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2013-09-27

박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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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안동에서 경천대까지 12 시간 72 킬로 했다. 새벽에 안동을 조금 돌아다녔고 병산서원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달린 거리는 80 킬로가 넘었을 것이다.

눈이 일찍 떠졌다. 몸 상태도 확실하지 않고 오늘 어디까지 가야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 안동에서 하루 쉬어야할 지, 하회마을에서 민박을 해야할 지, 경천대까지 달려야할 지.

https://vine.co/v/h6W203Bb1AF

새벽 길

6 시

안개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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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보인다. 혹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님 병원인가 했는데 주소를 찾아보니 아닌 것 같다;

안동댐.

잔잔한

안동호.

안동댐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낙동강 길 시발점이 있다. 인증센터에서 인증수첩을 사서 사진속에 자주 등장하는 저 빨간 부스에서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여행기들을 보면 이 스탬프 찍기를 모두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는 흥미롭지 않아서 하지 않았다.

안동호 위에 떠있는 팔각정. 걍 지나칠까 했는데 이왕 왔으니

들이대고 찍어 놓자;

고수부지 박터널. 귀여운 놈들이 대롱대롱;

안동 코스모스 길. 진짜 길다; 안개도 깊게 끼어서 분위기 그만이었다.

코스모스길이 끝나자 먼가 험악한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지나도 계속 험악한 분위기;

작은 보가 보인다.

낙동강 길은 중간에 여러 선택지가 있다. 안동에선 위쪽 길을 따라 좀 돌아서 내려왔는데 이 길은 안동 쓰레기 매립장을 돌게 되어있다; 길도 언덕이라 자전거를 한참 밀어야 한다;

낙동강 길 형태는 두 가지다. 기존 둑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깔아 조성한 자전거 전용 도로, 그게 아니면 국도다. 국도는 보통 언덕들이다. 앞으로 보겠지만 낙동강 길은 높은 언덕들을 계속 넘어야한다;

아침 내내 안개속을 돌아다니다 안개 업힐을 했더니 먼가 몽롱한 기분이다.

국도다 싶으면 저렇게 언덕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런 완만한 언덕은 양반이다; 지나가는 바퀴 큰 자전거들을 보면 이정도 언덕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짐 실은 브롬톤은 문제가 된다;

이렇게 강둑을 달리던지 언덕을 넘던지;

먼가 이름있는 절벽이다.

언덕을 몇 개 넘어 강가로 내려오니 좀 평탄해 졌다. 안개도 걷히고, 타이어에 바람도 다시 넣고, 정신차려 패달링;

근데 이 사진은 왜 찍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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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저씨

잠시 따라 다녔다;

하회마을 전에 병산서원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편도 3 킬로 정도 된다. 사진 속 길은 상태가 꽤 좋은데 전반적으로는 매우 안 좋다; 주로 끌바를 했고 너무 안 좋으면 펑크날 까봐 가방을 내가 메고 자전거를 밀었다;

정오쯤 병산서원 입구에 도착. 짐도 맡길겸 점심을 먹었다. 주문한 간고등어 정식은 살짝 부실했지만 나를 위해 20 분 넘게 호박 썰고 두부 썰어 음식 마련해 주신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가게가 뻥 뚤려있어 식탁에 나비들이 왔다갔다 한다.

서원에 갔다올 동안 너희들은 여기 얌전히 있어라;

나무들이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다; 그래서 좀 싫다;

가는 날이 장날; 촬영팀이 와서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초딩 4 명은 구석에서 맛폰 게임을 하고 있다; 먼가 찍으려고 삼각대 자리잡고 있으면 누가 달려와서, ‘선생님 잠시만 피해주십쇼’, ‘아, 네’

구석에서 이런 것만 찍었다;

근데 잠시 후 철수하나 보다. 하긴 촬영 일정이 바쁘겠지. 엿들으니 다음 촬영지는 봉화.

여행기닌까 B 급 사진도 모두 재활용하자;

깨끗해진 마당; 근데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지; 역시 건물 사진엔 소질이 없다;

먼가 열려있길레 좀 찍고,

어떻게 잘 찍어보려는데 안 된다; 패, 패스; 여기 종일 있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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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쪽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 병산서원을 나오면 곧 하회마을로 인데 들어가보지 못했다. 경천대까지 40 킬로는 달려야 숙소가 나오기 때문. 하루에 200 킬로 가까이 갈 수 있는 자전거들은 숙소까지 이동에 여유가 있겠지만 짐 실은 내 브롬톤은 12 시간 밟아도 80 킬로 간신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숙소까지 거리가 큰 제약이 되었다.

남한강과 다르게 낙동강 주위에는 큰 도시가 거의 없다. 부산을 빼면 구미가 거의 유일. 대구만 해도 그냥 스치듯이 붙어 있어서 도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낙동강 길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보가 아니면 낙동강 길 주변에는 편의 시설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끝없는 논이다. 속도가 느린 경우 물이나 비상 식량을 잘 챙겨서 다녀야 한다.

하회마을 조금 지나서 나오는 구담보다. 강건너 보이는 구담리에서 지도에 없던 모텔 표시를 하나 봤다.

아무 것도 없는 둑을 몇 시간 달리다 보면 길에 떨어져 있는 흙덩이 몇 개도 특이해서 내려 찍게 된다;

들판에서 이뿌게 살고 있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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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 나무;

오후 내내 강둑을 달렸다. 해 피할 장소는 전혀 없다.

오래된 다리. 자전거 전용으로 재활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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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구도;

정상 구도; 우망리 지나다 보니 먼가 이쁜 곳이 있다. 20 킬로는 더 가야해서 내려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왠 그늘이더냐; 30 분 내리 밟다가 잠시 휴식;

경천대 초입 언덕을 오르고 있다. 말이 안 나온다. 기울기가 40 도는 되는 것 같다. 팔자에 없던 한우를 두 사발이나 먹어서 그런지 오늘은 아픈데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

해 떨어진 후 간신히 경천대 모델에 도착했다. 전화도 안 터지는 곳이다.

이날 라이더 딱 두 명 봤다. 나중에 알고보니 낙동강 길이 전반적으로 그랬다. 길기도 길지만 언덕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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