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우아한 조직 문화 이야기

주요한
주요한
Aug 22 · 9 min read

‘조직의 문화’ 라는 단어, 다소 광범위하고 모호한 단어입니다. 사전적 정의를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최근 기업들 전반에 걸쳐 왜 이런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는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취업, 혹은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의 대표적인 것들로는 ‘연봉의 수준’, ‘직원 복지제도’, 와 ‘성장의 기회’ 등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조직의 문화는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컨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IT업체들은 빠른 성장을 가지며 인재에 목말라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업계 전반에 걸쳐 연봉이 크게 인상되는 트렌드가 있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분명한 처방이고, 그 마저도 업계 평균이 다 같이 올라가는 바람에 일종의 제로썸(zero-sum) 게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금전적인 보상 외에 다른 조직의 문화를 개선하는 것으로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문화라는 키워드가 대두된 배경은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기업들의 조직 문화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조직의 문화 자체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가장 최선은 기업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 기업이 하는 행동과 일관성을 통해 짐작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국내 최고의 IT기업으로 평가받는 <우아한 형제들>(이하 배민)의 조직 문화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배민에서는 3년 전부터 <우아한테크코스>라는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인데요. 1년간의 교육 과정을 업체에서 전액 부담 중인데, 프로그램을 마치고 배민에 잔류하는게 필수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업체의 신입 직원을 열심히 교육하는 중일 수 있는데, 어떤 조직 문화가 배경이 되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우아한테크코스의 임동준 코치님을 인터뷰해 살펴보았습니다.

Interview

우아한테크코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프로그래밍에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1인의 몫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과정입니다. 현재는 시작한지 3년 정도가 되었고, 한 기수 당 1년간 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육비는 매달 1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는 배민에서 전액 부담합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소개 유튜브 영상

그 안에서 동준님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겸 교육자의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회사 분위기 상 본인이 희망하면 다양한 업무를 시도해볼 수 있어서 직무와 상관 없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교육 매니저의 역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내 다른 직원이나, 외부의 개발자 분들을 대상으로 개발 관련 전문성, 노하우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이를 컨텐츠로 만들어 교육생 분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교육 매니저 역할은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하면서 수요가 있었는데요. 코치들도 몇십년씩 일을 해본게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외부나 내부에서 대신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물어보는거죠. 지인의 지인을 거치는 등, 최대한 네트워킹을 통해 해결하는 중입니다.

우아한 테크코스 임동준 코치님

먼저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한 배경이궁금합니다.

배민의 중요한 아이덴티티는 ‘푸드테크'회사입니다. 기술 위에서 음식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요. 단순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넘어서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 라이더스' , 배달 로봇 ‘딜리타워’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새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항상 개발자가 부족했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서비스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도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데, 그들을 무작정 신사업으로 배치할 수 없으니까요. 더욱이 딜리버리 히어로즈로 합병하면서 글로벌 회사로 나아가려다 보니 이런 개발자 부족 문제가 더욱 대두되었습니다.

사실 개발자 부족 문제 자체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입니다. 전체 파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회사의 개발자를 데려오는 것은 제로섬 게임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꾸준히 발생했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회사 차원에서 받아들인 셈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좋은 교육을 제공해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하고, 그 인력을 회사로 데려오자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은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나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주도한 분은 지금의 김범준 CEO님입니다. 교육에 대한 니즈가 있으셨고, CTO 출신이라 기술에 대한 이해도 자체도 높았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뭔가 회사에 지장이 갈 정도로 크게 운영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리소스의 부담이 없을 정도로 소규모로 시작을 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전 대표(왼쪽)와 김범준 신임 대표(오른쪽)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현장의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에서 먼저 시도해보았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백엔드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았고, 그래서 먼저 시도해보았습니다. 2년간 백엔드 코스를 운영해보니 실제로 수료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고, 현장에서도 일을 잘하셔서 프론트엔드로 확장했습니다. 양적인 결과 보다는 질을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코스를 개설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 듣고 싶습니다.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나요?

