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2013-10-09

박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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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춘천까지는 100 킬로. 100 킬로면 꽤 빡빡한데 늦장을 부리다 10 시나 넘어 출발. 2013 년 10 월 09 일.

팔당쪽으로 갈 때 워밍업으로 30 분쯤 타다 항상 쉬어가는 다리. 다리밑은 우리의 휴식처; 전 날 청바지 입고 안장 코 올리고 20 킬로했더니 엉덩 상태 안 좋다; 춘천까지 못 갈지도; 이제 광나루인데 배까지 고픔. 미친 배;

‘초대'라는 카페를 지나면 첫 언덕이 있다. 늦게 나와서 사실 점심 시간이 되어온다. 업힐 초입에서 라이더들의 체인 긁는 소리를 들으며 비빔밥 저장;

한 시간쯤 달리면 또 모두가 쉬는 다리가 나온다. 팔당 바로전. 아래에는 아스케키 가게도 하나 있다. 명당;

밀리기 시작하는 인파; 여기서 부터 먼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왜 한글날 라이딩을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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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북한강 물줄기다. 팔당부터 북한강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한 시간 넘도록 앞뒤 자전거와 1 미터 간격을 두고 붙어다녔다; 그 인파 속에서 로드 몇 대는 좌우로 비집고 다니고; 북세통을 빠져나와 잠시 휴식. 남은 거리가 너무 많아서 춘천까지 못갈지도 모르겠다.

3 시 반. 대성리 초입. 덥다. 대성리까지 8 킬로 정도 국도를 탄다. 위험하진 않은데 강은 못 보고 한 시간 반동안 음식점들 구경만 했다. 사진도 없;

MT 를 잘 안 따라다녀서 대학 때도 못 와봤던 대성리를 이렇게 와봄; 민박촌은 역 반대편인 듯하다.

소소한 강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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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댐. 초등학교 때 아버지 따라 와보고 30 년만이다.

청평을 지나면 북한강을 또 한참 못 본다. 사진의 개천은 북한강으로 흐로는 조종천. 풍경은 좋다. 산 그늘에 시원하기도.

갈 길은 45 킬로나 남았는데 벌써 4 시 반. 해가 지고 있다; 장난감 자전거의 태엽이 풀렸는지 잘 안 나간다;

5 시가 넘어가니 춘천쪽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이제 없다. 나만 남았다;

가카의 숨결; 산이 나와서 시껍했는데 가카의 은덕으로 터널이 뚤려있다; 여기서 부터 춘천까지는 길이 어마어마하게 좋다. 약간의 콘크리트와 나무 구간을 빼고는 거의 쭉쭉뻣은 아스팔트; 길이 좋아지니 춘천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가보자.

오후 6 시쯤. 38 킬로 남았다. 해는 졌다.

불빛 없는 강가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불야성.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곳! 강촌이 춘천에 이렇게 가깝게 있었구나. 강촌에서 저녁을 챙길까 하다가 해가 져서 마음이 여유롭지가 못했다.

불빛 없는 강변도 꽤 달렸다. 무지 재미있었다.

네이버 지도상으로는 춘천역까지 110 킬로였는데 춘천바로 앞에 신연교를 지나는 새로운 자전거 길이 뚤려있다. 덕분에 10 킬로가 단축되었다. 땡큐. 그런데 막판에 업힐이 무지 길다; 미느라 손이 부들부들;

자전거 모자 쓴 사람들이 많아 들어갔는데 한 사람은 식사 안 된다는 닭갈비막국수 집에서 문전박대 받고 삐져서 역까지 걍 달렸다. 8 시 반쯤 춘천역에 도착.

춘천까지 와서 싱글 라이더의 영원한 칭구 CU 에서 저녁을 해결하나 싶었는데 춘천역 앞에 막국수 집이 하나 있더라. 국수 한 사발 했는데 맛이 기막혔다. 마늘양념 냄새가 확! 정신 없이 먹고나니, 아, 사진을 안 박았네;

로드 허벅지족들은 모두 달려서 돌아간 듯하다. 해지고 전철에 실린 자전거들은 모두 므틉이다. 삼 천원 내고 두 시간만에 건대역까지 안락하게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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