameen은 coordination을 위한 툴킷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Moloch DAO의 탄생 (+이더리움과의 만남)

마치 운명처럼 Ameen이 Meditations on Moloch 블로그를 처음 읽었을 시기가 이더리움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던 시기와 겹쳤다고 합니다.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위에 원하는 조정 메커니즘을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싸게 그리고 아주 쉽게 신용할 수 있는 약속(credible commitments)을 사람들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Ameen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이게 다가왔어요. 마음대로 바꾸거나 멈출 수 없는 코드, 불변의 거래 등은 그동안 인간이 가져본적 없는 조정 도구임이 분명했습니다. Bankless 의 창업자 David Hoffman은 Ethereum: Slayer of Moloch 이라는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더리움의 역할의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Ethereum is a platform for the production of coordination mechanisms. Ethereum is a coordination mechanism factory.

- Input: humans, attention, energy, and capital

- Output: coordination mechanisms (with some loss along the way)

이후 Ameen은 여러 조정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인 ‘이더리움’을 더 공부하기 위해 ConsenSys 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Layer-2 솔루션인 SpankChain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Slay Moloch” 정신을 설파하고자 하는 뜻과, Meditations on Moloch 블로그 포스트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Moloch DAO 라는 이름의 Grants DAO를 런칭합니다.

Moloch DAO의 특징점

그렇게 탄생한 Moloch DAO는 이후에도 DAO 역사에 기억될만한 여러가지 시도들을 했습니다. Moloch DAO의 몇가지 특별한 특징점들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강력한 밈: 이더리움 커뮤니티 안에서 이더리움의 single goal 을 골라야한다면 “To Slay Moloch” 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강력한 밈을 탄생시켰습니다. (Ethereum: Slayer of Moloch 참고!)

2. rage quit: TheDAO 해킹사건 이후 Aragon 등 많은 DAO 들에서 자신의 자본을 exit할 수 있는 rage quit 기능을 없앴는데, Moloch DAO는 permissionless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다시 이 기능을 ‘보완’해서 부활시켰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에 DAO를 exit 할 수 있으되, grace period 를 두어 여러 리스크를 최소화시켰습니다.

3. worse is better: 오픈소스 개발 문화에서는 어떤 기술의 완벽성을 요구하지 않고, 기능이 부족하고 일관성이 없더라도 ‘단순성(Simplicity)’을 갖춘 채 세상에 먼저 공개된 것이라면 그것이 하나의 스탠다드가 되어 발전해나가는데요, 바로 Moloch DAO framework 가 그랬습니다. 완벽한 소프트웨어는 아니었지만, rage quit 등의 유니크한 feature을 가장 먼저 세상에 선보이면서 새로운 ‘기준’의 역할을 했으니까요.

(예고) Moloch DAO의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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