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5와 미국 2,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짧은 소고

무엇이 GTA5를 특별하게(전체 시리즈 중과 다른모든 점에서)만드는가?

Leviathan
I. M. H. O.
Published in
9 min readSep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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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GTA5는 게임 사상 최단기간 매출기록 갱신을 불러일으켰으며 놀라운 완성도와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오픈월드를 구축함으로서 게임 역사에 한획을 긋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GTA 성공과 함께 게임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두운 문제는, GTA 같이 성인지향의 컨탠츠로 가득찬 게임이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폭력적인 성향을 불러일으킨다는 논란이 같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들이 직면하고 있는 폭력의 문제에 있어서, 다양한 게임들이 다양한 이유로(맨헌트나, 모던워페어 2의 공항 미션이나 등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GTA 시리즈가 항상 이 폭력성향 논란의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현실적인 세계에서 반사회적인 행위(살인, 방화, 절도, 무장강도 등등)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조장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다.(물론 등급제는 GTA 시리즈를 철저하게 성인 게임으로 분류함으로서 성인만이 게임을 하게 할 것을 통제하고 있으나, 전세계적으로 ‘유명무실’한 등급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 큰 문제긴 하지만 이 글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과연 GTA 시리즈가 게이머를 현실과 게임속 공간을 착각하게 만들고,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게 만들어서 현실에서도 게임에서 하는 행동들을 행하게 만드는가? 이는 GTA 속의 세계가 어떤식으로 구축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이해하여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GTA5의 세계가 어떤식으로 구축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기서는 이토 케이카쿠의 국가 1, 2, 3 론을 인용하고자 한다. 이토 케이카쿠는 하나의 국가와 이미지를 논할 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분석을 하였다. 국가와 그 내부의 현실을 다루는 카테고리 1, 그리고 그 국가의 내부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카테고리 2, 그 국가 외부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카테고리 3.

먼저, 전통적으로 GTA 시리즈의 세계는 미국 2의 모습에 기초하고 있다. GTA 속의 미국이란, 미국 3이라고 지칭하기에는 미국 외부의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는 미국 1에서 파생된 디테일한 파생실재들로 가득차 있다. 이 파생실재들은 다양한 스토리로 미국을 비꼬는데 주력하는데, GTA4의 경우 아메리칸 드림을 외국인 노동자(니코 벨릭)의 입장에서 그 실재를 들여다 보고 그 허황된 모습을 폭로하는 모습을 주었으며(물론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판이 한참 이전부터 이어진 구닥다리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GTA:SA의 경우에는 집에서 쫒겨난 갱스터가 자신의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서 집을 떠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오딧세이아의 과정에서 기존의 케릭터들을 뒤튼 다양한 조력자들(대마 농장을 운영하는 히피, 눈먼 삼합회 수장, 비밀스런 정부 공작원 등등)을 만나 강해지고 자신의 위치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GTA5의 경우에는 그것들을 최대한 긁어모아서 게임의 형태를 띈 자기 완결성을 띈 하나의 파생실재들의 세계, 미국문화의 뒤틀린 클론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보자, 아니 예 자체를 들 수가 없다. GTA5는 그 자체가 거대한 블랙 조크들의 덩어리이며 각각의 블랙 조크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플레어이와 상호작용 한다. 라디오를 틀면 ‘족제비 뉴스’에서 ‘여러분의 편견을 확인하십시오!’라고 외치며 플래이어의 행적들을 뉴스의 형식으로,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형태로 보도하며, TV를 틀면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부패한 악덕 FIB(FBI의 패러디지만, 동시에 ‘연방요원’이라는 통칭으로 불리면서 현실과의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원이 나와서 갱스터들의 문화를 설명한다. 영화관에서는 영국의 중산층 로봇이 자본가의 뒤를 닦아주는(말그대로!) 단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며, 스티브 잡스와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을 섞어놓은 듯한 CEO는 애플 컨퍼런스와 현실의 아이폰 베터리 폭발을 연상케하는 사고의 결합으로 인해서 사망한다. 그리고 이 파생실재들로 구성된 블랙 유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플래이어가 서있으며, 플래이어는 이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면서 깔깔 웃게 된다. 또한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이기 때문에 이 유쾌한 블랙코미디 연속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세계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GTA5는 그런 점에서 정말로 잘 만든 게임이다.

그렇기에 GTA 시리즈의 살인, 방화, 무장강도 등등의 온갖 범법 행위들은 실제의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목적은 실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2라는 파생된 실재를 왜곡하고 비틀어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IAA(CIA의 패러디지만, 동시에 ‘에이전시’라는 CIA를 부르는 은어로 불리는, FIB와 FBI 사이의 묘한 기시감을 연상시키는)와 FIB, PMC가 백주대낮에 대도시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수십명이 죽고 공격용 헬리콥터가 격추되는 대사건이 벌어졌어도 아주 간단하게 ‘역사는 승자의 것이거든. 다른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면 그만일세’라고 쿨하게 넘기는 그나마 덜 부패한 모범 FIB 요원의 말처럼, GTA5의 범죄행위들은 리얼리티가 철저하게 거세되어 있으며 어디까지나 범죄 일탈 행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미국에 대한 철저한 편견들(=미국 2)에 대한 통쾌한 ‘복수’ (IAA가 예산을 얻기 위해서 자국에다 신경가스 테러를 꾸미는 것을 막는 것처럼) 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즉, 이들의 범죄행위는 일탈행위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현실(=미국 1)을 향한 파괴의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흔히들 행하는 미국 1이라는 실재의 재현을 통해서 범죄자를 양성한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중의 대범죄자들에 대한 경탄이 범죄자들의 목적이 극악무도함과 별개로, 법-시스템 바깥에 그들의 ‘폭력=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강제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던 발터 밴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동경하는 것은 대범죄자가 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 바깥의 폭력을 동경하는 것이다.)

