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쓰임새 찾기

lulu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 Co-op
4 min readMar 31, 2016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자아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던 사춘기 시절, 나 혼자만 잘 살아서는 내 존재가 무의미하고, 세상이 허무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은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져야만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하여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지역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했다. 1년 남짓하게 일을 하다가 사회복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었고, 방황을 시작했다.

(이야기가 샐 것 같으니 회의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일을 그만둔 지 1년. 지금은 “수다로 정치하자, 빠띠에서 파티하자”라는 슬로건을 내민 온라인 정치 플랫폼 빠띠parti.xyz에서 일하고 있다.
다소 생뚱맞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행동을 먼저 한 다음에야 생각하는 편이다.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경향이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스타일. 하지만 나의 바보스러움이 사랑스럽기도 한다.) 이런 태도로 어찌어찌 관심가는대로, 기회 닿는대로 살다보니, 빠띠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경험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깊지 않은 고민 끝에, 차차 겪어보면서 알아가자는 생각으로 팀에 합류했다. 그래서 나는 2주째, ‘빠띠 운영자’로 일하고 있다.

빠띠에는 현재 4명의 개발자와 1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하지만 나는 개발도 모르고, 디자인도 모른다. 단지 약간의 사회복지 업무 경험과 약간의 방황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욱’하는 성질 때문에 SNS에 사회 문제들을 간혹 언급하는, 하지만 페친들에게 별 공감을 얻지 못해서 뻘쭘해지는, 그래서 블로그를 만들어 혼자 놀고 있는, 소심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런 이유에서, 플랫폼을 직접 만드는 대단한 능력자 분들(내 눈에는 진심 대단해보인다.) 사이에서 괴로웠다. 내가 대체 뭘 해야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베타버전이긴 하지만 서비스가 오픈을 한 상태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빠띠의 철학과 지향점에 대한 이해나 공감도 기존의 구성원들보다 떨어진다. 의사소통 구조가 수평적인 덕분에(때문인가), 일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오롯이 나이다. 물론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모든 분이 적극적으로 알려주시지만, 나에게는 혼자서 일을 찾고, 이끌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제안하고 요청하는 것 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을 잃었고,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했다. 독립성과 자발성이라는 단어가 나라는 사람에게 불편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짧지만 굵은 고민을 거쳐, 어쩌면 나의 일반인스러움이 빠띠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빠띠에는 만드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내 역할이 정말 중요할 수도 있다!”는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았다. 빠띠가 지향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빠띠(=이슈)로 개설하고, 즐겁게 수다를 떨고, 조금 더 기대해보자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모임도 생기고, 논의를 바탕으로 발언(찬반의견이 달릴 수 있는)도 하고, 많은 의견을 받은 발언을 정책으로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걸 내가 먼저 실험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점을 보완해나간다면 사람들이 다가오기 쉬운 빠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에 불만이 생기는 지점들을 노트에 써보고, 직시하고,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팀원들에게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면서, 그 지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다. 힘듦을 견디지 않고 힘들다고 말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을 넘어가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불만이 많고 투덜대는 걸 잘하는 성격이라서 다행이군.) 그런 일이라면 약간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대책없이 징징대는 것은 피해야하겠지만 말이다.

내 노력이 “쉽고, 편한” 빠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내가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빠띠를 발전시키는 과정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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