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하드씽/>

대혼돈의 Web3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히어로 — 커뮤니티 디자이너

오픈소스 하드포크 전쟁, 하지만 커뮤니티는 포크로 찍을 수 없지

Sujin Keen
nonc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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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Web3 빌더는 서로 닮았고, 불행한 Web3 빌더는 제각각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명언을 빌리자면, 불행한 웹3 빌더는 커뮤니티에 대해 제각각 갈피를 못 잡고있다. 반면에 성공한 웹3 빌더는 커뮤니티 기반이 탄탄한 점이 닮았다.

대부분 웹3 빌더의 삶은 불행하다. 제품 로드맵 잡기도 어려운데, 커뮤니티 마음을 잡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포킹, 해킹, 노드 중지 등 각종 우여곡절을 겪고도 건재한 커뮤니티들이 있다.

성공적인 웹3 빌더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커뮤니티 멤버들의 지지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웹3 빌더들이 GitHub 뿐 아니라, 디스코드 커뮤니티에도 꾸준히 커밋하기를 바라며,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web3 하드씽/> 시리즈를 시작해 본다.

3줄 요약

  1. 오픈소스 시대, 프로덕트 코드가 통째로 3일만에도 포크되는 시대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만큼은 유일하게 포크되지 않는 차별화 요소이다.
  2. 웹3에서는 Read, Write를 넘어서 Own까지 가능해지며, 고객들이 투자자로서 프로덕트 성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함께 공유한다.
  3. 성공적인 Web3 프로덕트의 핵심은 빌더가 모든 것을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이 자발적 참여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01 오픈소스의 축복인가? 하드포킹의 저주인가?

스시스왑은 한 커뮤니티 유저의 트윗으로 시작되었다. 아래 트위터를 본 익명의 개발자 셰프노미는 무려 3일 만에 스시를 포크로 찍어먹듯, 업계 1위인 유니스왑을 포킹하여 스시스왑을 세상에 내보인다.

UniSwap을 포킹해서 다른 DEX 하나 만들어보면 어때? 그리고 역사는 실행하는 자의 것이다.

파급력은 엄청났다. 투자자들이 몰려서 일주일만에 $1BL TVL을 확보하며 한때 업계 Top2 까지 자리 잡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당연히 코드만 카피해서는 커뮤니티가 움직이지 않는다. 스시스왑은 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분배하여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을 강조하며 커뮤니티를 키웠다.

UniSwap 유저들 대상으로 뱀파이어 어택하는 SushiSwap

웹2 시대에 개발은 신성한 영역이었다. 프로덕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인해전술이 있어야 했다. 몸값 비싼 개발자들을 모셔오려면, 그만큼 충분한 자본도 끌어와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익명의 개발자 1명이 3일만에 Dex(탈중앙 거래소)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왔다.

웹3의 오픈소스 문화 덕분에 이런 축복이 가능해졌다. 누구나 공개된 코드를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포크(젓가락, 숟가락 말고)라고 부르고 있다. 어렵게 소스 코드를 얻던 시절이 지나고, 복붙 코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건 오히려 하드포킹의 저주가 아니냐고? 이렇게 쉽게 하드포킹 당할거면 웹3 창업하면 안되는거 아닌지? 걱정하지 말아라. 스시스왑의 진짜 교훈은 셰프노미의 최후에서 드러난다. 커뮤니티로 흥했지만, 커뮤니티로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1년 12월 스시스왑 리더십의 불투명 구조에 대해 문제 제기한 프로포절이 커뮤니티 포럼에 올라온다. 커뮤니티 멤버들의 반발은 컸고 결국 2022년 1월 커뮤니티에 셰프노미를 CEO자리를 물러나게 된다. 커뮤니티로 시작해서 커뮤니티로 끝난 완벽한 수미상관!

포크는 존재한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찍을 수 없다

#02 커뮤니티가 뭣이 중한지 모른다면, 고개를 들어 웹의 역사를 보게하라

스시스왑을 보듯이 커뮤니티는 프로덕트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그런데 개발자 중심 빌더들은 커뮤니티 문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는 한다. 이들은 언제든 찍어먹힐 준비가 된 프로덕트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일을 이렇게 뒤로 미루면서 말이다.

