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현존하는 DAO 들이 봉착한 문제점
2021년부터 DAO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진화했지만, 기반이 되는 특정 플랫폼에 DAO의 의사결정 구조와 각종 기능이 종속된다는 한계점을 극복해 내지 못했습니다. Aragon, DAOstack, Colony, Moloch 등의 DAO 프레임워크들은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고 DAO 흥행에 기여했지만, 프레임워크들 간의 상호운용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타 프레임워크에서만 지원하는 기능을 선택적으로 가져다 쓰거나, 다른 체인 내 프로토콜을 컨트롤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거죠. 이렇게 현존하는 DAO들은 각기 훌륭한 비전을 안고 나아가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monolithic 합니다. 앞으로 DAO가 더 많은 부와 참여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트레저리는 다각화되고 D2D (DAO-to-DAO) 협력 또한 증가하게 될텐데요, 이에 DAO가 보다 유연한 수익창출, 투자, 협력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레임워크 중립적인 툴킷의 니즈는 계속 커져갈 것입니다.
Introducing Zodiac
Zodiac은 DAO들을 위한 확장팩으로, DAO들이 특정 프레임워크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구성 및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툴킷을 제공합니다. Plug-and-play 식의 접근으로,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다수의 툴킷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DAO들을 위한 multi-chain 거버넌스 솔루션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개방형 표준을 두고 완전한 개방형 개발 및 고도화를 표방한다는 점은 Zodiac만의 독보적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의 궤도를 분할하는 12 별자리가 특정 시대와 문화 속에서 신화로 만들어지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야기를 넘어 하나의 디자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재구성된 것처럼, Zodiac은 DAO들에게 정해진 가이드를 주기 보다, 각각의 DAO가 재구성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별자리’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그 이름에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Zodiac이 구체적으로 어떤걸 할 수 있게 해주나요?”
Zodiac은 DAO의 거버넌스나 사용자 경험을 개선 및 다각화시켜 줍니다. 기존 유명한 DAO 툴들을 거버넌스 철학에 맞게 도입, 또는 새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해주며, D2D 협력이나 멀티체인 거버넌스 실현에도 일조합니다. 그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던 아래의 질문들에 Zodiac이 해답을 주기 시작한 겁니다.
- 타 DAO 프레임워크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선택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나요?
- 메인넷의 DeFi protocol DAO가 폴리곤을 기반으로 한 프로토콜을 컨트롤할 수 있나요?
- 더 많은 DAO 멤버들을 유치하기 위해 voting 비용을 최소화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다른 체인의 DAO들과 온체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나요?
- 다른 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내 특정 파라미터(fee switch 등)를 수정할 수 있나요?
Zodiac은 모든 질문에 “YES”라고 답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Zodiac 내 어떤 툴들이 위 질문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Zodiac의 사용방법과 각 툴의 기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Zodiac APP
Zodiac의 툴킷 컬렉션은 Gnosis Safe(DAO들의 가장 보편적 공동금고)의 Zodiac App을 통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App에 접속 시, 아래 이미지처럼 Zodiac App 인터페이스의 모든 툴킷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ithub repository를 통해서도 접근 가능)
Zodiac 개방형 표준은 총 4가지 아키텍처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아키텍처의 역할과 그에 속하는 몇몇 핵심적인 툴들의 기능을 살펴보겠습니다.
- Avatars:
Avatar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Gnosis Safe와 같은 이더리움 계정입니다. 아바타 계정은 입출금 관리, 특정 시스템 소유, 트랜잭션 실행 등을 수행하며, 궁극적으로 특정 DAO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 Gnosis Safe: 이더리움 기반의 디지털 자산 관리에 있어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플랫폼으로, Zodiac은 Gnosis Safe를 표준 계정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툴들은 프레임워크에 어떤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IAvatar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모든 프로그래밍 가능한 계정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2. Modules:
Module은 의사결정 로직을 실행하는 컨트랙트로, Avatar의 승인 결과에 따라 최종 실행 여부가 결정됩니다.
