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에 캠페이너의 인생을 담다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 이야기 #2

빠띠 Parti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 Co-op
6 min readJul 15, 2019

--

빠띠에서 개발한 시민주도 캠페인 디자인 워크숍 <캠페이너 인생게임>을 3편의 글로 소개합니다. 2018년 시작된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이제 100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버전으로까지 발전했는데요. 1편에서는 100명의 청소년과 함께한 ‘청소년 캠페이너 인생게임’ 사례를 소개하고, 2편에서는 이 게임에서 빠띠가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캠페이너 인생게임 툴킷’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더 열린 게임을 실험하다

지난 글 <청소년 100명, 캠페이너가 되다!>에서는 100명의 청소년과 진행한 캠페이너 인생게임의 흐름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은 빠띠 크루들이 게임에서 관찰한 점과 발견한 점을 나눠봅니다.

특히 이번 인생게임에서는 이전보다 열린 형식을 실험 했는데요. 사실 그 이유는 ‘가르치지 말고 자유롭게 참여하게 하자’는 이상적인 생각보다는, ‘100명이나 되는 참가자와 촘촘히 짜여진 워크숍을 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20분 안에 촉구 포스터를 만들고, 10분 동안 전체와 공유하고, 10분 동안 투표와 피드백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1시간을 통째로 주고, 작업과 공유와 피드백을 자유롭게 진행하게 바꿔보았습니다.

똑같은 순서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의 흐름 (이미지 출처)

세부 단계를 나누지 않고, 열어놓고 진행한 점은 새로운 실험이었고,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실험은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규칙만 주어지고 방법은 알아서 택하게 했습니다

자기 속도로 플레이해도 괜찮아

정해진 시간 안에 맞춰 정해진 방식대로 플레이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각기 다른 속도로 게임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게임에 뒤늦게 합류한 플레이어나 게임의 룰을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필요한 플레이어도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갔습니다.

특히 초반에 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참가자들도 있었는데요. 이들이 미처 시작을 못하고 있을 때 이미 첫 번째 결과물을 공개한 팀이 나왔고, 덕분에 다른 팀들도 그 팀의 플레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게임의 룰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다른 워크숍이라면 진행자가 다시 알려주거나 도와줘야 했겠지만 이번 워크숍에서는 그럴 필요가 적었습니다.

마감시간 없이 완성하는 대로 전시하게 했다 / 이미지출처:아름다운재단 반디청소년워크숍

각양각색 전술의 탄생과 진화

규칙을 이해하고 도구를 손에 쥔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을 세웠습니다. 어떤 팀은 SNS콘텐츠와 시민 서명 모으기에 집중하고, 어떤 팀은 촉구 포스터를 대량 생산하여 여러번 답변을 요구하는 방식을 택하더군요.

팀 내 협업 방법도 각 팀마다 달랐습니다. 작업 방법을 제한하지 않았더니, 어떤 팀은 다 같이 공동작업을 하고, 어떤 팀은 분업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포스터만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서명해달라고 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방식들이 곳곳에서 펼쳐졌습니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서 한번의 발표로 평가를 받게 했다면 이런 ‘각양각색의 전술’은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번 시도하고 반응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각 팀은 스스로 진화한 것이죠.

하나를 잘 만드는 것보다 여러번 시도하는 게 효과적이란 걸 알게 된 후 (좌) 텅 비어버린 작업존 (우) 끝없이 이어진 국회존의 줄 / 이미지출처:아름다운재단 반디청소년워크숍

이상할 정도로 높은 몰입

이번 인생게임에게임을 마친 후 “짧은 시간 안에 캠페인을 경험하고, 캠페이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한판 더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참가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높은 몰입도를 보였는데요. 또 ‘가상의 캠페인’이었지만 마치 실제로 하는 것처럼 캠페인을 만들고, 진지한 태도를 보인 점도 신기했습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 아니었던 것이죠. 무엇이 참가자들을 이토록 몰입하게 했을까요?

이미지출처:아름다운재단 반디청소년워크숍

한 가지 추측은 참가자들이 상상 속 캐릭터(‘중세시대 기사’와 같은)가 아니라 ‘캠페이너’라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 중에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고르게 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게임의 룰에서 캠페이너의 냄새(?)가 난다

사실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곳곳에 ‘깨알같은’ 디테일이 숨어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룰과 장치를 익히면서 캠페이너의 경험에 대해, 그리고 캠페인을 성공시키려면 어떤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길 바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국회의원의 답변은 뽑기로 확인한다. (캠페인을 잘한다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 국회의원 답변은 응답(YES와 NO)과 무응답이 있는데, YES와 NO는 어쨋든 응답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성공. 무응답만 실패다. (부정적 답변이라도 답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연대단체를 늘리면 참여자 수가 올라간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 캠페인이 성공하면 그 캠페인에 서명한 시민들도 함께 축하를 받는다. (캠페이너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결과이므로)

이처럼 ‘몰라도 되지만 알아준다면 기쁠 것 같은’ 요소들을 게임에 넣었습니다. 사서 고생한 느낌은 없지않지만, 게임을 만드는 내내 아주 재밌었습니다. 만든이들이 느낀 재미가 게임에도 녹아들어서 캠페이너 인생게임이 묘하게 빠져드는 게임이 된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미지출처:아름다운재단 반디청소년워크숍

‘생활 체육’처럼 된다면 어떨까?

골목에서 치는 배드민턴, 동네 농구, 조기 축구 같은 생활체육처럼 캠페이너 인생게임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캠페이너 인생게임의 간단한 규칙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플레이어가 되어 게임에 참가하고, 여러번의 시도로 실력을 기르고, 종종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 교류전을 갖기도 하는 그런 모습. 그러한 일상 속 가벼운 모임에서 다양한 캠페인이 생겨나면 어떨까요?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캠페이너 인생게임을 다른 분들도 해보실 수 있도록 툴킷을 만들어 공개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