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라멘’ 취향은?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2466&imageNid=6471238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늦은 저녁까지 달달한 라떼 커피 한 잔으로 때운터라 배가 좀 고팠다.

집에 들어가봐야 냉장고는 비었을테고, 딱히 먹을만한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자

여기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오피스텔 3층, 즐겨가는 파스타 집은 천장에 물이 새어 내부 수리 중이라 하고…

그런데, 바로 옆에 일본 라멘집이 새로 들어왔다.

새로 생긴 집이니까 일단 시도. ‘맛있으면 자주 먹으러 와야지.’하고 들어섰다.

늦은 저녁이라 식사 메뉴는 라멘 밖에 없었다.

‘소유라멘은 요리를 잘 못 하면 냄새가 안 맞을 수 있으니까…안전하게’ 미소라멘 하나 주세요.

그리고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뭐 분위기는 소박한 동네 라멘집.

‘저녁에 교자에 맥주 한 잔 할 순 있겠군.’

주방 가까운 바에서는 주방장이 손님인지, 친구인지 모를 사람과 레시피 토론이 한창인 듯.

‘열심히 하는 청년이네.’

그리고 미소 라멘이 내 앞에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젓가락을 한 번 휘이 저어 라멘 향을 맡았다.

미소된장과 파향이 잘 어우러져 일단 돼지고기 냄새는 안 나는 듯.

안심하고 스푼을 들어 국물을 한 스푼 떠 입 안으로 호로록 넘겼다.

‘어라. 괜찮네. 음…차슈도 잘 만들었고…간은 조금 짠 듯 하지만 미소라멘은 짭조름한 게 제 맛이지…곁반찬으로 나오는 볶음김치랑 같이 먹으니 달달하고 신 맛이 고소하고 진득한 미소라멘이랑 잘 어울려. 질리지 않아. 홍대, 상수동, 합정동에 자리잡은 청년 라멘집 수준은 되는 걸.’

이렇게 이 집은 즐겨찾는 동네 라멘집이 된 듯 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간 이 집에서… 이번엔 점심…메뉴는 차슈덮밥.

차슈를 제대로 하는 집이라…냄새가 안 난다는 건 정통 일본식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한국인 입 맛에는 더 잘 맞으니까…나는 이 차슈덮밥이 더 좋다.

***

멘야하치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721705922

그리고 이 집에서 본 영상이다. 웃기다. 덕분에 기분 좋은 점심이었다.


어느 맑은 날

나는 노인 한 분과 라멘을 먹으러 갔다.

40년간 라멘을 공부하신 분이었다.

그는 나에게 제대로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 국물을 먼저 마시나요, 면을 먼저 먹나요?

우선 전체를 바라봐.

형태를 먼저 관찰하고, 냄새를 음미해.

표면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기름.

죽순도 빛나고 있어.

김에 국물이 서서히 스며 들어.

파는 위에 살짝 얹혀졌지.

돼지고기 세 조각에도 집중을 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겸손하게 숨겨져 있지.

먼저 젓가락 끝으로 표면을 어루만져줘.

/그건 왜죠?

애정의 표현이지.

/그렇군요.

그 다음, 돼지고기를 살짝 찔러.

/돼지고기를 먼저 먹는 건가요?

아니, 집는 것 뿐이야.

젓가락 끝으로 먼저 어루만진 후

조심스럽게 집어서

그릇 우측의 국물 속에 집어넣어

여기서 중요한 건

돼지고기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조만간 다시 보자.’

마침내 시식을 시작해.

면이 먼저야.

아, 그런데 지금 면을 먹으면서 돼지고기를 바라봐.

애정을 갖고 바라봐.

노인은 죽순을 조금 집어 한동안 씹었다.

그 후 면을 조금 먹었다.

면을 씹고 있는 상태에서 죽순을 좀 더 먹었다.

그 다음 국물을 마셨다.

국물을 세 번 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쉬더니

인생 중대사를 결정하듯

돼지고길 한 조각을 집어

그릇에 살짝 털었다.

/그건 왜 하는 거죠?

별 거 아냐. 물기를 터는 거지.

www.dailymotion.com/embed/video/x5jdzdm?autoPlay=1&start=203


이 영상은 담뽀뽀[TAMPOPO] 란 1986년작 일본 영화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이다. 이타미 주조 감독의 작품으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일본 라멘이 서민 음식에서 절대미식의 세계로 진화하고 있는 요즘, 한국에서는 평양냉면이 이 반열이 올라가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맛에 대한 대단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의 ‘미식’이라기보다 그저 ‘취향’이라 부르고 싶다. 조금 천천히, 두고 감상하고, 조금 더 애정을 갖고 대하는 시식 행위를 통해 개인의 만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싶은 심리라고 말이다. 음식에 대한 이런 태도는 평점을 주는 비평가의 ‘미식’행위보다 훨씬 ‘리버럴’하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