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디 PM 인턴의 16주 기록과 회고

Miridih Talent
미리디 블로그
9 min readJul 3, 2024

안녕하세요. 3월부터 6월까지 약 넉 달간 미리캔버스 프로덕션 팀(그로스 스쿼드)에서 PM(Product Manager) 인턴으로 근무한 배정수입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태평양물산 8층으로 출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주가 지나 미리디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날이 왔습니다. 4개월 간 미리캔버스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으로 근무한 배정수의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수님은 왜 PM 지원하셨어요?”

아마 미리디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저는 “하하,, 그냥 뭐 그렇게 됐습니다. ㅎㅎ”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네요.

사실 저는 이전부터 PM을 꿈꾸고 준비해 온 사람이 아닙니다. PM에 지원하기 전까진 PM을 오후를 뜻하는 영단어 p.m.으로만 알고 있던, PM에 아주 무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진짜로 왜 PM에 지원하게 되었나?

대학생 현장실습생 신청을 하기로 마음먹고 학교 홈페이지에 나열된 회사를 보던 중 눈에 들어온 익숙한 회사,

<미리캔버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팀 프로젝트에 치여 매일 미리캔버스로 PPT를 만들던 터라 보자마자 눈길이 갔습니다. ‘내가 자주 쓰는 서비스를 만든 회사에서 일하면 재밌겠는데?’라는 호기심을 가지며 직무 명을 보니,

<미리캔버스 PM>

‘PM은 뭐지,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인가..?’ 라는 걱정으로 당시 제 과제를 담당해 주던 GPT 선생에게 다짜고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상황 재현)

‘개발자와 협력하여 제품을 발전시키는,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여 제품을 발전시켜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PM이다.’ 라는 내용의 GPT 선생의 답변을 보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며 당시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세우기 전이었습니다. 2023년을 축구 기자, 축구 대회 운영팀, 축구 구단 마케터로 일하며 축구장에서만 보낸 상태라 축구장이 아닌 새로운, 정말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서 일하며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래서 미리캔버스 PM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자’는 2024년 목표와도 어울려 PM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즉흥적이고 부끄러운 스토리인 것 같네요😂

Product Manager 가 뭔데?

참 어려운 질문이자, 한 때 저를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 질문입니다.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잘 찾는 사람?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 기획을 잘하는 사람? PM이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사실 아직도 PM이 뭔지, 어떤 PM이 훌륭한 PM인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4개월 동안 직접 업무도 해보고, 다른 PM 분들의 업무를 직접 보고 하면서 왕초보 PM으로 내린 결론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PM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그리고 다른 PM 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결국 가장 좋은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PM은 참 어려운 직업 같습니다. 요구되는 역량도, 해야 하는 일도 정말 많은.

그래서 내가 한 일은?

그럼 저는 4개월 동안 미리캔버스 PM으로서 어떤 업무를 진행했을까요.

제가 했던 업무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모바일 스쿼드 보조
  2. 그로스 스쿼드 PM 어시

4월에는 주로 모바일 스쿼드에서 모바일 앱 사용성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미리캔버스 앱을 사용해 보면서 오류는 없는지, 불편함을 느낄 만한 포인트는 무엇인지 발견하여 이슈 생성하여 개발자분께 전달하는 역할까지 진행하면서, 초보 PM으로서 PM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전반적으로 기초를 다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JIRA에 이슈도 생성하고, 개발자분들께 내용도 전달하면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ㅎ

‘PM 나름 재미있는 직업일지도?’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업무였습니다.

5월부터는 그로스 스쿼드에 소속되면서 본격적인 PM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미리캔버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양적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스쿼드로 주로 해외 서버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곤 했습니다.

처음은 되게 정신없이 업무를 진행했던 거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PM 분들도 갑작스럽게 글로벌 시장 진출로 목표가 바뀌게 되면서 마찬가지로 바쁘고 혼란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담당 PM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업무가 제게 주어졌습니다..!

고객 정보 수집 팝업을 글로벌 서버에 재노출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해외 고객들의 응답률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기획해 보라는 업무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간단한 업무인데 그 당시 저는 마치 엄청난 일을 떠맡은 듯이 긴장하고 걱정하곤 했습니다 🤣

AS-IS 파악부터 레퍼런스 조사, 팝업 창 관련해서 진행한 연구 결과 조사까지 하며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당시 만든 문서)

문서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첫 담당 PM 업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문서와 함께 디자이너분, 사수 PM 분과 관련 미팅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간단한 미팅이 끝난 후 든 생각은 ‘완전히 잘못하고 있었구나..’ 였습니다. 사실 고객정보 수집 팝업은 기존에 있던 디자인 그대로 가져가고 질문의 양만 줄여서 일단 응답률만 확인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어 있었고, 제가 할 일은 마케팅 부서와 이야기하여 어떤 질문을 유지할지를 정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수 PM 분이 마케팅 부서와의 정렬을 강조하신 거였구나..’