블로그 상의 내용이 실제 교육 과정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몇 가지 강조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저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협업’입니다. 실제 배민의 개발팀에서도 굉장히 많이 강조가 되는 부분이고, 그렇게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최대한 습득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협업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혼자 수행하는 미션 자체를 두지 않았습니다. 모든 미션은 페어로 진행하게 해서 자연스레 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게 했고, 코딩을 할 때 코드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남이 이해하기 좋은 코드 작성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또 남들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에 글쓰기(기술블로그 작성)와 말하기(테코톡, 방송)같은 소프트스킬 교육 과정이 포함됩니다.

유튜브 채널 <우아한Tech>에서 수강생분들의 테크토크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협업은 배민에서 굉장히 강조하는 포인트입니다. 스타 보다는 팀워크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생 분들에게도 혼자서 대단한걸 만들었는지가 아닌, 찐한 협업을 가졌는지를 위주로 평가합니다. 이런 중요성을 단순히 말로만 전달하는게 아니라 협업을 위한 규칙을 만드는 법, 이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법 등을 계속 논의해서 교육생들 스스로가 협업에 익숙해지게끔 합니다.

교육 과정 설명에 있는 좋은 코드 작성법, 테스트 주도 개발 등 너무 좋은 내용입니다. 다만 저도 회사에서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일정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보니 급할 땐 생략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배민에서는 급한 일정에서도 이를 지켜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실제 현장에서도 협업 만큼이나 강조되는 포인트들인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마찬가지로 개발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고, 일정도 쫓기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이상적으로 적용하기란 무척 힘듭니다. 여유가 있어야 좋은 개발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소스가 허용되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반면 교육 과정은 실제 현장과는 다릅니다. 이상적인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게 가능한 것인데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동시에 우아한테크코스가 추구하는 좋은 개발 문화를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진의 역할입니다.

한편으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장에서는 이런 철학들을 지키긴 어렵기 때문에 점점 도외시 될 위험도 있을텐데,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생들이 배민에 많이 들어와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지켜준다면 배민 철학의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해볼 수도 있습니다. 배민이 아닌 다른 곳에 취업하는 교육생들도 배민의 문화를 자연스레 퍼트리고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에 기여하게 되겠죠.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기대하고 교육을 진행 중이겠네요. 그렇다면 실제 현장을 교육 환경에 녹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현장 경험이 있는 교육진’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우아한테크코스가 기획될 당시 팀원의 자격 요건이 최소 2~3년의 현장 경험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외에도 습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장의 메세지를 담아오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입니다. 교육 콘텐츠를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오기 위해 자주 소통을 하고, 수료한 학생 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모아 교육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등, 여러 장치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배민의 조직 문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다른 회사를 다녀보지는 않아서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팀의 자랑이라 하면 자유도가 높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학생이던, 교육진이던 생각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해보고 싶은 시도들, 변화들을 이야기하고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교육 업계의 암묵지(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를 온보딩 문서화 시키는 작업을 수행 중인데요. 교육업 특성상 교육자들의 전문적인 부분이나 컨텐츠 설계에서는 암묵지들이 많은데, 구두로 전달하기엔 문제가 없지만 문서로 남겨지지 않거나 남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관심이 있어서 팀에 암묵지를 좋은 온보딩 문서로 만들어보겠다 요청했고, 받아들여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특히나 외부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해보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습니다. 팀 차원에서의 배려가 크죠.

역시 갓배민… 긴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clusion

많은 기업들이 홍보 자료나 채용 게시글을 통해 자사의 조직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겠죠. 우리는 쏟아지는 홍보성 자료들이 아닌, 그 기업의 여러 정책들과 일관성, 재직자들의 평가 등을 통해 조직 문화를 가늠합니다.

오늘 준비한 인터뷰에서 짐작되는 배민의 문화, 협업에 대한 강조와 이를 가능하게 할 구체적인 스킬들, 그리고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있는 우아한테크코스의 이야기를 통해 배민의 조직 문화에 대한 진정성이 전달되었길 바라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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