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2013-09-23

박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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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계획은 며칠전 달렸던 국수까지 전철로 이동후 충주까지 100 킬로 라이딩하는 것이었다. 계획은 그랬다;

실제 진도는 부론면까지 나갔는데 앞으로 ‘도착’하였다는 말은 그 지역에 모텔이 있다는 의미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떠나기 전 집앞에서 찰칵. 2005 년 마지막 여행한 후 8 년만이다. 일정도 목적지도 말 못하고 떠난다. 가다가 지쳐 내일 돌아올지, 내일 모래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자전거가 고장날 지, 내 몸이 고장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갈 수 있는 데까지 편하게 가보자. 이렇게 자전거 사고 일 주일만에 무식하면 용함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었다;

상봉역에서 국수역 가는 중앙선을 기다리는 중. 브롬톤은 접을 수 있어서 대중교통 사용에 제약이 없지만 일반 자전거는 지하철 노선별 허용여부가 모두 달라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중앙선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능. 아예 자전거를 대량 실을 수 있는 객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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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역에 도착하여 남한강 라이딩 시작. 한시간여 사진이 없다. 말도 못하게 재밋고 아름다워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다; 다 찍을 수도 없었다. 거대한 유원지다. 지나는 동네마다 주변이 다양해 코스 요리를 구경하는 기분이다. 양수리부터 양평역까지는 MB 가 자전거 터널을 뚫고 자전거 다리를 놔서 거의 핸들 꺾을 필요도 없다. 그냥 가카를 느끼며 달리면 된다.

브롬톤은 느리고, 짐을 앞 뒤로 실어서 더 느리지만, 할머니 자전거와 레이싱하는 것도 재밋고, 옆에 날던 잠자리가 앉아서 쉬었다가는 것도 좋다. 느린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때까지는;

양평에서 무려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를 찍었다; 여행 끝날 때까지 다신 이런 짓을 하지 못했다; 첫날은 이렇게 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달렸는데 저녁이 되자 왜 모두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라이딩 하는 지 알았다; 지금 다시 보니 저 때의 나는 너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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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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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가 생기가 있다.

조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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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아름답다.

멀리 이포보가 보인다. 이포보 바로 전에 후미개 고개가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낙동강 언덕들에 비하면 줄넘기 수준이었다. 이포보 부근부터는 이뿐 풍경이 사라지고 사막이 시작된다. 섬강부근 가기 전까지 오후 내내 도로와 말라죽은 가로수 밖에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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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중간에 이런 풍경이 있긴했다. 군사시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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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한 분이;

이런 데서는 찍지 않을 수가 없;

업데이트: 네이버 자여사 카페 코알라님이 아래와 같이 알려주셨다.

코알라: 이포보에서 여주보 사이에 군사시설 같다고 하신 넓은 시멘트 구조물은 홍수기에만 여주 저류지로 강물이 흘러가게 하는 물넘이 시설 입니다.

빨간 양탄자; 길이 너무 좋다;

얘네들은 꼭 저런데 혼자 서 있다;

여주보, 2 시 반경. 뜨겁고 그늘 없는 도로를 몇 시간 달렸다. 여주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샀는데 유동기한이 넘은 것이라 계산대에서 삑; 아줌마가 공짜로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여주 입구에서 한 컷.

귀한 그늘; 여주 강변 유원지인데 횡하다. 삼각김밥을 까먹었다.

여주는 자전거 길이 좋지 않다. 엉덩 아프다.

강천보. 날씨도 뜨겁고 평일이라 사람이 없다.

오후 4 시 반. 강천리 슈퍼에서 찬 물을 한병 사서 미친 듯이 들이키고 정신을 차렸다. 슈퍼앞 할아버지들이 내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중;

강천리 풍경. 약한 오르막인데 엉덩도 쉴겸 아까부터 끌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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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분 밀고 올라오다 잠시 뒤를 돌아봄. 강천리부터 자전거 전용도로가 끝나고 국도가 시작된다. 국도가 시작된다는 말은 언덕이 있다는 말이다. 차도 쌩쌩 달리고 처음 타보는 국도라 좀 후달렸다. 나중에 다른 여행기들을 보고 이건 아주 최고급 국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고개 정상에서 숨좀 돌리고; 벌써 5 시다. 충주는 커녕, 오늘 묵을 곳도 찾지 못했다;

창남이고개 다운힐. 브롬 사고 최고속을 내보았다; 후덜덜;

창남이고개 국도가 끝나면 섬강 자전거 길로 내려가 아주 잠시 달릴 수 있는데 진짜 아름답다. 다음에 섬강을 쭉 올라가야 겠다는 다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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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건너온 섬강교를 뒤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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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 말문이 막히는 풍광이었다. 강을 걷는 아저씨.

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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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아저씨와 석양의 잠자리 때.

6 시. 해가 지고 있다.

이쁜 동네다. 갑자기 여관 아이콘이 하나 뜬다.

부론면이 날 살렸다;

대구 전까지 여관비는 거의 3.5 만이다. 비싸다; 대구부터는 평일 2 ~ 2.5 만원이다.

반바지에 나시를 입고 탔더니 오후 햇볓에 몸이 통구이가됐다; 아, 무식하게도 해를 가려야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체크인 하고 널부려졌다.

국수역에서 부론면까지 9 시간 62 킬로 했다. 자전거도 느린 데다가 자주 내려 사진까지 찍어서 하루 100 킬로는 무리다.

첫날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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