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를 엮는 마음으로

빠띠 뉴스레터 ‘민주주의 리포트’ 비하인드, 2018년 뉴스레터 편집장을 맡으며..

‘민주주의 리포트’의 편집장으로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번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갔습니다. 빠띠의 뉴스레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감개무량하게도) 뉴스레터 제작 노하우를 강의해달라고 요청받은 적도 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관련해 답변을 드린 적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블로깅으로 갈음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1.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해 기관/조직의 소식을 전하려는 새내기 홍보꾼
  2. 다른 조직에서는 어떻게 뉴스레터를 만드는지/새로운 방법이 있을지 궁금한 실무 담당자
  3. 누군가에게 뉴스레터를 만들자고 제안하실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뉴스레터 발행했던 과정을 복기하니 머릿속에 굴비 두름이 대롱 떠올랐습니다. 굴비가 엮이는 과정에 빗대어 뉴스레터 제작 비하인드를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한 달, 한 달 엮다보니 여섯 두름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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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을 가늠합니다.

조기는 학계 용어로는Larimichthys polyactis, 영어로는 yellow croaker.. (Too Much Infomation 죄송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소금에 약간 절여서 통째로 말린 조기를 굴비라고 합니다. 굴비 20마리를 엮은 것이 한 두름. 어장을 파악하고 두름에 엮일만한 통실통실한 조기를 잡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입니다. 어떤 ‘조기’(콘텐츠)를 잡느냐를 고민하는 것은 나중에 엮일 굴비 두름의 퀄리티를 좌우합니다.

평소 여러분 조직에서 어떤 콘텐츠가 나오는지,
어떤 형식(블로그, 영상, 카드뉴스..)인지,
평균 어느 주기로 발행되는지 살펴봅니다.

또, 우리 조직을 알고 있는 주변 분들에게 우리에게 기대하는 콘텐츠는 어떤 것인지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조직 내에서 자체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조직 외부의 전문가에게 기고를 요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도 노동과 관련해 뉴스레터를 엮을 때 원고(‘노동을 노동이라 하지 못하는 독립러의 노동’ by 우군) 청탁을 한 적이 있는데요. (더해서 원고 청탁 수요와 공급자가 서로에게 가볍게 들이밀 수 있는 노동계약서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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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를 낚습니다. 잘 잡히지 않는 때도 옵니다.

‘참조기 성수기인 올해 11월… 지난해보다 39%나 줄었다. 참조기 어획량 급감은 온수대 등의 영향으로 … 예년처럼 어군이 형성되지 않은 때문으로 분석됐다.’ (출처: 국민일보)

‘Shrimping is tough.’ (출처: Forest Gump)

어획에도 성수기가 있듯이, ‘조기’가 잘 잡히지 않는 비수기도 옵니다. 풍년일 때, ‘조기’를 엮어내는 것은 편집장에게 축복과도 같습니다. 편집장의 저력은 비수기에 숨어있는/존재하지 않는/어딘가에 있어야 하는 콘텐츠를 끌어내는(= 동료들을 재촉, 채근) 데 있습니다.뉴스레터를 기획하는데 성수기/비성수기의 때를 알고 한해의 어획량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1~2년간의 콘텐츠를 대강 살펴보시면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분이 뉴스레터를 얼마나 정기적으로 발행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저의 경험을 비롯해 주변 홍보 담당자분들의 조건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아래와 같이 발행 기간에 따른 성격을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설립되지 얼마 되지 않은 조직이나 지난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은 경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빠띠는 지난해 정치 참여 매거진 <월간 우주당>을, 올해는 <민주주의 리포트>를 발행하며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해 해석하고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주간: 자체 콘텐츠가 풍부하고 신속하게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 (풀타임으로) 뉴스레터를 전담하는 담당자가 1인 이상일 경우. 중간조직 기관으로 관련된 외부 소식(사업 공모, 모금, 인사, 채용)을 갈무리하는 정보 제공의 성격에도 어울립니다. 슬로워크의 오렌지레터가 좋은 예입니다.
  • 격주: 행사와 이벤트가 평균 월 2회 이상 있으며 비교적 신속하게 내용을 전달할 경우. 적어도 1인의 담당자가 필요합니다.
  • 월간: 미디어처럼 콘텐츠 생산이 사업/활동 영역의 메인은 아니나 정기적으로 활동을 아카이브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알리고자 할 때 좋습니다. 빠띠도 월간으로 발행하고 있지요.
  • 비정기: 행사와 이벤트가 불특정하고 간헐적으로 일어나나 이를 집중하여 알릴 때. 사업/플랫폼 런칭, 컨퍼런스나 세미나, 주요 기념일, 명절 인사 등을 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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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에 천일염을 뿌립니다.

