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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친 중국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내재화, 수직화, 파편화…왜 놓치는가?

중국 마케팅. 다섯 글자를 네이버나 구글에서 쳐보면 수많은 뉴스와 광고글, 업체 페이지 등이 쏟아져나옵니다. 이관국제의 데이터에 따르면중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규모는 1177억 위안에 달합니다. 그중 인터넷 광고 시장의 60%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BAT)가 쥐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12년 사이 인터넷 스타를 의미하는 ‘왕홍(网红)’이 등장함에 따라 동영상과 생방송을 통한 광고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터넷 광고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source: analysys

결국, 바이두, 웨이보, 웨이신, 왕홍이 중국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할 때 활용하는 마케팅 키워드이기도 하죠. 조금 더 풀어보면, 바이두 검색 키워드 광고, 웨이보 및 웨이신 공공계정(公众号) 관리 및 팔로어(粉丝) 확보, 왕홍 마케팅, 앱 마케팅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숫자의 함정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 일면 광고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접근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마케팅 성과 측정 역시 단편적인 숫자로 구성될 뿐입니다.

검색 키워드 광고를 통해 몇만 클릭이 나왔는지, 공공계정의 팔로어가 몇명으로 늘었는지, 백만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왕홍을 데려와 마케팅을 하겠다든지, 앱마켓에서 앱의 노출도를 높인다든지 등등 말이죠.

그러다보니 아래와 같은 사단이 생깁니다.

돈은 투입했으나 숫자 외에 별다른 성과를 측정하지 못한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광고주’에 해당하는 기성 기업들의 요구가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새로운 수단에 돈을 투입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집행한 부서와 담당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조직이 크면 클수록 총대를 매는 경우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연히 안정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죠.

광고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검색 광고’, ‘팔로어 늘리기’, ‘팔로어 숫자 많은 왕홍으로 마케팅하기’ ‘앱 마케팅’만 해도 숫자 기반의 실적이 나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사업을 종료하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되죠. 이러다보니 광고를 집행하는 랩사라든지 대행사들 역시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광고의 주인은 소비자…으아니, 광고주라는 게 현실일 테니까요.

하지만, 중국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재화: 더 이상 앱은 매력적이지 않다?

‘앱’을 새롭게 다운로드 받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2016년 구글플레이 게임 카테고리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 누적 매출은 약 2조 9백억 원으로, 2015년 기록된 1조 7천억 원에 비해 25% 상승했다. 반면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한 950만건으로 집계됐다. — “다운로드 줄고 매출은 늘고” 구글 플레이, 2016 누적 매출 2조 9백억

특히, 중국에서는 그 추세가 더욱 가파른데요. 이유인 즉슨, 앱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고, 일단 앱을 마켓에 올린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BAT를 중심으로 이미 앱생태계가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죠.

여기까지는 국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앱으로 생존하기 더욱 힘든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앱을 대체할만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바로, 샤오청쉬(小程序). 앱 안에서 또 다른 앱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너나할 것 없이 샤오청쉬를 출시했죠. 시장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앱 마켓 기반의 생태계를 대체할 것이라는 관점이 우세합니다. 더 이상 앱을 다운로드받지 않고도, 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공공계정(公众号)을 통한 제품 판매, 콘텐츠 제공의 효과를 이미 입증했습니다. 중국에서 앱이랑 홈페이지 없이 공공계정만으로도 투자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 부분에서 앱의 본연의 역할이 샤오청쉬를 통해 구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직화: 특성화된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기반 생태계는 과거 특정 앱들이 시장 전체를 쥐고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 점차 특수한 영역을 기반으로 수직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콘텐츠와 광고, 그리고 이커머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육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콘텐츠가 마케팅, 이커머스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를 설명했죠.

중국 육아 시장은 ‘신뢰’와 ‘제품’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전문성+재미를 갖춘 콘텐츠는 기본입니다. 콘텐츠 제작자의 전문성 역시 주 소비자인 부모 세대의 돈지갑을 열기 위해 필수적이죠. 일단, 콘텐츠가 신뢰를 얻으면, 곧바로 제품 판매로 연결된다는 것이 중국 유료 콘텐츠 시장의 공식처럼 됐는데, 육아 영역의 경우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게 특징입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린 이래 중국에서는 특성화된 앱들이 각각 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와 같이 특정 배너나 검색 키워드를 통해 제품을 만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콘텐츠나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환경 아래에서 마케팅의 요소가 가미되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여기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간편 결제&송금 생태계가 큰 역할을 했죠.

이러한 변화는 마케팅적인 기법 자체를 바꾸는 데에 이릅니다. 디지털 마케팅 하면 나오는 실시간 입찰(RTB)와 프로그래매틱바잉(Programmatic Buying) 같은 키워드는 중국에서 옛날 얘기나 다름 없습니다. 두 키워드 모두 광고의 슬롯을 자동화해 배치해주는 방식인데요.

중국에서는 아예 콘텐츠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슬롯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래매틱 마케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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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매틱 마케팅이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사례는 알리바바 산하의 디지털마케팅 서비스 그룹인 알리마마(阿里妈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알리마마는 알리바바 산하의 티몰, 타오바오, 알리페이를 넘어, 알리의 지분이 있는 요쿠투도우, 디디추싱 등의 슬롯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죠. 이미 수직화된 플랫폼들은 그 아랫단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들을 통해 맞춤화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파편화: 팔로어 위주의 거품은 끝났다

상술했듯 서비스들이 수직화됨에 따라, 고객들 역시 파편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핫 키워드로 떠올랐던 왕홍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간 왕홍의 팔로어 수치에 의존한 마케팅들이 거진 실패로 끝난 이유가 다 여기에 있습니다.

팔로어에 대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외모 위주의 왕홍이 나와서 특정 제품을 홍보하고, 이에 대해 사람들이 별풍선(打赏)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해당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건 그 왕홍이 어느 영역에 특화됐느냐는 것이죠.

이미 중국에서는 특정 왕홍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배송을 책임지는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들도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루한’이 있겠죠.

또한, 팔로어의 반응들을 자연어+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류하고, 왕홍의 실질적인 영향을 측정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이만큼 변한 것이죠.

망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국내의 많은 (대)기업들은 ‘레퍼런스’를 요구하되, 스스로가 ‘첫번째 레퍼런스’가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바이두 검색 키워드 광고, 웨이보 팔로어 마케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변화무쌍합니다. 지난 달이 다르고, 이번 달이 또 바뀌죠.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마케팅 기법을 고수하니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아우성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중국 디지털 마케팅 업계 한 종사자는 “마케팅과 커머스는 이제 경계를 딱 나누기 힘들다”며 “둘 다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 CPI, CPA 개념의 퍼포먼스 마케팅보다는 주요 타깃들이 몰려있는 플랫폼에서 콘텐츠 기반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커머스’가 주가 됐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의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