GTA5가 다른 GTA 시리즈와 다른 것은, 주인공의 위치에 대한 게임 스토리의 시각이다. GTA:VC 까지의 GTA 게임의 주인공들은 죄다 어떻게든 쉴드를 쳐줄수 없는 ‘악질 범죄자’ 그 자체였다. 이러한 경향의 극단에 서있는 주인공이 바로 바이스 시티의 토미 버세티였으며, 착한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한 모습을 통해서 독자적인 케릭터관을 구축하였다.(이는 GTA4의 로스트 앤 댐드의 조니로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GTA:SA와 GTA4의 경우, 소위 ‘착한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사람도 죽이고 핫커피 모드로 떡도 치고 하지만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며 마약은 절대로 하지 않는 모범 갱스터 CJ(또한 재밌는 점은 그런 그가 대마농장을 하는 히피 약쟁이 트루스에 대해서는 크게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마는 괜찮고 마약은 나쁘다?), 실력 있고 냉소적인 외국인 노동자 니코 벨릭의 모습은 범죄 행위와 별개로 음모자 또는 범죄 행위의 ‘갑’(또는 숙적, 대립자, 넘어서야 하는 장벽 등등)의 바깥에서 냉소하는 ‘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CJ나 니코 벨릭)은 ‘갑’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으며, ‘을’이 보여줄 수 있는 ‘조소’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주인공들에게 공감을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TA5는 다르다. GTA5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철저하게 주인공 케릭터들과 플레이어를 분리시킨다. 첫번째로 플레이어는 3명의 주인공을 연속적으로 조작해야 한다. 이 점은 플레이어에게 케릭터 하나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괴리를 불러일으키는데, 아무리 케릭터 하나에 애착을 갖게 하려고 해도 게임 플래이가 다양한 케릭터를 이용해서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구조상으로 몰입 자체를 방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두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토리 자체가 주인공들을 이 블랙코미디의 소용돌이에서 한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놓여있는게 아니라 블랙코미디의 일부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GTA5의 주인공들은 능력이 있지만 모두다 ‘머저리’들이다. 마이클은 은퇴한 중년의 위기를 겪는 가장의 케릭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딸 스토커를 총으로 쏴 죽여서 해결을 보는 등 그의 폭력적 성향 때문에 이미 가족을 망쳤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가족들 역시 그에게 뼈아픈 한마디를 툭툭 던지지만, 그들 역시 완벽하게 망가진 인간군상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들의 케릭터로부터 자신을 유리시키는 경험을 플레이어는 하게 될 것이다. 프랭클린의 경우, 과거에 집착하는 멍청한 갱스터 워너비 라마에 비하면 아주 머리가 비범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타니샤(게임 내에서 정말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정상인이다)의 비판처럼 총과 도둑질로 자신의 기회를 잡으려 하는 한탕주의자이다. 그의 한탕주의는 말도안되는 소동에 스스로를 옭아메거나 연루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번 ‘내가 왜 이런 미친짓을 하겠다고 했지?’ 등의 맨트를 날리면서 자조하는 모습은 그 역시도 100% 이입할 수 있는 영웅이 아님을 시사한다. 트레버는? 두말할 것 없는 완벽한 사이코패스다.

이들 세명의 케릭터는 일종의 ‘유사가족’을 이룬다. 마치 자신이 정상인인것처럼 여기는 마이클과 범죄자들의 속내 그 자체를 드러내는 ‘솔직한’(그렇다. 그가 인육을 처먹는 졸미개 원시인이라도 솔직하다.) 트레버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위대한 대범죄자 둘을 동경하며 프랭클린의 모습은, 일종의 막장 가족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다른 GTA들과 다르게 플레이어는 게임에 동화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듯이 밖에서 품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드는 이러한 케릭터들과 게임 세계의 구성은, 게이머에게 편견(=미국 2)의 파괴와 그로인한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집중한다. 물론 이러한 스토리는 극후반 전원 생존 엔딩에 가서는 다소 미적지근한 갈등의 봉합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TA5가 게임에서 보여주는 스토리의 완성도와 그들이 이뤄낸 성취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GTA5는 놀라운 성과를 거둬들였다. 락스타는 오픈월드 게임 전반에 대한 스스로 장르를 정립하고, 스스로 장르를 예술의 경지에 쌓아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이것이 오픈 월드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GTA5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도전과제가 되었다. 후대 게임 개발자들은 GTA5에 매료되고 좌절하며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GTA5는 게임 역사에 있어 빛나는 이정표로서,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과 이들의 결과물에 도전하는 다른 제작자들에 의해 불멸성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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