조기의 아가미와 전체 몸통에 소금을 뿌립니다. 소금을 치면 굴비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뉴스레터 전체에 안정적인 톤앤 보이스를 갖추는 과정이 소금 뿌리기와 같습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최초로 기획할 때는 조직 구성원 전원이 기획 회의에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바쁘게 사업이 돌아가는 중에 모두가 홍보에 집중할 수 없어 (고작 뉴스레터 하나로?) 모이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조직 밖의 사람들이 여러분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데에는 거대하고 진중한 미션 한 줄보다 페이스북/트위터/블로깅/뉴스레터 등으로 알리는 활동 소식 하나 하나가 모인 결과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초기 기획 회의에는 조직 전체의 역사와 맥락을 알고 있는 설립자와 코어 멤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여 조직의 미션이 어떻게 사업/활동으로 구현되고 있고, 그것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어떻게 녹여들어갈 수 있는지 공유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뉴스레터를 읽는 대상에게 신중한/격식을 갖춘/친구에게 말하듯 가벼운/발랄하고 즐거운 목소리로 다가갈 것인지는 자연스레 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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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두름을 만듭니다.

고수는 눈 감고도 척척 엮으시는군요. (출처: KBS 6시 내고향 ‘법성포 굴비 편’)

굴비 스무 마리를 선별했고, 이제 한 두름에 엮는 작업입니다. 이는 전체 뉴스레터를 편집하는 과정입니다. 잠깐, 제가 노트북을 열고 편집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하는 일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뉴스레터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 그러고 나서 종이 위에 머릿속에 그려둔 스케치를 옮겨 봅니다. 어떻게 디자인할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캔버스를 열고 물감을 푼다면 정체 없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도구를 손에 쥐기 전에 항상 밑그림을 그립니다.

뉴스레터 디자인이 막막하신가요?

  • 다른 기관/회사의 뉴스레터를 구독해보세요.
    우리와 유사한 분야에 있는 곳은 물론 마케팅, 콘텐츠가 재밌어 유심히 보고 있었던 뉴미디어, 스타트업, 손꼽히는 기업의 뉴스레터도 구독해서 받아보세요. 주로 어떻게 구성했으며, 어떤 키포인트가 있는지, 어떤 점이 아쉬운지를 분석해보면 여러분 뉴스레터의 실마리를 잡는 데 도움이될 것입니다.
  • 단순하게 만듭니다.
    이야기를 채우고 풍성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결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이 콘텐츠는 이렇게 힘들게 얻었고, 저 콘텐츠는 이런 경우에 유용한 것 같고..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쓸모 있어 보이니 뭔가를 제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죠. 
    그럴 때, 생각해봅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고 나면 이것 하나는 기억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우리 뉴스레터를 보면 이것 하나는 건진다’를 이정표 삼아 가지를 쳐내려 가 봅니다.
  • (참고) 모두를 위한 마케팅 서비스 ‘스티비 Stibee
  1. 템플릿
‘테마별 템플릿’에서 목적에 맞는 이메일을 쓸 수 있습니다.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템플릿을 이용해 봅니다. 저희는 가족회사 슬로워크의 ‘스티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티비에서 발송 정보를 입력하고 난 후에 템플릿 디자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2. 블로깅 
좋은 이메일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 (+체크리스트) 살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메일 제목, 미리보기 텍스트, 개인화, 레이아웃, 폰트, 모바일 최적화까지 실무에 유용한 내용들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필요한 부분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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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에 씻어 말립니다.

