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했다, 심리테스트 마케팅

Sunghee Cho
minimap.net
Published in
7 min readNov 22, 2021

근데 이제 MBTI를 곁들인…

만들게 된 이유

미니맵은 4개월 일정으로 프론트엔드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에서 4개월동안 리팩토링 작업을 한다는건 보통 결정이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진행 중이고, 아직까지도 이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잘 한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

이 4개월 간 프로그래머 투입을 최소화하여 트래픽을 끌어올리는 것이 미니맵의 미션이다.

사실 MBTI 류의 심리테스트가 벌써 몇 년 전부터 유행하면서 웨이브가 한 번 지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전환률에 대한 의문도 컸다. 재미있는 콘텐츠도 많았지만 테스트 문항 중간에 브랜드를 억지로 집어넣어 실소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고, 마지막에 ‘그래서 왜 이 브랜드가 갑자기 나오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 망설인 이유는 리소스 때문이었다. 사실 툴을 직접 만들게 되면 그 누구보다 잘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ㅎㅎㅎ) 소요 일정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열심히 이쁘게 잘 동작하게 환상적으로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해서 망한다면? 여기 드는 시간과 노력으로 그냥 기존 하던 마케팅을 돌리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 망설여졌다.

그러던 중 디스콰이엇이라는 곳에서 우연히 도다툴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나중에 심테 콘텐츠 만들 때 저걸로 해봐야겠다'고 기억하게 된다.

타입폼 등 서베이 툴을 포함하여 심리테스트 콘텐츠 툴 검토에 들어갔다. 타입폼 다음으로 도다툴을 검토해봤는데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써가면서 몇몇 단점도 있었지만 우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마케팅 테스트를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이머 유형을 밝혀보자

게이머 유형은 요새는 퀀틱 파운더리 Quantic Foundary, 뉴주 Newzoo 등에서 시도하고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유명한 리차드 바틀의 바틀 테스트가 있다(여기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기로).

미니맵(https://minimap.net/)도 담은 게임과 별점에 따라 게이머의 유형/성향/정체성 등을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번 기획을 여기까지 가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구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게이머 속성'을 밝힐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했다.

MBTI의 활용의 단점

4*4는 왜 16인 것이냐

테스트라면 역시 MBTI. 중학교 때 직업검사 툴로 썼던 것 같은 MBTI가 길게 유행하는 이유를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지만 결국 MBTI의 프레임워크를 차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MBTI기반 심리테스트 제작에는 큰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만들어본 분이라면 같이 눈물을 흘리며 공감할 포인트들이다.

  • MBTI는 4가지 이항대립적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결과는 16개다.
  • 16개 결과유형에 대한 네이밍, 일러스트, 설명, CTA, 각기 다른 랜딩페이지가 필요하다.

하려고 마음먹으니 한숨부터 나온다. 은근 빡센 포인트다. 16개… MBTI 테스트를 신나게 했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다. 4*4가 16이 아니고 한 8 정도 아니었어? 라고 믿고 싶다.

어떻게든 줄여서 9유형으로 가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제공하는 툴이랑도 잘 안맞고 한 쌍을 빼버리니 원하는 결과가 잘 안나왔다. 괜히 이런 프레임워크가 있는 게 아님을 깨닫고 포기하고 16개로 가기로 한다(눈물). 하다보면 너무 많아 환장하겠어서 MBTI가 다 가짜라고 싫어했던 과거의 내 경솔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반성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E와 I부터 시작

상세설명을 작성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되도록 16가지가 겹치지 않게 쓰는 거였다. 겹치지 않을 수는 없고, 같은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해야 했다. 그러면서 또 중요한 것은 무조건 긍정적인 뉘앙스로 써야 된다는 거다. 내향형이라 ‘소심하다'고 쓰고 싶다면 무조건 ‘소심하지만 OOO’라고 기술해야 하는 것. 팀원들과 검토하면서 가장 많이 수정한 부분이다. 애매하게 ‘내꺼는 별로 안좋은거 같아요 ㅠㅠ'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고쳤다.

디자이너의 허리와 맞바꾼 16내비

질문 14개, 결과 16개를 고치고 또 고쳐서 릴리즈 준비를 했다. 결과가 16개니까 결과 일러스트도 16종을 그렸다. 총천연색 16가지 직업으로.

왼쪽부터 칼같은 네크로맨서 / 돌진 버서커 / 조화의 드루이드

도다툴 개발사 피셜 고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제대로 하려면 생각보다 리소스가 많이 듦을 깨닫게 됨'의 단계가 바로 이 단계라고 한다. 일러스트 16장의 노력이 설명 16개에 비하랴. 16장 하나하나 모두 개성있게 그려졌다. 디자이너님의 허리와 맞바꾼 일러스트 16장이었다.

릴리즈 이후

‘게임 속 나의 직업은?’ 테스트는 2021년 9월 13일에 릴리즈했다. 그동안 미니맵 유저 대상으로 외부 SNS 공유하면 리워드를 주는 캠페인을 몇 번 했었는데, 정말 슬프게도 효과는 미미했다. 늘 ‘다른 소셜 미디어는 안 써서…’, ‘전 미니맵만 써요(ㅠㅠ왜요)’, ‘계정은 있긴한데 들어간 지 오래돼서…’. 무슨 이벤트를 할 때마다 유저분들의 사과와 변명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이번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외부트래픽 유치를 목적으로 한 만큼 모든 소셜 미디어 대상으로 해시태그를 주렁주렁 달고 보상도 나름 높게 책정했다.

제발…!

릴리즈하고 자전거로 쭐래쭐래 퇴근을 하는데 오후 7시경 서버가 터졌다고 전화가 왔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연락을 받고 전속력으로 집으로 향했다. AWS 티어를 변경하고, 서버패치를 거쳐 다시 서버를 복구했다.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공유가 되고 있었고 실시간 트렌딩에 게임 직업 결과들이 전부 랭크되어 있었다. 그 무렵 민주당 경선에서 정세균 후보가 사퇴를 발표했는데 곧 트렌딩에서 없어졌다.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 너무 잘 맞는다, 아니면 성향 결과는 잘 안맞는데 결과화면의 추천 게임이 잘 맞아서 놀랐다, 문항들이 재밌다, 파란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 등.

트래픽도 꽤나 유지가 잘 되었다. 처음 피크 만큼은 아니지만 릴리즈 이후 한 달은 꾸준했고, 중간중간 구독자가 많은 스트리머분들이 콘텐츠로 써 주면서 트래픽이 다시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봐도 진짜 대단한 서새봄님

게임 속 나의 직업은 아직도 살아서 계속 유입이 일어나는 효자 콘텐츠다. CTR도 30% 이상 나온다. 랜딩하신 후 인터랙션도 많아 급격한 외부트래픽 유입에도 session duration이나 이탈률 변화가 거의 없었다.

테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해볼 수 있다. 현재 참여자는 60만명이 되었고 연말에는 응답 결과를 토대로 간단한 인포그래픽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이제 프론트 리뉴얼 버전을 런칭해서 짱빨라질 일이 남았다 ㅠㅠ 미니맵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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