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웨이보

중국 콘텐츠 유료화, 한국 뛰어넘었다

[유재석] 관젠츠: 바이두 검색제휴서비스(新闻源) 공식 폐지

JS Liu
One Asia
Published in
8 min readMar 27, 2017

--

C2B(Consumer To Business): 고객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 현재 중국 콘텐츠 생태계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C2B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뉴미디어 플랫폼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곳으로 꼽히는 ‘진르토우티아오(今日头条, 이하 토우티아오)’의 콘텐츠 게재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출처: 토우티아오

토우티아오는 지난 2012년 만들어진 신생 뉴스 플랫폼이다. 허나 5년만에 이들은 바이두를 제치고 주류에 올라선다. 가입자 5억5000만명, 일일 활성 이용자(DAU)수는 6000만명, 평균 체류 시간은 76분에 이르는 거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주 이용자수는 24~30세(46.85%)며, 남녀 성비는 55:45로 균등한 편이다. 지난 해에는 텐센트의 9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거부하기도 해 화두가 됐다.

기존 바이두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점은 1인 미디어, KOL(Key Opinion Leader)의 콘텐츠를 최상단에 배치하고, 전통 미디어들을 하단에 위치시킨다는 것에 있다.

즉, 토우티아오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가장 최상단에 보여주는 생태계를 만들어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이용자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의 검색 기반 뉴스 플랫폼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를 최우선으로 둔 콘텐츠 플랫폼이란 점이다.

바이두가 토우티아오를 따라잡고자 이듬해 바이두바이쟈(百度百家)를 만들기도 했지만, 토우티아오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란 소식도 들릴 정도니 중국의 미디어 플랫폼이 최근 5년 사이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은 분명해보인다.

도대체 지난 5년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들이닥쳤던 것일까?

#1: 위챗이 바꾼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

Wechat(위챗)은 가입자 8억 명, 월간활성이용자(MAU) 역시 8억명을 갖고 있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시징/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위챗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공공계정이다. 2016년 기준 1777만 개의 공공계정이 위챗에 등록돼 있다. 이중 물건을 파는 쇼핑몰, 기업 브랜드 계정 등 각종 기업들이 입점해있는 상황이다.

이관즈쿠의 데이터에 따르면 공공계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요 목적은 ‘정보 습득’이다. 이에 따라 각종 뉴미디어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르게 된다.

논리사유(罗辑思维, 뤄지스웨이)는 위챗 공공계정을 통해 가장 크게 성공한 미디어 중 하나다.

중국의 대표격 동영상 플랫폼 ‘요쿠’에서 60분짜리 교양 방송으로 출발한 논리사유는 매일 오전 6시 30분(중국시간) 위챗 공공계정을 통해 60초 음성 메시지로 일일 이슈를 정리해주는 콘텐츠를 배포해 사람들을 모았다. 현재 논리사유 위챗 공공계정의 팔로어는 700만명이 넘는다.

위챗 공공계정의 주요 목적은 정보습득(74.2%)로 나타났다. 출처: 이관즈쿠

위챗 공공계정은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을 ‘검색’에서 ‘배송’으로 바꾼 가장 큰 공신 중 하나다. 과거엔 바이두 같은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를 넣고 이에 따른 뉴스를 소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중국인들의 손가락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지점은 웹이 아니라 위챗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위챗 공공계정은 팔로어들에게 자신만의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구조다. 즉, 이용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찾는 게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듯 그들의 계정 앞에 콘텐츠를 갖다놓는 것이다. 미디어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고객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 1인 미디어의 합법적 등장

중국에서는 위챗, 웨이보 같은 모바일 기반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매체를 벗어나 각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만으로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작년에 만났던 인터넷(互联网) 분야 전문 기자 양스지에(1인 미디어)는 “현재 가장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1인 매체의 경우 그 가치가 중국 최대 방송국인 CCTV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1인 미디어 기자 붐을 이끈 것은 중국 정부였다.

