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이리얼트립 개발 조직의 변화와 성과 대한 회고-1편 : 코로나 위기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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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we build MyRealTrip
17 min readFeb 22, 2021

안녕하세요. 마이리얼트립의 CTO를 맡고 있는 정재훈입니다.

2020년,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이리얼트립의 개발 조직에 있었던 변화와 성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제가 꿈꾸는 서비스, 기술, 조직문화에 대한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가 어떻게 성장하였고, 어떻게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마이리얼트립에 오기까지

저는 정말 작은 SI 업체에서 처음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요즘 표현으로는 흙수저(?)로 개발 인생을 시작했고, 2007년 네이버에 입사해 처음으로 대규모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시스템들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제가 속한 팀이 (하나의 서비스를 위해) 운영하는 서버가 3,000대가 넘었고 그 당시 단일팀 단위로 볼 때,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서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에서는 많은 서버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서비스 기술들이 요구되었어요. 2013년도 쿠팡의 전체 서버가 20대를 넘지 않았으니, 비교가 되시죠? (물론 지금은 쿠팡은 정말 많은 서버와 서비스를 다루고 있는 최고의 테크 회사입니다. ) 2013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흐를때, 쿠팡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쿠팡은 작은 스타트업이라서 네이버 보다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더 쉽고, 자유롭게 발휘되는 환경이었고 쿠팡이 꿈꾸는 개발문화가 좋아 쿠팡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쿠팡에 있는 7년 동안, 정말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관여하면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리딩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고, 무엇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기술의 시작과 끝(?)을 전체적으로 경험해보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성장 stage마다 회사가 고민하는 기술들이 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매번 저의 한계를 초과하는 미션들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저 스스로 한계를 뚫고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많은 개발/운영 표준을 수립하고, 기반 플랫폼들을 후회 없이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쿠팡에 대하여 아직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팡에 재직 중이던 때 2019년 지인을 통해서 마이리얼트립이라는 회사의 CTO를 제안받았습니다. 스스로 업계에서 그렇게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제안을 받게 되어 무척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많이 여행을 다니는 편도 아니라서 남들이 흔하게 가는 해외여행도 많이 가지 않았어요. 당연히 이 업계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한 호기심과 가벼운 마음으로 마이리얼트립의 경영진분들을 만나본것 같습니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해서 좋았고, 무엇보다 여행이라는 세계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가벼운 호기심이 제 인생을 다시 한번 바꿔놓을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을 선택한 이유

그 당시 쿠팡을 뒤로하고 마이리얼트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째, 여행 시장의 크기가 제가 알고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엄청난 시장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서 사용하는 시장 볼륨이 2019년 기준으로 45조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out-bound 여행 시장이고, 이런 시장이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흔히들 ‘시장(업황)을 이기는 회사가 없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마이리얼트립은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에서, 그것도 엄청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한가운데 있는 회사였습니다.

둘째, 마이리얼트립이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포지션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의 여행 시장은 이커머스 시장이 그랬듯이 오프라인 기반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여행의 대중화로 인하여 정보의 불균형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패키지 기반의 여행이 자유여행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최정점에 있습니다. 300~400%의 성장세를 매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마이리얼트립의 selection에 주목하였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여행사에 속하지 않은 많은 개인 가이드분들이 마이리얼트립 생태계 안에 존재하고 있고, 개인 가이드분들의 상품은 충분히 유니크하고, 퀄리티가 우수합니다. 이런 가이드분들의 숫자는 경쟁사를 압도할 정도로 많이 있었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숙박/항공 분야보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Tour/Activity 분야에서 압도적인 Selection을 가지고 있는 마이리얼트립이라면 해외 OTA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Tour/Activity를 기반으로 한인 민박과 항공 시장에서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넷째, 기존의 여행 시장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릴 정도로 인력 기반의 시장인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한 번도 최고의 기술 인력들이 진입한 적이 없는 시장입니다. 수십 년 동안 시스템들은 변하지 않았고, 이런 낙후된 시스템으로 발생하는 공백들은 사람에 의해서 채워졌습니다. 많은 레거시를 가진 전통 강자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장인 거지요. 저는 이런 시장이라면 향후 몇년안에 후발주자들이 절대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장벽을 만들수 있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섯째, 제가 경험해보지 않는 영역에 대한 성장/도전을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성장을 하였다면, 쿠팡에서는 시스템 아키텍트이자 매니저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정말 좋은 기술과 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책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어릴 때부터 있었나 봅니다.) 정당한 노력에 공정한 보상을 받는 회사, 회사와 나의 성장이 일원화되고,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 어떤 편견과 제약도 없이 일에 집중하고, 성과에 집중할 집중할 수 있는 회사,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좋은 동료들과 즐거운 일을 한다는 기대감에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즐거운 그런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맞이한 코로나 위기

