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백데이 D-4, 마케팅할 준비되셨나요?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 분석 하에 만들어지는 중국의 신명절들

Pingping Wang
One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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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에 있어 ‘명절’은 상품을 판매하고 마케팅하는 절호의 찬스다. 새해, 추석에 여러 백화점과 브랜드 기업이 앞다퉈 상품 홍보를 하며 판매를 촉진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명절만으로는 소비촉진에 한계를 느끼기에 이른다. 그래서 더 많은 소비를 위한 새로운 명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3.7 여성의날(女生节; 4월 8일 여성의 날과는 다르다. 이 날은 젊은 여성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5.1 먹방데이(吃货节), 5.20 고백절(告白节/网络情人节), 5.30 왕홍절(网红节), 6.18 구매광환절(购物狂欢节), 8.3 남성의날(男人节), 8.8 현금없는 날(无现金日), 8.18 핸드폰데이(手机节), 9.12 사랑을 표현하는 날(示爱节), 10.10 귀요미데이(卖萌节), 11.11 광군절(光棍节) 등.

이중에는 기업들이 자체 명절을 만든 경우도 많다. 샤오미는 4.16 샤오미데이(米粉节), 징동은 6.18 광환절(狂欢节), 타오바오는 솽스이(11.11 光棍节), 러스는 4.14 생태전자상거래의날(生态电商节) , 쑤닝은 이고우구이미의 날(苏宁易购闺蜜节) 등등.

자세히보면 이런 날은 젊은 남녀, 청년, 어린이, 중장년층에서 노년층까지 모든 연령대를 판매 타깃으로 하고 있어 사실 명절이라고 하기보다는 기업의 판매 마케팅 통로다.

티몰의 2016 솽스이 결과.

중국은 그동안 이커머스 발전에 힘입서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집단이 만들어졌다.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들 소비 집단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됐다. 또한,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물류의 발전은 이들이 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발전 속도를 더 빠르게 촉진했고 왕홍이라는 직업군이 만들어지면서 인터넷 명절이 만들어져 소비는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소비를 위해 만들어진 명절은 전통 명절과 다르게 젊은층의 입맛에 맞게 가볍고 흥미위주의 포인트들이 많으며 기업에서는 쌓여가는 데이터를 통해 이들의 입맛을 잘 가려내 특수한 명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명절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며 효과 또한 즉시 나타난다.

2016년 솽스이(11.11 광군절光棍节)의 경우 타오바오 매출액이 이 날만 1207억 4900위안이었으며 2017년 4월6일~9일까지 샤오미가 주최한 ‘미펀제米粉节’의 수익은 13억위안에 달했다. 이런 날에는 인터넷을 활보하는 둬쇼우당(剁手党: 쇼핑클릭을 계속해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만큼 계속 인터넷 쇼핑을 하는 족)들이 미친듯이 웨이신 웨이보를 통해 정보를 돌리고 물건을 산다.

이들이 만들어낸 명절은 사실 중국 소비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줄 뿐 아니라 기업에도 이익, 사용자에게는 복리를 제공한다는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다.

5.17먹방데이(吃货节)는 메이투안, 따중디엔핑, 눠미 등 음식관련 브랜드들이 협력해서 만든 명절이다. 이때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음식관련 할인쿠폰들이 쏟아진다. 이들 뒤의 투자자들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할인쿠폰의 종류를 계산해내고 플랫폼이나 위챗등을 통해 마구 뿌린다. 이런 방식의 연합 명절은 광고비를 아낄 수 있을뿐 아니라 효과도 좋다.

이런 명절은 대충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저히 데이터로 분석된다. 중국의 데이터 양은 말할 것도 없고 데이터 분석수준도 최근에는 수준급으로 올라가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이두 눠미에서 만든 ‘12.12훠궈절(火锅节)’이 대표적이다. 훠궈는 중국인들이 2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1위는 부페, 2위가 훠궈다. 특히 10월에서 2월 사이 바이두 검색에는 훠궈나 샤오로우(涮肉:고기 샤브샤브)라는 단어들의 검색 빈도가 급속히 올라간다. 이 때문에 이들은 12월12일을 훠궈절로 정했고, 전후로 훠궈 음식점뿐만 아니라 식자재 제공업체들까지 연합해서 마케팅을 실시한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 대상군을 정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까지 명확히 하며 마케팅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면 한국 업체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명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이러한 명절은 업계의 위기감에서 나왔다. 매출은 올려야겠는데 뭔가를 만들어야 매출이 나오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무 명절이나 만든다고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데이터 분석과 자금을 풍부히 써서 초기 트래픽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무나 솽스이(11.11광군절光棍节)를 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결국, 이런 명절을 잘 이용해야 하는 게 최선이다. 명절 기간의 트래픽은 늘 사상 최대다. 트래픽이 높아져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온라인에 꽃혀 있을 때 그 명절에 맞는 제품들을 중국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마케팅해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건 중국인들의 심리와도 연관돼 있다. 중국인들이 싼 제품을 좋아하고 니가 사면 나도 산다는 심리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가격이 높은 제품이라면 평소보다 싸게 제품을 내놓고 싼 제품이라면 친구가 사니 나도 산다는 심리에 마케팅을 맡겨보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중국인들도 이성적인 소비를 한다. 하지만 솽스이 같은 날은 다르다. 약을 맞은 것처럼 촉박한 시간에 마음졸여하며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을 사기 위해 몸부림친다.

솽스이는 중국인 모두의 축제다. 이날 물건을 사지 않고는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수 없다. 마치 지금 중국에서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드라마가 인기인데,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중국인 친구들과 이야기 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곧 5월 20일이 온다. 이날은 중국어로 ‘우얼링’. 사랑한다는 뜻의 ‘워아이니(我爱你)’와 발음이 비슷하다. 이날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고백하고 선물하는 날이다. 일명 고백데이. 중국에서 물건을 팔고 싶다면 이날에 무엇을 할 것인지 머리를 잘 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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