🤓 커뮤니티 운영, 그거 그냥 질의응답만 답변하면 되는 거 아니야?
🤬 불만분자 한 명이 분위기를 다 흐리면 어쩌려고 커뮤니티를 열어?
🤯 아 복잡하다. 그냥 커뮤니티 없이 더 놀라운 제품을 만들면 안되나?

이런 커뮤니티 불신론자들을 위해서 먼저 웹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웹이 왜 더 많은 사람들의 자유와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오고 있는지? 왜 Product Driven에서 Community Driven으로 힘이 이동하고 있는지 말이다.

웹3 시대 마케팅 지형 변화

Web 1.0 |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창의적 카피라이터

  • 웹1.0 시대는 어떤 정보가 온라인에 전시된 것만으로도 혁신이었다. 이때의 웹은 읽기만 가능했다. 그래서 기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가 곧 브랜드가 되던 시대였다. 우리는 이 설득의 대상을 소비자라 불러왔다.
  • 이 때의 기업은 마케팅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했다. 그리하여 드라마 MAD MEN에 등장할 것 같은 기발한 광고 기획자들이 웹1.0 마케팅의 주역이었다. 그들은 광고 카피 하나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하지만 웹1.0 시대의 소비자는 기업의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공개적인 웹 공간에서 의견을 표출할 수 없는 피동적 존재였다. 피드백을 보내려면 우편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등 오프라인 시대로 회귀해야 했다.

Web 2.0 | 유저의 클릭을 설계하는 과학적 그로스해커

  • 웹2.0의 개국공신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ocial Media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웹2에서 쓰고, 활동하는 유저라는 계층이 생기게 된다. 이로써 웹1.0에서는 보장되지 않던 의견을 내는 자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 그러자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여러 채널에 걸친 유저들의 의견을 분석하고, 채널에 맞게 타겟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웹2.0 시대에는 그로스해커라고 불리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마케팅의 주역이 되었다. 이들은 유저들의 스크롤 타임까지 분석해서 치밀하게 타게팅했다.
  • 웹2.0으로 넘어오면서 이전보다 고객의 위상은 높아졌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는데, ‘돈의 흐름’이 기업들, 그 중에서도 소수의 경영진들 사이에서만 국한되도록 설계되었다. 고객들이 목소리는 낼 수 있지만 소유권을 가지진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훗날 인터넷의 원죄 라고 불린다.

Web 3.0 | 홀더와 한 배를 타는 공생적 커뮤니티 디자이너

  • 웹3.0 시대로 넘어오면서 크립토의 등장과 Ownership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고객들도 비로소 초기 토큰에 투자하면서 프로젝트의 오너십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들을 이제 홀더라고 부른다.
  • Web2 시대가 플랫폼에 권력이 집중되었다면, Web 3로 통칭되는 혁신은 소유권이 유저에게 돌아가도록 더 공정하게 가치를 배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웹3 고객 페르소나는 이전 웹2와 달리 A/B 테스트 판에서 단순히 클릭으로 반응하는 피동적 유저가 아니다. 고객이자 곧 투자자로서 제품의 오너십을 가지고 프로덕트의 성장에 한 배를 탄 계층이다.
  • 제품의 성장이 곧 나의 지갑의 두둑함으로 이어지는 웹3 홀더들은 제품의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고, 적극적으로 옹호해 주기도 하고, 아무리 하락장이 와도 토큰 가격의 하방 지지선이 되어주기도 한다.
  • 물론 토큰을 보유했다고 누구나 오너십이 넘치는 기여자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웹3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뉴비 멤버들을 환대해주고, 기여할 맛이 나는 거버넌스 구조를 세팅하면서 커뮤니티와 공생하는 컨트리뷰터들을 육성한다.

#03 행복한 빌더는 혼자 하드워킹 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멤버의 기여를 자극하라

실제로 웹3 세계에서 성공한 많은 프로덕트는 빌더 자체가 훌륭한 커뮤니티 디자이너였다. 뒤에 나오는 예시를 보면, 커뮤니티의 약간의 탈중앙 소금을 적재적소 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빌더들이 모든 일을 직접 하려 하지 않는다.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후 커뮤니티 멤버들이 기여하도록 기다렸다. 웹3 프로덕트는 주인이 있는듯 없는 듯 해야 매력적이다.

