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 준비하기

겨울이 오고 있다

JC
Museion
4 min readOct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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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2019년에는 연봉 협상을 준비한다. 그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연봉 인상을 요청한 적은 없고, 이전 회사에서 승진(직급 변경)으로 인해 5% 올랐다.

이전 회사 이야기

이전 회사는 연봉 협상이 없고 당연히 연봉 인상도 없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어디 있냐 싶겠지만 그런 회사에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경력과 경험을 다지기 위해 연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협업 등을 배울 수 있는 회사였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 회사를 옮긴 지금도 당시 직원들과 연락을 하곤 한다.

더 이상 기술 발전이 없다고 느껴져 지금 회사로 옮기게 됐는데, 연봉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되게 됐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는 실력으로 평가받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실력은 연봉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면접을 볼 때 ‘연봉 인상이 없는 것은 그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복지비 만큼 실수령액을 조금 올리면서(이전 회사에서는 복지비가 없었다) 이직을 하게 됐다.

지금 회사 이야기

지금 회사에서는 내가 할 일이 많다. 직원은 더 많지만 개발자는 더 적은 회사이고, 성장하느라 코드 퀄리티에 신경을 덜 썼는지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레거시가 서비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고, 잘못된 설계가 시스템을 망치고 있었다. 코드 인계를 받기도 전에 장애를 해결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로그를 하나도 남기지 않던 코드여서 문제 파악이 어려움이 있던 터라 주요 지점에 로그를 남기기 시작했다. 시스템 관리자 분과 함께 몇 달 동안 고생한 결과 코드나 서버에서 발생하는 장애는 0에 가깝게 만들었다.

동기(sync)로 처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로직을 비동기(async)로 개선하도록 설계 변경을 제안해 제휴업체와 함께 개선했다. 대사 작업도 매일 진행하도록 변경하는 등 할 일이 많아서 지난 7개월 동안 심심한 적은 없었다.

웹 개발자의 이력 정리

설계 변경, 시스템 변경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코드를 만들기 위해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설계 변경은 내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 일이 되게 만들기 위해 업무 범위 외 노력을 한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설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시스템의 설계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 포인트를 친한 동료들과 고민하던 것이 지금 회사에서 설계 변경을 할 때 도움이 되었다.

코드 개발인 내 업무로만 보면 내가 만든 코드를 어떻게 경력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어렵다. 특히 웹 개발자는 성능 측정을 하기도 어렵다. A를 개선해서 성능 개선을 했지만 B로 인해 전체 성능이 저하됐다면(라이브러리 추가로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느려졌다면?) 나는 성능 개선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윤석찬 님께 이메일로 문의를 한 적이 있다. 아래에 링크한 석찬 님의 글은 이직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이력 정리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석찬 님은 내 고민에 대해 ‘자신이 찾은 문제 원인과 해결에 따른 업무 성과’를 정리를 하면 좋을 것이라는 답변을 주셨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7개월간의 업무를 정리하고 있다.

미리 준비하기

문제 원인과 해결에 따른 업무 성과를 미리 정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관련 내용을 bear 앱에 정리하다가 지금은 Nozbe에 프로젝트를 만들고, 문제와 해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미리 준비해야 겨울이 다가와도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내 실적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회사의 일이고, 나는 내 실적을 잘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봉 협상을 준비한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생각날 때마다

한국에서는 연봉 협상이 아닌 통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도 협상을 한 적이 없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될지, 내 성과에 대한 가치가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와 걱정이 된다.만약 내 실적에 대한 평가 없이 일괄 n% 인상 통보 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나도 회사에 반격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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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Museion

책 읽는 개발자. 아빠. 생산성, 책, 개발에 관한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