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상상하는 민주주의(Democracy Reimagined)

대만 g0v Summit 2018 발표 내용(국문)

GJ Kim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 Co-op
11 min readOct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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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0v summit은 열린 정부, 오픈 소스, 시민 참여를 주제로 2년마다 한번 열리는 아시아 최대 시민기술 컨퍼런스입니다. g0v 커뮤니티에서 201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8년 10월 6일, 대만 타이베이 중앙연구원(中央研究院 Academia Sinica)

전세계에서 모인 g0v Summit 스피커들과 함께

g0v summit 2018에 빠띠가 초대되어 다녀왔습니다. ‘다시 상상하는 민주주의(Democracy Reimagined)’라는 주제 아래 한국의 빠띠, 브라질 Mudamos의 Marco Konopacki, 타이완 국립대만대학의 전자투표 활동을 한 RSChiang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어 발표 내용을 토대로 국문으로 번역했습니다.

빠띠의 이야기는 52:30부터 1:10:50 사이입니다. 모든 강연은 생중계 되었고, 녹화 내용은 무료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大家好。我叫金錦珍。很高興見到你們!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김금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중국어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금진(찐찐쩐)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저는 빠띠(Parti)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고, 여러분에게 저희 빠띠의 활동을 공유하러 왔습니다.

빠띠는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에게 ‘빠띠 민주주의 툴킷'을 공유합니다. 툴킷, 그러니까 가이드에는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러분의 조직 혹은 커뮤니티 안에서 좀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더 큰 영향력을 내기 위해 (빠띠의 플랫폼들을 통해) 청원이나 캠페인은 어떻게 열수 있는지 등을 말이죠.

저희는 여러 시민들이 각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 혹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파티처럼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저희의 ‘민주주의 툴킷'은 모두 오픈소스입니다.

빠띠 크루들이 되게 활짝 웃고 있는데요. 이날 워크숍이 생각보다 되게 빨리 끝나서 그렇습니다.

현재 저희는 서울을 중심으로 제주와 일본에서 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영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주로 커뮤니티 조성, 사업 기획, 글을 쓰고,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아시는분 있나요?

요즘 한국에 어떤 일이 있는지 아시는 분 있나요? 좋습니다! 몇가지 근황을 좀 알려드릴게요. 위는 한국 아이돌 BTS의 멤버 RM입니다. 지난 UN 회의에서 인상 깊은 연설을 남겼죠. RM의 지난 청소년기를 이야기하며 ‘자신을 사랑하세요’란 캠페인으로 청소년, 청년들의자존감을 높일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 최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남북간 평화 분위기기가 조성되는 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도 점직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의 이런 평화 분위기와 상반되는 민주주의 퇴보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빠띠는 2015년 말에 창립되었고, 이듬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스캔들로 한반도가 들썩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이 그녀가 대통령과 측근이란 사실을 이용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대통령 신임도가 한풀 꺾이고 있었습니다.

총 1,600만 여명의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심지어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나와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고, 창의적이고 기발한 깃발과 포스터로 시국 선언을 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촛불 항쟁은 무척 평화로웠습니다. 어떠한 폭력이나 잔인함이 없었습니다.

2016년 11월, 전 빠띠 크루 중 일부가 프로젝트 정당 ‘우주당’ 창당을 제안했습니다. 우주당은 공식 정당은 아닙니다. 정당 멤버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꼭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치 단위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주당 멤버들과 같은 아젠다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해당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결속했다가, 해결돼면 자유롭게 해산하는거죠.

우주당은 여러 활동을 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주요 시위 지역인 서울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 지도 맵핑을 한 것이었습니다. 위 오른쪽 이미지를 보시면 당시 촛불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독일, 폴란드, 태국, 미국.. 전세계 여러 각지 에서요.

지난 민주주의 퇴보의 시대에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하나는 정치가 꼭 직업 정치인이나 현존하는 정당에만 배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온오프라인을 넘나 들며 여러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시민들은 점점 디지털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음을 알아가는 듯했습니다.
두번째는 21세기는 누구나 민주주의 시대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우리가 대의 정치에 잠깐 귀기울이지 않거나, 우리의 정치적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퇴보한다는 것을요.

사람들에겐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 하나가 남았습니다. 정치 지도자는 바뀌었는데, 내 삶은 어떻지. 더 나아졌나?

빠띠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빠띠가 정의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음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나누겠습니다.

저의 동료이자 ‘제로 웨이스트’ 삶을 추구하는 을 소개합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거의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 것을 추구합니다. 애초에 재활용해야하는 물건을 줄이는 것 또한 ‘제로 웨이스트’ 삶의 방향이죠.