마이리얼트립이 Travel Tech Leader 회사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 입사 후 크게 세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첫째, 채용 Process를 정리하고, 채용의 Bar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였습니다. 개발 조직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서비스와 문화를 위해서 채용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또한 면접관마다 조금씩 다른 인재상과 Bar를 통일하고, 그 Bar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둘째. 프로덕트 로드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 당시 여느 스타트업들이 비슷하겠지만, 할 일은 정말 많은데 개발 인력은 부족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사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가 빠르게 독점적 지위를 확보 위해서는 개발자의 노력이 일회성 비용보다는 기초를 튼튼히 쌓는데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는 곳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객을 정의하고, 그 고객을 위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제품의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셋째, 개발 조직의 구조와 프로세스를 성과에 집중하고,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집중을 하였습니다. 장기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 로드맵에 맞추어 조직의 구조를 변경하고, 각 도메인마다 전담 PO를 두어서 특정 도메인에 집중하고 더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사 조직에 OKR을 도입하여 전체 조직이 같은 목표 공유하고, 얼라인하여,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고객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홈런을 칠수 있는 타석을 보다 많이 만드는 것, 그리고 홈런을 칠 수 있는 확률을 높기 위한 ‘핵심가치’, ‘OKR’, ‘애자일’과 같은 다양한 방법론을 다른 경영진과 함께 도입하였습니다.

이로써 Travel Tech Leader가 되기 위한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다고 할까요? 이제 앞으로 좋은 사람들을 뽑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 일만 남았습니다.

입사 후 처음 몇 달은 정말 하늘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연단위로 300%~400% 정도 성장하고, 손을 대는 곳마다 모든 지표들이 날아갈 듯 좋아졌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1월부터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 나라의 도시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봉쇄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죠. 이때까지만 해도 메르스, 사스처럼 몇 달의 시간이 지나면 차츰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는 정말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하여 봉쇄되고,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찾기 위해 몇 시간 대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회사의 매출은 2020년 1월 최고점을 찍고, 가파르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하루 예약이 40건 미만인 날도 있었고, 월 단위 매출이 2020년 1월 대비하여 97%가 증발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짧은 기간에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 전사의 목표를 국내여행, 그중에서 제주에 집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가 국내 여행 중에서도 제주에 집중한 이유는 제주의 내국인 여행시장이 연 6조 원의 규모를 형성하는 큰 시장이었고, 항공/숙박/투어&액티비티를 모두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회사가 해외여행에서 쌓은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해외여행에 집중한 회사였기 때문에 국내 상품이 극소수였고, 고객들의 인식도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 이지 ‘국내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이 때부터 제품조직은 생존을 위해서 달려야 했고 되돌아보면 모든 전사 조직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집중을 한 시기여서, 특별한 불안감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

Mission 1. 국내의 모든 여행을 상품을 확보하라 (200개가 수만 개로)

일반적으로 제한된 Selection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needs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항공/숙박/투어&액티비티의 모든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Selection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 당시 우리 회사의 각 도메인마다 조금씩 다른 Pain Point들이 존재하였는데, 이러한 Pain Point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상품을 확보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항공

일반적으로 국제선은 발권 중개 플랫폼들을 통해 항공권을 발권하지만, 국내선은 개별 항공사를 직접 연동하여 항공권을 발권합니다. 이 당시 우리 회사는 해외 항공에 집중을 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대형 국적항공사를 제외하고는 연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한된 상품만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시간 안에 모든 항공사를 연동함으로써, 국내에서 팔리는 모든 항공권을 확보하였습니다. 또한 항공권 구매 단계에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렇게 파악된 문제를 해결함으로 각 단계에서의 Conversion Rate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이러한 노력으로 덕분에 우리는 스카이스캐너에서 팔리는 김포-제주 노선의 점유율을 50% 가까지 끌어오리는 성과를 달성하게 됩니다. 이 당시 매주 단위로 국내 항공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고,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서 우리가 얻은 성과라서 정말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

투어&액티비티

우리는 투어&액티비티 상품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의 다양한 액티비티/골프/미식 중개 플랫폼과 협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회사에 없는 우리만의 유니크한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국에 있는 특색 있는 상품을 직접 발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업/운영/제품 조직이 진심으로 노력한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 200개의 국내여행 투어&액티비티 상품이 한 분기만에 일 천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 당시 우리에게는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상품 연동 시스템이 유연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아, 하나의 연동사가 추가할 때마다 한달 정도의 시스템 연동 작업을 매번 해야했습니다. 이 당시 우리의 목표는 국내 대부분의 여행 상품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반복적 작업은 우리의 목표를 가로막는 최대의 기술적인 난제였습니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지원하는 새로운 연동 시스템을 빠르게 개발하여 어떤 연동사라도 단 며칠 안에 연동할 수 있는 기술적인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고객으로부터 예약/취소가 발생할 경우 외부 연동사에게 해당 예약/취소 정보를 100% 전달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동기 방식의 API/Event Call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애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동기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취소/예약 이벤트가 연동사로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였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외부 연동사의 상품을 우리 내부 시스템에 등록할 때 수작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한 개의 상품을 등록하기까지 최소 30분~60분의 시간이 소요가 되었습니다. 최근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연동 상품을 등록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크게 개선하였습니다. 기술로 10X의 성과를 만든 순간이어서 정말 뿌듯하였습니다.