Bitcoin | 창업자가 누군지 몰라도, 커뮤니티 멤버가 직접 내러티브를 만들어가지

  • 익명의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Electronic Cash라고 2009년 백서에서 최초로 명명했다. 비록 창시자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성적으로 토론했다.
  • 그리하여 아래 차트처럼 <프로그래머블 공유 데이터베이스>, <크립토 기축 통화>, <검열저항적 금> 등 비트코인의 브랜드 내러티브는 꾸준하게 진화해왔다. 비트코인이야말로 창시자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주도로 프로토콜이 발전한 최초의 사례이다.
  • 한편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은 사실 꽤나 관종이다. 그는 타임지의 표지 출연도 기꺼이 승락하고 종종 무대 위에서 랩도 한다. 하지만 커뮤니티 자체는 비탈릭이 없어도 굴러간다. 가령 이더리움의 킬러앱이 된 DeFi의 최초 도입은 비탈릭과 별개로 Maker DAO에서 시작되었다. 이더리움을 Money Lego로 부흥을 이끈 것은 창시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멤버인 것이다.
연도별 비트코인의 내러티브 변화 (source: other internet)

Osmosis | 빌더가 DeFi를 외계어로 설명한다면, 멤버 주도의 Marketing DAO가 직접 교육을 기획하지

  • Osmosis는 이름 그대로 삼투 현상이다;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이 세포막을 통과해서 이동하는 현상. 서로 다른 두개의 Swap Pool을 세심하게 관장하는 실험실 포스를 풍기고 있다. 유려한 브랜딩과 UX와 함께 코스모스 체인에서 강력한 커뮤니티 지지를 받으며 한때 업계 Top2까지 오르기도 했다.
  • 문제는 브랜딩은 번지르르 하지만, 프로덕트와 고객 사이에서 괴리가 있었다. 원래 DeFi는 누구라도 최상위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초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상위 수준의 금융 지식을 가져야만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서, 실제로 “누구나" 쓰기는 어렵다.
  • 특히 빌더들은 오래동안 제품을 설계하면서 오히려 지식의 저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중심의 마케팅 DAO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커뮤니티 멤버들이다. 그래서 DEX 최초로 디파이 초보 유저의 교육을 돕는 DAO가 탄생하게 된다.

Pool Together | 빌더가 투자로 어려움을 겪을 때, 커뮤니티 멤버가 새로운 투자자도 끌어주지

  • 로터리 기반의 디파이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풀투게더는 홀더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추첨하여 보상을 준다. 매주 새로운 선물을 가져다주는 존재부터 고객 친화적인 프로덕트이다. 이런 재밌는 이벤트 때문에 풀투게더도 디파이 초보 유저들을 위한 gateway의 역할을 하고 있다.
  • 풀투게더 팀의 업무 철학은 “working in public as much as possible”이다. 그래서 온라인 워크스페이스도 진작에 슬랙에서 디스코드로 옮겼다. 확실히 개발 스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슬랙이 유용할 것이다.하지만 커뮤니티 철학을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디스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 그리하여 커뮤니티 멤버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며, 점차 코어팀과 커뮤니티 멤버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작게는 UI/UX에 대한 제품 방향성부터, 크게는 좋은 VC 투자자까지 커뮤니티 멤버를 통해 연결된다. 오너십을 가진 커뮤니티 멤버들의 집단 지성은 실로 효력이 있다.
커뮤니티 멤버들이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풀투게더 디자인. 이모지 보팅을 자주 활용하라!
투자자까지 연결해주고, 지분구조 전략도 짜주는 커뮤니티 멤버들

지금까지 커뮤니티 시대의 도래한 정당성을 역사까지 되짚어 보며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탈중앙화된 커뮤니티를 어떻게 해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web3 하드씽/> 다음 편은 최소한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위한 MVC (Minimum Viable Community)의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도록 하자.

Come for the articles? Stay for the community

<Web3 하드씽/>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모호한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일을 함께 정의해가요! 많은 클랩과 구독을 부탁합니다. (아니면 짤릴지도 몰라요)

Author | Sujin Keen
Web3.0 시대 바람직한 커뮤니티 문화를 위해 오늘도 타이핑을 칩니다.

Special thanks to 소피아, 다행 for your kind proof readings
Inspired by Headless Brand, Pool Together Research from Other 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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