- Bridge: Arbitrary Message Bridge (AMB)를 사용해서 하나의 계정이 다른 체인 내 Avatar를 컨트롤할 수 있게끔 해줍니다. 특정 체인 기반의 DAO는 Bridge 모듈을 사용해 다른 체인 내 자산을 관리하고, Gnosis Safe와 같은 계정 혹은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 Exit: 유저(DAO 멤버)가 Avatar의 자산을 배분율에 맞게 exit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Exit 모듈은 유저가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의 토큰을 상환 받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MolochDAO의 유명한 rageQuit 기능과 유사합니다. (Moloch DAO framework편 참조)
- Reality: Off-chain 포함 모든 플랫폼의 이벤트 결과값을 불러와 on-chain 에서 실행시켜 주는 모듈입니다. 오라클이 Reality.eth 컨트랙트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기만 하면, Snapshot 프러포절, Discord 투표 등 모든 이벤트 결과를 on-chain에서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오라클을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Optimistic Governor, Tellor 등 다양한 Reality 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이 존재합니다. DAO는 자체 거버넌스에 맞게 자율적으로 해당 툴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Usul: DAO가 투표 컨트랙트를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신뢰없고(trustless) 토큰화된 DeGov(Decentralized Governance/탈중앙화 거버넌스)를 실현시켜줍니다. Usul 모듈은 종료 시점이 있는 time-boxed 프러포절이 기본값이며, 해당 프러포절 코어를 통해 DAO가 다양한 on-chain 투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를 통해 DAO들은 다양한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할 수 있습니다. Usul을 통해 전략에 맞는 투표 시스템을 구성하고, sub-DAO나 committee를 운영할 수 있으며, DAO가 진화해나감에 따라 특정 전략에 수반되던 시스템을 간편하게 활성화/비활성할 수 있습니다.
3. Modifiers:
Modifier는 Module과 Avatar 사이에서 Module의 실행 방식을 결정해주는 컨트랙트입니다.
- Delay: Avatar가 특정 모듈이 트랜잭션 작업을 시작한 후와 실제 실행시키기 전 사이에 time delay를 강제로 줄 수 있도록 해주는 변경자입니다.
- Roles: 특정 역할을 기반으로 엑세스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변경자입니다. 역할에 따라 허용된 주소, 허용된 주소로 특정값(ETH)을 보낼 수 있는지 여부 등이 결정됩니다.
4. Guards:
Guard는 Module에 의해 활성화되고, Module이 실행될 때 각 트랜잭션에 대해 사전 혹은 사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컨트랙트입니다. Guard를 통해 Avatar는 Module이 호출할 수 있는 계정 및 기능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Module에 의해 특정 상태가 변경되지 않도록 확인할 수 있습니다.
- Scope: Avatar가 계정의 소유자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주소의 범위를 제한시키도록 해주는 보안 컨트랙트 입니다. Scope을 통해 Avatar는 다양한 제어 메커니즘에 있어서 세분화된 권한 정의를 할 수 있습니다.
- Meta: Meta를 통해 Avatar 혹은 모듈에 여러개의 가드 혹은 여러 횟수의 가드 구동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흔히 비디오 게임의 확장팩이 기존의 세계를 놓고 새로운 경로, 지도, 스토리라인을 제공해 주는 것처럼, Zodiac도 DAO들이 자유롭게 plug-and-play 할 수 있는 툴들을 제공하여 모딩 문화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Zodiac을 만든 Gnosis Guild 팀은, 각 DAO들이 여러 시도와 실험을 통해 자신의 ethos와 가장 잘 맞고 효율적인 툴의 조합을 찾고, 나아가 각 DAO들의 경험이 ‘패턴화’ 되어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Zodiac Wiki
Gnosis Guild는 Zodiac App을 넘어 최근 Zodiac Wiki 를 런칭했습니다. Wiki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최초의 위키 소프트웨어인 위키위키웹(WikiWikiWeb)을 만든 워크 커닝엄은 특정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의 솔루션을 Pattern Language로써 기록하고자 처음 wiki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Zodiac Wiki 또한 DAO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의사결정을 하며, 특정 문제를 어떤 방법과 수순으로 풀어나가는지, 그 Pattern Language를 기록하기 위해서 시작되었습니다.
Pattern Language란? 특정 분야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제와 솔루션의 핵심을 설명하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패턴의 집합입니다. 건축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 세계에서 보다 유행 및 보편화를 이뤘습니다. 건축도 소프트웨어도 모두 사용자가 스스로 설계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기에, 다양한 패턴을 공개적으로 문서화하는 움직임은 두 분야에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Best Practice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은 DAO 온보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가이드가 문서화되어 게시된 직후부터 시의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Gnosis Guild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중앙 조직이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여 정보/지식을 저장하고, 특별히 DAO 들의 Pattern Language를 기록할 수 있는 Wiki를 연 것입니다.
Zodiac Wiki는 크게 Library, Documentation, Patterns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Library에는 탈중앙화 거버넌스에 유용한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큐레이션 되어있고, Documentation에는 Zodiac 프로토콜(확장팩의 툴들)의 튜토리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Patterns에서는 DAO가 겪는 문제들에 대한 경험 기반의 실용적인 솔루션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Stories 등의 카테고리에 DAO를 위한, DAO에 의한 경험적 지혜와 정보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기존의 많은 DAO들이 의도와는 무관하게 토큰 런칭 이후 소수의 경제적/정치적 힘이 있는 계층이 점점 더 많은 거버넌스 권한을 가져가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금권정치로 이어지는 DAO들이 그만큼 많았어요. Gnosis Guild 팀은 이와 반대로 점진적 탈중앙화를 지향합니다. Zodiac을 통해 점진적 탈중앙화를 이루려는 DAO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Zodiac 운영에 있어서 스스로도 점진적 탈중앙화를 이룰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Zodiac App과 Wiki는 중앙 관리자가 있어서 새롭게 업로드되는 코드 혹은 정보에 대해 수정 및 검열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 Wand NFT 런칭을 시작으로 admin 역할을 할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wiki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기여자뿐만 아니라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탈중앙화하여 web3-native wiki로 나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점진적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DAO들은 Zodiac 내 다양한 툴의 힘을 빌릴 수 있습니다. Gnosis Guild 팀은 아래와 같은 수순으로 특정 툴을 사용할 경우 점진적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다고 우리에게 제안합니다.
