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서울의 설계도를 공개합니다

민주주의 서울 2018 결산 리포트 #1

빠띠는 2017년 서울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서울시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섯 번에 걸쳐 지난 한 해 민주주의 서울을 운영한 과정을 정리하여 공개할 예정입니다.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 http://democracy.seoul.go.kr )

🤔정책 앞에 고개가 갸우뚱 거린다

따릉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내달리다보면, 곳곳에서 서울시가 알리는 정책 홍보물을 볼 수 있다. 제로페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청년수당 등 시민의 눈이 닿는 곳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시 정책들. 그들 정책 홍보물을 보면서 서울시가 시민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가 천만 도시 서울의 삶을 바꾸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동시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 정책들은 어떻게 해서 생긴 거지? 누구를 위해 생긴 정책일까? 과연 저 정책이 서울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분명 서울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으로서 서울시 정책에 대해 의구심과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시민의 삶에 가까운 정책임에도 왜 온전한 마음으로 ‘완전 좋다!’를 단박에 외치기 어려운 것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정책과 나와의 연관성이 적다고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만약 서울시가 만든 정책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로 인해 생겨 났는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논의된 의견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등 숙의의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면, 보기 좋은 문구들로 ‘선언’된 정책 홍보물 앞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줄어들지는 않았을까?

🌟서울시와 빠띠는 이런 상상을 했다

빠띠와 서울시는 이런 상상을 했다.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 관련한 중요 이슈에 대해 시민과 시민, 그리고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논의해 본다면 어떨까? 논의의 과정을 착실히 겪은 정책들이 보다 실현 가능해지고, 더 많은 시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상상도 함께.

또한 서울시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들 때, 단순히 일방향으로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숙의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물론 서울시는 이와 같은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시민의 정책 제언에 적극적으로 귀기울여 왔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다수의 시민과 숙의의 과정을 만들어 내기에는 소통의 폭이 다소 좁았다. 시민이 정책을 제언하면, 이를 서울시가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여부로만 답하는 소극적 수준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은 서울시를 향한 시민의 일방적 정책 제안이 아닌 서울시와 시민간의 소통, 그리고 시민과 시민 사이의 공론이 가능한 구조로 확장한다는 데 차별점을 두었다. 즉, 정책 제안자 개인과 서울시 공무원 개인으로 국한된 소통에서 벗어나, 다수의 서울 시민이 제안된 의견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 기능이 강조된 확장되고 열린 구조의 플랫폼으로 설계 한 것이다.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렇다면 시민과 시민, 시민과 서울시 등 다자간의 단편적이지 않은 소통의 구조를 빠띠는 어떻게 설계했을까?

크게 보면, 제안 / 토론 / 결과 공개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제안 : 시민들의 자유로운 제안에서 공론화 할 의제를 이끌어 내다 🙋‍♀

제안 단계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제안한 정책들 중 공론장에서 다수의 시민과 토론할 제안을 선별하는 단계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하고, 다른 제안에 공감이나 의견을 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50명의 공감을 얻은 제안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가 의견의 수용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검토 부서에서 수용 시 해당 제안은 바로 실행 단계로 들어간다.

출처 ㅣ민주주의 서울 — 민주주의 서울은 간편한 로그인으로 쉽고 편리하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다른 제안에 공감과 댓글을 달 수 있어 시민간 소통도 가능하다.

그리고 500명의 공감을 얻은 제안은 다음 단계인 ‘토론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제안을 더 의미있는 토론을 위한 ‘의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토론 단계의 의제를 선정하고 다듬는 과정은 민주주의 서울의 ‘공론의제선정단’에서 진행한다.

다앙한 연령대의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의제선정단은 제안된 시민의 의견을 보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관심 갖고 토론할 수 있도록 의제로 만들고, 공론장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500명의 공감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론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는 제안을 새롭게 발굴하는 것도 공론의제선정단의 역할이다.

공론의제선정단 회의록은 민주주의서울 공지사항 게시판에 공개되어 있다
둘째, 토론: 의제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말하다 🗣

시민들이 의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이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론장이 건강하고 의미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의제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조사,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전달한다.

