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선택.
인생이란 상차림.
자취생활만 8년 차에 접어드는 나에게 어머니의 밥상은 무척이나 그리운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어머니가 차린 아침을 먹고 자랐고, 다음 날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라왔다. 그저 눈 뜨면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어 놓으면 되는 편리한 삶이다.
그러나 잠시 ‘어머니의 밥상’이라는 주제를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옮겨 두고 얘기해보자.
식탁 위엔 ‘계란후라이’, ‘김치찌개’ 그리고 불고기까지..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집어 먹는다.
대체로 우리 정서에서 아침 식단을 정하는 일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권한이었다. 어쩌다 밥상머리에서 투정이라도 부리면 철없는 아이가 되기 일쑤였다.
이렇듯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부모(기성세대)가 제시한 답안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왔다.
바다건너 아이들이 매일 아침 토스트에 얹을 토핑과 드레싱 소스를 고민하느라 나름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은 자신이 케찹대신 실수로 뿌려놓은 타파스코 소스의 알싸한 매움도 스스로 감당해야만 한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이제 막 사회에 나오는 나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우리들이 무척이나 선택에 익숙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01)
마치 누군가 정해놓은 듯,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한다. 물론 ‘Do / Don’t’ 는 없다. ‘Can / Can’t’ 만이 있을 뿐.
02)
대학에 입학하면 마침내 인생의 자유를 얻을 것만 같지만, 졸업생을 기다리는 사회는 무척이나 차갑고 냉혹하다.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우리 인생의 황금같은 4년(혹은 그 이상)을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고 스펙’을 갖추기 위해 사용한다.
03)
대학을 마치자마자, 주어진 가이드를 잘 지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등급 구분이 시작된다. A 평가를 받은 학생은 A 등급의 직장에, B 등급의 평가를 받은 학생은 B 등급의 직장으로 가게 된다.
04)
A 등급을 받은 학생은 A 등급의 사회인이 되어 이제는 A 등급의 인생이 펼쳐질 것 같았는데….
몇 년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한 걸까?’
‘나는 지금 즐거운 걸까?’
그리고 깨닫게 된다. 비로소 우리가 엄청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것을. 더 이상 부모의 정답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그 동안 맹신하고 따라왔던 ‘등급’이라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누가 정해놓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약 30년쯤 살아가던 중에서야 드디어 생에 첫 선택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선택의 스트레스를 겪고 이겨온 사람과 비교하여 그렇지 못한 우리에게 ‘부담의 무게’란 어마어마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패와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은 본래의 크기보다 더욱 더 부풀려 보이고, 우리의 미래가 마치 희미한 등불처럼 아련히 먼 곳에 놓여져 있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우리는 모든 일의 선택에서 자유를 제약받으며 자라왔다.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 성공과 실패로 치부되었고, 등급으로 구분되어지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왜 그 ‘선택’이라는 게 목을 조이는 무서운 올가미가 되어버린 것일까?
어쩌면 지금이라도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샐러드 ‘타바스코 소스’처럼 눈 한번 딱 감고 물로 헹궈내면 되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자꾸 이리 움츠러들게 되는 걸까?
나의 선택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르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진다.’ 만큼 공평무사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지금 시작하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남에게 의지하고, 맡겨왔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정말 우리의 인생을 스스로 끌어나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부터 내가 선택한 일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선택하자. 겁을 내며 초조해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많은 것들을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판도라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약 그녀가 호기심에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상자 속을 궁금해하며 불행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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