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입가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어른의 자욱을 좀 씻어냈다. 밤새 입가로 흐르던 그 것들은 내 소매를 빨갛게 만들었다. 나는 욕설을 뱉아내고 거울속 퉁퉁 부은 내 볼 한짝을 살펴봤다.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을 만큼 흉측하게 부었다. 존재감도 없이 꼭꼭 숨어있던 이빨 두짝은 내게서 떠나고 나서야 빈자리를 드러낸 것이다. 옹졸하게도.
얼마 전 나는 장례식장에 있었다. 검은색 한복을 입었는데, 내게 잘어울리는것 같아 거울앞에서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장례식장’에서 생전 처음입어보는 검은색 한복을 입고 그런 역겨운 짓을 한 이유는, 내 엄마의 남편되는 사람의 여동생의 큰언니의 아빠의 부인되는사람이 돌아가셔서였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우리 할머니말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였다.
십년도 더된 낡아빠진 기억속의 그녀는 작은 체구에 쳐진 젖을 달고 특유의 억양으로 내이름을 불러대곤 했다. 다정히 대답하려해도 그러지 못했던 날카로운 이질감은 내 머릿속 그녀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었고 그녀를 보지 못했던 지난 십년간 그녀에 대한 한톨의 생각조차 없었다. 그녀는 내게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상이었다. 그런 일상에서 갑자기 나는 그녀를 위한 자리에 와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교회에서 온사람들의 노랫소리 따위가 나를 더 멍하게 만들었다.
이틀정도를 멍하게 보내고 삼일째되던날, 나는 그녀가 누워있는 차가워보이는 침대가에 서있게 되었다. 그녀의 앙상한 발치였다. 무서움같은건 없었다. 그저 억눌려있던 무엇인가가 오열하던 그녀의 딸에 겹쳐졌다.
그 때 나는 조금 울었던 것도 같다.
거울을 내려놓고 잔뜩 부어있는 오른쪽 볼에 살며시 손을 올려 놓았다. 메스꺼운 치과냄새가 아직도 코끝을 맴돈다.
있던게 없어진다는 것은 이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