시민들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서부터 오프라인 토론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론장에서 토론에 참여한다.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 참여가능한 방식에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의견은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 아카이빙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민들이 이 공론장을 통해 의제에 관한 정보를 새롭게 습득하고,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도록 공론장을 홍보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출처ㅣ민주주의 서울 페이스북 페이지 https://democracy.seoul.go.kr — 난임주사를 보건소에서도 맞게 해달라는 의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서는 난임부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배경 정보 등을 시민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다. SNS 카드뉴스를 활용하여, 난임부부가 난임주사를 맞는 데 겪는 어려움과 보건소에서 난임주사를 맞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장점과 우려 사항 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기존의 시민 정책 제언은 한 개인 또는 조직과 같이 소수의 목소리로 발신되어 서울시라는 단 하나의 수신처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관계에서 탄생한 서울시의 정책은 시민 다수의 목소리와 지지를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서울은 천만의 시민이 살아가는 복잡한 구조의 도시이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보고 고려하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 외의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거나, 실효성있는 정책 실현에서 멀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 서울은 이러한 소극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제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론장 단계를 강화했다. 의제의 당사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다수의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시민 토론과 의견 표현이 가능한 공론장을 정책 제언의 중요한 단계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공론장에 손쉽게 참여함으로써 ‘정책을 만든다’는 다소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시민 활동에 보다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장벽이 낮아진 공론장은 더 많은 시민들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목소리와 의견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결과 공개 : 서울시의 답변을 듣다 💬

의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더 많은 시민의 관점과 고민이 더해지고, 발전된 형태의 제안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제는 한 개인이 제안한 의견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의 목소리가 결합된 정책 제언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공론장의 결과에 대해 서울시 해당 부서는 정책의 수용 가능 여부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이때 부서 검토는 제안 단계 때와는 다른 무게를 갖게 된다. 더 많은 시민들의 검토가 이미 이루어진 단단한 정책제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한 시민들의 숫자가 정책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서울시는 공론장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검토하게 된다. 이들 중 수용 가능한 정책들은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수용 불가능한 정책의 경우에도 단순히 수용불가를 단답형으로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게 아니라 자세한 이유, 다른 대안 등을 포함한 상세한 답변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이후를 위해 아카이브한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5,000명 이상의 참여가 이루어진 공론 의제의 경우, 별도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답변하도록 설계했다. 시장이 직접 답변함으로써 시민과 부서 양측 모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시민들이 말하고, 부서가 함께 고민하고, 시장이 힘을 더한 정책에 시민들은 보다 높은 효능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ㅣ민주주의 서울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의 정책 제언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그보다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 서울시와 시민이 논의의 과정에 어떻게 함께 참여했는지를, 그 과정이 실현 가능한 정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유의미 했는지를 더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결과 공개 단계에서도 서울시의 답변을 플랫폼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 과정을 자세하고 투명하게 기록하여 전달한다.

🤓간단하지 않은 민주주의 서울의 구조 속 발견할 수 있는 것들

민주주의 서울은 구조에 ‘갇힌’ 정책 제언 플랫폼이 아닌 확장된 소통이 가능한 ‘열린’ 구조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서울의 기존 정책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언되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민주주의 서울에서 제안되는 정책들은 개인의 의견 수준으로 처음 등장한 시점부터 시민들의 숙의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정책의 수준으로 변화되었는지를 속속들이 확인 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시민들간의 소통, 시민과 서울시와의 소통이 끊임없이 이루어졌음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민주주의 서울의 구조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단순한 설명은 그러나 민주주의 서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과정들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는 못한 한계가 있다. 실제 민주주의 서울은 제안, 토론, 결과 공개 단계 사이사이 아직 설명되지 않은 많은 과정들로 촘촘히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흔히 촘촘히 짜여진 구조 속에서 개인의 목소리나 의견이 더 쉽게 묻힐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거미줄에 갇힌 곤충처럼 치밀하면 치밀할 수록, 촘촘하면 촘촘할 수록 개인에 운신의 폭은 좁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이다.

Photo by Nicolas Picard on Unsplash

하지만 빠띠와 서울시가 함께 만든 민주주의 서울은 그와는 반대다. 치밀하고 촘촘히 짜여진 구조 속에서 시민들은 더욱 자유롭게 서울시와 소통하며 정책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서로 만나고 토론하며, 민주주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앞으로 총 다섯번에 걸쳐 민주주의 서울을 구성하는 각 과정들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복잡한 구조의 민주주의 서울을 단순화 해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서울의 과정들을 찬찬히 풀어냄으로써 빠띠와 서울시가 어떤 고민과 시도를 거쳐 민주주의 서울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지 자세히 그려보고자 한다. 민주주의 서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그랬던 것만큼 이를 다시 복기하는 과정 또한 지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반짝 하고 태어난 것이 아니듯, 민주주의 서울이 2년의 시간을 단숨에 달려온 것이 아니듯, 찬찬히 자세히 전체 과정을 밟아보고자 한다. 의미있는 이 추적을 많은 이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주길 기대하며.

민주주의 서울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bFSmihTfY

— 민주주의서울 2018 결산 리포트 시리즈는 빠띠와 최지은 님이 함께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