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2013-09-26

박규현
4 min readOct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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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문경에서 상주 상풍교 포인트까지 20 킬로 진도 나갔다. 지도에서 경유1 지점.

아침 6 시 반. 돌맹들이 아직 자고 있다.

나무들도 부시시;

해가 구름 머리에 닿는다.

치약 구름;

https://vine.co/v/hr9hemLmb1M

조용한 아침 라이딩

마을마다 소나무 군락이 이뿌다.

개울 소리도 좋고.

해가 들어 찬공기가 가시기 시작한다.

젖은 가슴도 말리고,

평범한 풍경에 위안 받고,

영강, 참 이뿌다.

영강과 낙동강이 만났다.

두 시간 달려 새재길 종점, 상주 상풍교 포인트에 도착.

상풍교에 도착해 보니 낙동강 길의 시작은 저 위 안동이었다. 이왕 온 거 안동 구경도 하자 싶다.

마을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다음 버스는 두 시간 후에 온다; 버스로 상주터미널로 점프하려던 생각은 포기. 국도를 16 킬로 타기로 했다.

5120 x 2880

차가 꽤 많이 다니는 길이었는데 사진은 왜 이리 평온하게만 찍는지;

사진에서 조금 더 가면 상주시내다. 도시에 들어가면 사진찍을 여유가 잘 안 생긴다. 사람도 피해야하고 요철들도 많고 신호등이나 차에도 신경써야 한다.

상주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를 탔다. 안동까지는 두어 시간 걸리는데 내일은 이 길을 돌아내려오는 일정이 될 터였다.

갑자기 사타구니에 문제가 발생한다. 패드바지가 두툼해 팬티를 입지 않고 이틀을 타서 피부가 계속 쓸렸는데 거기에 염증이 생겼는지 버스 안에서 갑자기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침엔 무리없이 35 킬로를 밟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허벅지 안 쪽이 부어 걷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증상이라 당황; 약국 가니 할아버지가 후시딘을 주길래 받아들고 모텔에 체크인했다. 해는 중천이었지만 자전거 타고 다닐 상황이 아니었다. 내일도 자전거 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침대에 퍼져있는데 화덕헌 님 문자가 도착한다. ‘낼 같이 달립시다’, ‘아 제가 사타구니 문제가 생겨서 어찌될 지 모르겠습니다’, ‘후시딘 효과 없는데요, XXX 들어있는 소염제 먹고요, XXX 들어있는 광범위 연고 바르세요’.

덕헌님 사모님이 약사시다. 처방대로 먹고 바르니 10 분도 안 되 붙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 다행이다, 다행이다’

이 먹방을 넣지 않을 수가 없다. ‘농민후계자식당’이란 곳에서 파는 7 천원짜리 육회비빔밥이다. 한우가 밥 한 공기 넘게 들어있다. 사진의 고기 아래 전부 고기다. 점심에 먹고 너무 감동하여 저녁도 같은 것을 먹었다;

내일부터는 낙동강 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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