숙박

작년 초, 우리 회사는 해외 여행 고객을 위해 한인 민박으로 운영되는 입점 숙소를 제외하고는 국내 숙박 상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업 팀에서는 정말 몸으로 뛰어가며 제주도의 유니크한 숙박 상품을 소싱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유니크한 숙박상품을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단기간 안에 대량의 숙박상품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숙박중개 플랫폼 업체(B2B)을 통해 대량의 숙박상품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였지만, 우리에게 없는 시스템이라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였습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우리가 국내 숙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대국민 숙박 할인’ 이라는 프로모션 기간 안에 전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과 땀으로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우리 제품 조직의 구성원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결국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1만 5000개 이상의 국내 숙박상품을 확보하고, 대국민 숙박할인 프로모션을 통해서 우리 회사도 숙박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되돌아보니,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를 이겨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제품 조직의 모든 구성원분들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Mission 2. 고객에게 국내여행 플랫폼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기.

우리가 이렇게 힘든 노력들을 통하여 국내 최대 수준의 국내상품을 확보하였지만, 생각보다 거래액이 가파르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가 더 절망적이었습니다. 판매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힘들게 쌓아올린 “해외여행=마이리얼트립” 이라는 인식이었고, 이게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우리가 가진 모든 강점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쌓아가기로 결정을 합니다. 무엇보다 거래액이 2020년 1월 대비하여 97% 정도 떨어진 상태라서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었습니다. 사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더 가까웠다고 할까요? 그때 정말 정신없이 움직였어요.

첫 번째 우리가 시도한 것은 국내여행 상품을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해서 ‘국내여행 메인 홈’ 버티컬을 추가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정말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상호 통신하는 우아한 페이지가 아닌 말 그대로 글씨와 이미지만 존재하는 정적인 페이지를 만들었고, 이것을 우리 서비스의 ‘국내여행 메인 홈’ 페이지로 삼았습니다. 이 정적인 페이지를 이용해서 국내의 도시와 상품들을 실험하고, 국내여행의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래는 우리가 당시 추가한 ‘국내여행’ 버티컬과 해당 페이지입니다.

급조하여 만든 ‘국내여행 메인 홈’과 별개로 제품 조직에서는 정말 제대로 국내여행 상품 탐색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메인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우리 서비스의 문제는 국내 상품이 있다는 것을 고객이 알아보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전략은 사용자에게 우리에게도 국내상품을 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메인 페이지를 개선하였습니다. 또한 메인페이지에서 보여주는 도시와 링크들은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국내여행 실험을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아래 메인 홈의 변화가 명확하게 보이시나요?

공교롭게도 이 시기쯤 우리가 국내 모든 항공사와 연동을 완료하고 스카이스캐너에도 막 입점을 한 시기였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요? 지금까지 하락하기만 하던 거래액이 V자 반등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 발생이후 처음으로 만들어낸 반등이었습니다. 이 힘든 시기에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낸 성과를 보면서 굉장히 고무적이었고,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만들어낸 투자, 희망의 불씨를 살리다.

우리가 국내여행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거래액의 V자 반등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 회사는 2020년 Q2 투자유치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것도 코로나 한복판에서 투자를 받기를 시도한 거죠. 사실 회사의 현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무조건 성공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때의 상황이 많이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회사들(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모두 ‘이런 과정 속에서 회사를 키워왔구나!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 정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라서 의욕적으로 부딪쳐나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욕과 다르게 외부의 상황은 우리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상태로 내려가고 있었고, 각 나라들은 국경을 폐쇄한 상태라서 여행업의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투자 라운드를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행의 수요가 돌아온다는 확신만 있다면 지금이 여행업에 투자하기 가장 투자하기 좋은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은 코로나에 가장 잘 대처하는 나라였고, 우리 회사는 여행이 멈춘 세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응하는 여행 플랫폼 중 하나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2020년 7월에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하여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4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존 회사 밸류의 3배 가까운 밸류를 만들어냄으로써, 마이리얼트립이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하는 회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이 당시 어느 투자자분이 지나가면서 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 “코로나 시기에 그것도 여행업에 있는 마이리얼트립이 다른 어떤 회사보다 가장 빠르게 투자 라운드를 시작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다음 편에서는

앞서 말씀 드린 내용들은 마이리얼트립을 선택한 이유와 입사 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들에 대해 소개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규 투자가 확정 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만들어 온 변화와 성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이 글은 2020년 개발 조직의 변화와 성과 대한 회고-2편 : NO.1 Travel Tech Leader를 향한 도전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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