저는 2017년부터 씽을 알았고요. 어느날은 카페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는데, 씽이 사진을 찍는거예요. ‘뭐, 마시고 있는 커피랑 셀카를 찍는가보다.’ 했는데, 플라스틱 빨대를 찍은 거였더라고요. 과자를 먹고 남은 봉지를 찍어두기도 하더라고요. 씽은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만든 날을 그렇게 기록하고 있었던 거예요.

씽은 ‘제로 웨이스트’를 혼자 실천하지 않았어요.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빠띠 xyz에서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했습니다. 커뮤니티 멤버들끼리 일주일 동안 쓰레기 만들지 않기 도전도 했어요. 플라스틱 봉투없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요. 그들의 생활은 점점 플라스틱 free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움직인만큼, 대만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저희와 비슷한 운동이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씽과 커뮤니티는 단순히 그들의 습관을 바꾸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어요. 이 문제에 조금 더 의미있는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대를 위한 캠페인에 앞서 그들은 서울 내 28개 프랜차이즈 카페의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리서치를 시작했을 즈음 서울은 아주 아주 더운 여름이었는데요. 사람들은 테이크아웃으로 차가운 음료를 자주 주문했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로요. 리서치 결과 놀라운 것이 오직 10%의 카페에서만 손님들에게 다회용기에 음료를 마시겠냐고 물었다고 해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이때, 손님들에게 다회용기를 기본으로 제공했다면, 절약됐을 플라스틱 용기는 얼마나 많았을까요.

빠띠 가브크래프트의 청원 당시(좌) 스타벅스의 그린 정책(우)

그렇게 빠띠 가브크래프트28개 프랜차이즈 카페에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대처를 촉구하는 청원을 벌였습니다. 1,000명의 서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고 17일만에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스타벅스에 청원을 하면, 시민들의 메시지가 전부 스타벅스에 전달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놀랍게도 스타벅스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왔습니다.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린green 정책의 일환으로 수년 이내에 쌀로 만든 빨대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을 운영하고 있어서,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해 서울시에 제안을 하고 싶은 시민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어보았습니다. 저희가 처음 워크숍을 설계했을 때, 60 여명의 시민들에게 완벽한 아이디어나 계획을 갖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다만, 워크숍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시민들과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정도만 인지하고 오시라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가볍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서울시에 약 40개의 제안이 올라갔습니다.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 모두 공개되어,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던 시민들도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위 워크숍에서는 시민들이 서울시에 제안을 했다면, 역으로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빨대를 금지’하는 것에 서울 시민들은 어떤 의견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씽이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지금처럼 지자체의 입법이나 행정에 진지하게 관여할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씽이 재밌어서 지속해서 활동을 했고, 거기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빠띠의 능력이 더해져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죠.

PS. Q&A 시간에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맨 왼쪽부터) 찐찐쩐, 다른 두 스피커 브라질 Mudamos의 Marco Konopacki , 국립대만대학의 RSChiang 그리고 모더레이터 Jason Liu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아래 세가지와 같습니다.

첫번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합니다.
두번째,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합니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대화와 협업을 조성합니다.

다시 초반에 보여드렸던 ‘민주주의 생태계’를 보여드릴게요. 저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적인 세상에서 다양한 플랫폼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살아있는 단위들을 나타냈습니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협동조합, 행정부, 기업 모두 각자 단위에서 일하고, 생태계를 만들고, 필요에 따라 다른 단위와 협업해야 합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부터 입법까지

저희는 세상을 조금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 커뮤니티,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 위 네가지는 위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한 저희의 핵심 요소입니다. 플랫폼의 경우 여러분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을 찾아서 쓰시면 돼요. 그렇지만 저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

빠띠 xyz는 팀과 조직 내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빠띠 가브크래프트는 시민들의 일상 정치 참여 플랫폼
빠띠 타운홀은 쉽고 재미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플랫폼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은 1,000만 서울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자유롭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플랫폼은 모두 오픈소스로 깃헙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운영 방법 같은 것을 모두 가이드화 하여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번째 ‘오픈 노하우’는 10월 말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확인해보시고, 구글 번역으로 여러분의 언어에 맞게 바꾸신 후 쓰시길 바랍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저희는 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한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그룹(올해 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 예정)입니다. 장내에서 나눠 드린 리플렛과 QR 코드를 스캔해서 모바일로 저희의 소식을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발표가 끝나고 저와 제 동료에게 찾아와서 언제든지 질문이나 코멘트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중국어 감수. 劉致昕(Jason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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