2014년과 지난해 중국 정부의 인터넷뉴스제공자 관련 정책과 입법 등을 통해 1인 매체 등 뉴미디어가 합법화됐습니다. 지역에 따라 법제화 정도에서 다르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뉴미디어가 정당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 “중국·인도, 전통 미디어 붕괴…1인 매체서 기회 잡아야”(머니투데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규제안을 발표하면 생태계를 와해시킨다는 인식이 크지만, 중국은 이와 다른 방향이다. 즉, 1인 미디어도 합법적인 기자 신분을 갖고 기업과 광고 협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지표는 이용자들의 반응과 기사의 영향력이다. 이 모든 것들은 토우티아오나 위챗 같은 플랫폼에서 체크를 할 수 있으므로, 비교적 투명한 지표를 얻을 수 있다.

#3: 유료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뉴미디어 콘텐츠에 돈을 내지 않겠단 사람이 69.7%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50.6%로 줄었다. 약 49.4%의 이용자들이 텍스트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

2016년에는 더욱 숫자가 늘었다. 텐센트 연구소인 치어즈쿠(企鹅智库)의 자료에 따르면 55.3%에 해당하는 중국인들이 지식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지식 관련 콘텐츠에 유료 구독 의사가 있는 중국인 중 50.3%는 정보 습득, 자료 다운로드를 위해 지불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오프라인 강좌 비용 지불에 46.7%, 온라인 강좌에 36.9% , 지식 기반 콘텐츠를 위한 현금성 선물(打賞)에 26.4% 순이다. 출처: 치어즈쿠

특히, 1980년 이후 출생자인 80后부터 현재의 20대인 95后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평균 수입이 2000위안~5000위안(약 34만~86만원)에 불과하지만,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995년생 중심의 潮流小资族와 1980~1990년생을 상징하는 乐享新生代가 뉴미디어 콘텐츠에 유료화에 가장 긍정적이다. 출처: 아이리서치

통계에도 언급됐듯 점점 많은 숫자의 중국 젊은 세대가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논리사유다. 이들은 지난 해 더따오(得到)라는 유료 구독 앱(1위안에서 199위안까지 연 구독 모델)을 만들자마자 유료화에 성공했다. 현재 가입자는 558만명, DAU 45만, 유료 전환 횟수는 서비스 개시 9개월 만에 144만회를 넘어섰다.

콘텐츠 기반 미디어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100만 위안, 1000만 위안 급 투자 금액도 계속해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을 시작으로 1인 미디어에 대한 투자는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이관즈쿠 측의 설명이다.

“2016년은 중국이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원년이었습니다. 지식, 경험 공유 위주였던 궈커(果壳)와 즈후(知乎)는 각자 유료 콘텐츠 플랫폼인 펀다(分答)와 즈후라이브(知乎live)를 출시했죠. 중국판 트위터로 불렸던 웨이보도. ‘웨이보 문답’ 기능을 개설했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미디어인 36커(36氪)도 유료구독 서비스를 개설했습니다.” — 위챗, 유료 콘텐츠 구독 시장에 뛰어들다 포스팅 中

출처: 이관즈쿠

중국은 계속해서 콘텐츠 제작자와 이용자를 중심으로 플랫폼들이 재편되고 있다.

PC 시절의 유일무이한 콘텐츠 플랫폼이었던 바이두 역시 지난 해 6월 ‘바이지아하오(百家号)’라는 서비스를 게시했다. 콘텐츠 제작자 20만명의 DB를 모아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면서, 여기에 등록된 제작자들이 콘텐츠만으로 돈을 벌 수 있고, 팔로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2B는 커녕 B2C 유료화조차 성공사례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미디어) 산업와는 달리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B2C를 거쳐 C2B, 즉 이용자에 맞춤화된 콘텐츠 제공 플랫폼만이 생존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 연장선에 바이두의 신원위엔 폐지가 걸려 있는 것이다. 약 3~5년 앞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콘텐츠 생태계의 변혁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

JS Liu
One Asia

科技圈深度观察, interested in AI, Ecommerce, Fintech, Chinese 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