제가 이전에 가볍게 기획한 팝업 방식은 개발 공수나 일정, 우선순위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이상에 취한 기획서였었습니다.

앞에서 소통을 잘하는 PM이 훌륭한 PM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사실 이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애자일하게 일하는 미리디 특성상 소통을 통해 빠르게 정렬하고 기획하고 처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저는 가장 중요한 소통은 배제한 상태로 무언가에 홀린 듯 혼자서만 일하고 있었습니다..

자리로 가자마자 마케팅 부서와 연락하고 정렬하여 결국 해당 일은 며칠 뒤 술술 풀려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경험과 함께 이후부터는 이해가 안 가거나 조금이라도 막히면 질문하자는 마음과 함께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사실 담당 PM으로 기획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해당 업무를 책임지고 마무리한 일은 고객 정보 수집 팝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로스 스쿼드는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실험을 자주 기획했고,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습니다. 그렇기에 PM 어시로서 자료 조사도 하고, 사용자 UT도 하고, 사용자가 되어서 사용성 검토도 하고, 페인 포인트도 분석해 보면서 이런저런 기여를 해왔습니다.

담당하여 진행한 업무가 적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16주 간의 업무를 통해 PM으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기는 어디에서든 가장 중요하니까요.

처음 축구를 배울 때, 지겹도록 훈련한 볼 컨트롤과 스텝 훈련이 나중에 경기에서 뼈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처럼 16주간 PM 업무의 다양한 과정에 참여하며 업무를 한 지금의 경험이 PM으로서 뼈와 살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 PM에 도전하고 싶다 하면 저는 미리디를 추천합니다. PM의 P자도 모르던 배정수에게도 정말 뜻깊은 경험이자 추억이었습니다.

후회되는 점

후회가 없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지금 글을 작성하며, 그동안의 업무 내용을 정리하고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니 마음에 남는 가장 큰 후회는 조금 더 능동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입니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일에 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면, 덜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요청만 했다면 그 누구도 이를 안 된다고 거절하지 않았을 겁니다. 미리디가 메인 업무가 아닌 흔히 말하는 잡일만 주는 그런 회사가 아니며, 여기 계신 분들이 그런 분들도 아니기에 스스로 좀 나서서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더 좋은 경험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리고 제 직업에 조금 더 몰입하지 않은 점 또한 후회로 남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해 보고 연구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몰입하고 업무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다시 처음 인턴을 했던 3월로 돌아간다면 미리캔버스에 더욱 몰입해서 업무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단순히 몰입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다른 분들이 열심히 고민하시고 노력하셔서 만든 문서를 보며 빠르게 이 조직에 녹아들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만약 IT 산업에 더욱 관심이 있었다면? 만약 인턴에 합격하고 처음출근하기 전까지 PM에 대해 더 찾아보고 필요한 역량을 조금이라도 길러서 시작했더라면? 등 끝날 때가 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16주 간의 업무를 정리하고 글로 기록하면서 만약이라는 질문과 상상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만약이라는 친구가 제게 후회라는 감정만 주고 있지만, 언젠간 지금의 후회 덕분에 동기부여도 얻고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지 않게 되겠죠.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 뭐할까..?

미리캔버스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서, 기획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기획한 내용이 구체화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의 성취감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축구 관련 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그 기획의 대상이 IT 제품 및 서비스인지, 이벤트 행사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저의 주도적인 기획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리디에서의 16주 간의 잊지 못할 경험 덕분에 이제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며,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은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2개월 뒤 유럽 축구 문화와 산업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교환학생 신분으로 네덜란드로 떠납니다. 6개월 동안 그 곳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며 미래를 조금씩 구체화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미리디에서의 모든 경험과 배움에 많은 감사를 드리고, 인턴 기간에 대한 아티클 작성을 제안해주신 민혁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인턴 생활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반성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배정수의 탄탄한 밑거름이자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을 준 미리디와 함께 일한 많은 분들(특히 수현님)께 감사 인사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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