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어제 오후, 아들과 함께 찾은 카페에서
두 번째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었습니다.
아들은 옆에서 ‘노인과 바다’를 읽었죠.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랬듯이 아들 역시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 다시 읽는 ‘노인과 바다’는
아마도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단편은 하룻밤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주인공 부부에게 한 맹인이 찾아옵니다.
이 맹인은 주인공의 아내의 친구입니다.
남편은 그를 반기는 아내와 아내 친구인 맹인의 방문이 달갑지 않습니다.
어색한 첫 만남과 저녁식사가 끝나고
아내가 잠든 사이 두 사람은 우연히
‘대성당’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다큐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아주 사소하지만,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글쓰기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말과 글을 통해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거나
오히려 더 큰 갈등의 단계로 나아가곤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습니다.
자신의 아내와 사별한 책 속의 맹인은
자신을 마뜩찮아 하는 주인공과 소통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한 번도 피워보지 않은 ‘마리화나’까지 기꺼이 피웁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주인공의 아내와 그래왔듯이
주인공과도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어서였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특별함을 알리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팔기 위해 ‘글쓰기’를 활용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우린 오랜 경험으로
그런 ‘목적’이 있는 소통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스킬과 트릭과 전략이 필요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그것이 보험 가입을 위한 설득이든
카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이든
책을 팔기 위한 광고이든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그 글에 얼마나 소통을 위한 ‘진심’을 담을 수 있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보험이든 카페이든 책이든
그 댓가로 얻는 매출과 이익 이상의 ‘무엇’을 전하는 것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롤(LOL)’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미쳐 날뛰는(롤 용어)’ 아들의 아이디 ‘free군’을 구하기 위해
과감히 그 마법의 구렁텅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모두가 그 중독성을 두려워하는 ‘롤’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일방적으로 ‘게임하지 마라’고 외치기 이전에
아들의 언어로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 결과가 중독이면 또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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