1. 공통된 비전 혹은 아이디어를 가진 집단이 A라는 DAO를 런칭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A DAO는 Gnosis Safe 다중서명 지갑을 Avatar로 사용하면서 4/6 쿼럼(정족수)을 기반으로 각종 트랜잭션을 실행해 나갑니다. 처음에는 그룹 채팅을 통한 비공식 제안으로도 충분히 DAO가 운영되는 듯 보였습니다.
2. 이후 멤버수가 많아졌고, A DAO라는 하나의 ‘집단’으로써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면서 A DAO는 토큰을 런칭합니다. 그들은 의사결정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Snapshot으로 token voting (토큰 기반 투표)을 시작하고, 첫 번째 안건으로 ‘누구를 Gnosis Safe의 새로운 서명자로 선출할 것인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합니다.
3. A DAO는 토큰 기반 투표로 DAO를 운영하는 와중에 Zodiac App을 통해 Exit 모듈을 도입합니다. DAO의 모든 멤버들에게 ****full custody를 부여해 특정 안건에 동의하지 않을 때 자신의 자산을 exit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4. 시간이 지남에 따라 A DAO의 커뮤니티는 빠르게 성장하여 토큰 사용이 가능한 Discord를 통해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다각화시켜 나갑니다. Gnosis Safe를 관리하는 하나의 중앙 조직을 두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A DAO는 Reality 모듈을 통해 Snapshot 프로포절, Discord 투표의 이벤트 결과를 on-chain에서 실행시킬 수 있도록 세팅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관행에 보안요소를 더하기 위해 Scope 을 활용해 Gnosis Safe가 호출할 수 있는 계정을 제한시킵니다.
5. Zodiac의 Reality 와 Scope을 사용해 off-chain의 의사결정을 on-chain에서 실행하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A DAO는 Gnosis Safe 서명자들을 비활성화시키고, 리소스를 관리하는 기술 시스템의 탈중앙화를 이뤄냅니다.
6.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상상을 이어가 보자면, 결국 A DAO의 커뮤니티는 토큰 기반 투표보다 더 정교한 거버넌스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A DAO는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선호도에 대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conviction voting에 관심을 갖고, 가스비를 절약하기 위해 xDai 네트워크의 conviction voting app을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Bridge 모듈을 통해 이더리움 메인넷 기반의 Gnosis Safe 금고와 xDai 네트워크의 conviction voting app을 연동시킴으로써, A DAO는 multichain DAO로써의 활동을 이어가게 됩니다.
마치며: Zodiac이 쏘아올린 작은(?) 공
프레임워크 중립적인 Zodiac의 툴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는 그 혁신의 크기가 그리 커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별적인 툴들이 여러 방식으로 조합되고 구성되기 시작하면 그 힘과 파급력은 절대 선형적인 형태는 아닐 겁니다. Zodiac App을 통해 가속화되는 DAO들의 거버넌스 다각화와 D2D 협력.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유의미한 정보과 경험적 지혜에 대한 Zodiac Wiki의 기록. 이것만으로 Zodiac은 현존하는 DAO들이 봉착한 문제점에 솔루션이 되어줄겁니다. 더 나아가 Gnosis Guild 팀의 이상처럼 Zodiac이 DAO들이 점진적 탈중앙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그 use case들이 쌓여서 Pattern Language들을 만들어 낸다면, 과연 DAO practitioner들에게 이보다 더한 선물이 있을까요?
Zodiac App과 Wiki는 모두 기여자들에 대한 명확하고 획일적인 incentive 없이 오가닉하게 각 기능들이 고도화되고, 또 정보들이 기록되어야 합니다. 이에 “선의를 동력 삼아 운영된다면 얼마나 지속력이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미 Zodiac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Connext 등의 크로스체인 거버넌스 툴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 Wiki 런칭 이후 벌써 Gitcoin, Forefront, Snapshot, DAOhaus 포함 30+ DAO들이 핵심 기여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Zodiac이 쏘아올린 공의 궤적을 응원어린 눈으로 따라가보고 싶습니다. 그 여정에 함께하실 분들은 stay tuned!
Twitter(@GnosisGuild) | Gnosis Guild Discord | Zodiac Wi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