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UX 디자이너다

Moonju Kang
mmt_design
Published in
3 min readNov 27, 2016

스타트업에서 UI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던 내가 UX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UX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면,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본적인 UX의 개념에 대한 사내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지금껏 모른 척해왔던 근본적인 질문에 정면으로 부딪혔는데, 그 질문이 바로 ‘그래서, 도대체 UX가 뭐야?’ 정확히 말하면 ‘도대체 UX 디자인이 뭐야?’였다.

지금까지 UX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 여러 글들을 읽었지만 그때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달랐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도대체 UX가 무엇인지 더욱 정의를 내릴 수가 없었다. 대신 이런저런 글을 읽을수록 그 안에 공통적으로 내포된 어떤 개념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 개념에 대해서 직접 정의를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그 개념을 타인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리해야만 했고, 이 글에서는 그 ‘나름대로 정리한’ UX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그 흔한 말, ‘총체적인 경험’

UX를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표현이 바로 ‘UX는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프로덕트,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인 경험이라는 것이다. 제품의 사용 전이나 사용 중, 그리고 사용 후에 일어나는 사용자의 감정, 신념, 선호도, 지각, 신체적/정신적 반응이나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매우 넓은 개념이라는 건데, HCI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UX의 세 가지 특성을 보면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

주관성 Subjectivity

경험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내부에 축적되는 효과이다. 따라서 경험은 그 사람의 특성과 그것을 사용하는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총체성 Holistic

경험은 특정 시점에 특정 개인이 느끼는 총체적인 효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소들로 구분할 수 없다.

정황성 Contextuality

특정적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랙션이 일어나는 시점에서의 환경이나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

이 정도만 봐도 UX라는 것이 굉장히 넓고 주관적이고, 또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UX 디자인’이라는 용어에서 더 큰 혼란을 맞이하게 된다. 주관적이고, 총체적이며 주변 정황에 따라 변하기까지 하는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어떻게, 누가 디자인 한단 말인가?

누가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 할까?

UI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내가 만든 인터페이스 요소들을 통해 인터랙션을 표현하고, 인터랙션을 수행하는 행동의 결과가 축적되어 사용자의 경험으로 형성된다면, 나는 UX 디자이너인가?

아니, 그전에 해당 화면을 기획한 기획자가 UX 디자이너인가? 그렇다면 프로덕트를 제작하는 개발자는? 사용자와 가장 처음 만나는 접점을 디자인하는 마케터는? MyMusicTaste의 사용자에게 최종적으로 콘서트를 보는 경험을 전달하는 콘서트 매니저는? 그 경험을 영상으로 담아 또다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PD는? 계속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으니 그 외 많은 멤버들을 모두 포함해서, 그들은 UX 디자이너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이다.

우리는 ‘사용자가 좋은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UX 디자인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해, 공감, 소통

팀이 특정 사용자에 대해 완전히 일치한 공감을 하고있을 때, 작은 디테일에서도 스스로 판단하여 일관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출처 http://story.pxd.co.kr/567

지금 내가 속한 MyMusicTaste는 이렇게 ‘우리는 모두가 UX 디자인을 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떠올려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UX의 관점을 갖고 각자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누군가 피드백을 제공할 때 대체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피드백이 많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가 떠올리는 일종의 퍼소나를 공유하게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업무의 담당자들이 서로 어느 정도 일치된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각자의 UX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조직 간의 유기적인 소통, 나아가 자유롭게 소통 수 있는 기업 문화 역시 UX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UX 디자이너의 역할은?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덕트 혹은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한 팀의 팀원이 모두 UX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 구성원 중 한 명이 혼자 UX 디자인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좋은 UX’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UX 디자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그 공통의 목표, 즉 일치된 공감을 전달하는 것이 UX 전문 인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며 동시에 그것을 분석한 뒤 비즈니스적 관점에 따라 조율하여 구성원들이 적절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 또한 UX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참고 : Human Computer Interaction 개론 (김진우 저) / About Face (Alan Cooper 외 3인 공저 / PXD UX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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