테스트 메일을 발송하고 나서 고칠 부분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놀랍게도 동료가 딱 그 부분을 짚어줍니다

두름을 엮고 나서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 깨끗한 물에 씻어 바닷바람이 잘 드는 곳에 켜켜이 놓고 말립니다. 계속 콘텐츠를 편집하면 형식에 익숙해서 보이지 못한 실수나 개선 사항을 동료들에게 받는 과정입니다. 발송하기 전에 내부에 테스트 메일을 발송해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편집하면서 석연치 않았던 부분을 언급하여 더욱 자세히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료들에게 피드백하는 방법을 충분히 가이드하는 것도 건강한 피드백을 받는 지름길입니다.

사소해서 놓치기 쉬운 맞춤법. 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는 의외로 기본적인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입니다
  • 오탈자가 있나요?
  • 콘텐츠에 해당하는 링크가 바르게 잘 열리나요?
  • 부적절한 표현, 출처가 명기되지 않은 콘텐츠가 담겨있지는 않나요?
  • (혹시 발송일 직전에 생긴 소식 중) 빠뜨린 콘텐츠가 있나요?
  • 데스크탑, 모바일에서 모두 읽기 편한가요?

빠띠 뉴스레터 경우, 데스크탑과 모바일에서 열람하는 비율이 비슷합니다. 데스크탑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가독성이 좋은지 살펴봅니다. 주로, 데스크탑으로 작업하고 발송 전에 테스트 이메일을 모바일로 살펴봅니다. 여러분이 발행 전에 살펴보는 항목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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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밥에 올라간 굴비를 떠올려 보세요.

회고에 다음 달에 해볼 실험, 이번 달에 작업하며 아쉬운 것, 좋았던 점을 나누었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조기를 잡아 올려, 소금을 치고 바닷바람에 서서히 익혀나갔습니다. 열심히 낚고 엮은 굴비를 손님이 사가셨네요. 뉴스레터가 무사히 발행됐습니다. 마지막 단계에는 발행되고 난 후 회고와 피드백을 거치는 것입니다. 편집하면서 배운 것(특히 실수하면서 많이 얻습니다), 통계(오픈율/클릭률, 발행 시각 등)를 살펴서 다음 뉴스레터 발행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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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굴비, 굴비찜, 굴비찌개, 굴비전

굴비는 구워서 흰 밥에 얹어 먹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양념을 묻힌 고추장 굴비, 굴비찜 그리고 굴비로 전도 부쳐 먹는다고 하네요. 처음엔 ‘반드시 뉴스레터여야만 해’라고 생각하셨거나 막연히 ‘뉴스레터가 있어 보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우리에겐 참조기가 있고 굽든 찌든 부치든 밥상에 앉으신 분이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참조기’를 유연하게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굴비를 먹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처럼요. :)

빠띠도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굴비 구이’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은 뉴스레터 편집장이 매달 주제와 전체 윤곽을 잡았다면, 앞으로는 활동가들이 매달 각자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에 해당하는 뉴스레터 부분을 편집하기로 했어요. 모두가 편집장이 되는 겁니다. 결과는? 앞으로 여러분이 받게되는 뉴스레터에서 확인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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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출처: KBS 6시 내고향 ‘법성포 굴비 편’)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바닷바람으로 만드는 영광 법성포 굴비 엮는 과정을 함께 실어 보냅니다. 영상을 보시며 뉴스레터 엮는 과정이 복기 되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아요. 글을 읽고 더 궁금한게 생기셨나요? 제게 이메일(gj@parti.xyz) 주시거나, 미디엄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잊지 않고 꼭 답장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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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GJ찐쩐(錦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