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 저 지리산 다녀오겠습니다!”

‘2018 지리산 포럼’ 후기 2

2015년~2018년 4년간 진행되어온 지리산 포럼입니다. 올해 주제인 ‘작은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에 빠띠가 초대되어 달리와 저 쩨리가 3박 4일간 지리산에 머물다 왔습니다.

지리산에서 새벽 산책을 나서니 물안개가 가득합니다.

지리산의 새벽은 닭과 개가 쉴 틈 없이 소리치지만 고요하고, 이웃집에서는 새벽부터 아침을 차리는지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실상사로 걸어가는 곳곳에는 아침이슬 머금은 거미줄이 보석같이 반짝이고, 새벽부터 배추밭에 농약 치는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지리산에 오길 참 잘했어’라고 느낀 것은 산책길에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이나 농부의 새벽 활동이 아닌, 밤나무 아래 떨어진 밤들을 제 주머니 가득 욱여넣었을 때였습니다. 
(역시 물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하하하.)

산책길에 자유로워 보이는 토종닭도 만났습니다. (허락도 안받고 사진을 찍다니 무엄하닭!)

SCENE 3. 이상하게 불리기 싫은 ‘청년’이라는 단어

“지역(혹은 단체)에는 청년이 없다고들 해요. 근데 막상 청년들이 지역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어 왔는지 묻기 보다, 아이디어나 체력이 필요한 이곳 저곳에 불리게 되더라고요.”
- 00구 신예로 등장한 청년단체 대표의 토로 중에서

내가 자란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에 주변 친구들과 단체를 만들었는데, 청년단체가 유일하다는 이유로 자치구 행정 공무원은 올해 안에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광역단위 청년지원사업을 신청하고, 내년 기획 중인 자치구 사업을 위탁받으라고 했고, 시민사회 활동가분들은 좋은 분들을 소개해준다며 지역의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게 하거나 봉사를 요구하고, 구청장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여하여 청년 문제를 던지라고 했다는 이야기…

이제 막 두 달 된 단체였고, 
그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는지 어떤 단체를 만들고 싶은지 묻지 않았다고 했다.
오겡끼데스까? 왜 나에게 안녕하냐고 묻지 않으십니까! (영화:러브레터)

그리고 현 정치판에 입문한 청년 정치가들이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

정당에서 마케팅 차원으로 ‘청년의원’을 사용하고 활동하지만, 정작 기존 정치가분들은 본인의 자리를 뺏어갈까 견제하고, 기존 의정활동에 두 세배를 진행해도 주요 논의에서는 배제된다고 말했다.

‘내가 지역(정치)에 뿌리를 내리길 원하는 분들인 것인지, 내 에너지를 다 쏟아낼 때까지 ‘사용’하는 것인지. 청년이라는 자체로 도구화 되는 것에 대한 속상함으로 지역(정치)이 싫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과 경험을 공유하는 청년정치가들의 토크콘서트(왼쪽부터 우인철, 고은영, 서난이)

그런데도 소수의 청년은 왜 지역에, 정치판에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을까?

지역 활동과 정치에 익숙한 분들이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슈에 관심이 없고,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SCENE 4.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 제가 초심을 잊고 있었어요.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장터를 시작한게 아니라, 제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 시작했거든요. ”
- 00마을장터를 기획하신 활동가

산내면의 살래장, 산청의 목화장터, 하동의 놀장, 남원 노암동 지역화폐 각자의 지역에서 주민들과 활동해 왔던 사례들을 이야기 하고 나니, 결국 장터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셀러’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최고의 이슈가 되었다.

“셀러들을 모집할때 어떻게 참여를 유도했나요?”, “홍보방식은 어떻게 했나요?”, “지역행정과의 연계에 문제는 없었나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주민자치위원회든 어떤 직능단체의 대표가 꼭 되어야 하는 걸까요?”

‘사고 파는것이 아니라 물건과 마음을 나누는 장터’ 세션에 참여했다. 모두들 경청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서울에서 온 활동가 한 분이 질문했는데, “서울은 이제 장터(플리마켓)가 상업화된 지 오래예요. 이 과정을 겪다 보니 주변 상인회에서 민원을 제기하거나, 셀러 간의 민원으로 참여 문턱이 높아졌어요. 푸드트럭조차 아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더라고요. 기존의 마을장터의 의미와 색깔을 잃어버린것이 너무 안타까운데요. 지역은 어떠신가요? 서울의 문제가 지역에도 생긴다면 , 이 고민을 함께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이 나오자, 더 많은 셀러들을 어떻게 모으냐라는 이슈에서 마을장터를 처음 시작했던 이유와 개선방안으로 바뀌어갔다.

“처음에 장터를 시작한 계기는 우리동네 ‘하나로마트' 말고도 우리지역에서 나는 다양한 생산품을 우리 지역 내에서 선순환 해보자! 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셀러들은 줄고, 시민들의 참여도 저조하여 주민들이 많이모이는 곳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더니, 마음을 주고 받는 장터가 아닌 상품을 소비하고 판매하고 있는것을 보게됐어요.”
지난 10/13일에 열린지리산 살래장에서 가장 있기 좋았던 것은 상품이 아닌 보드게임이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참여한 장터는 그 지역의 문화를 대변한다.
그렇게 참여한 셀러들은 자연스럽게 장터 안에서 네트워킹을 만들어 내고, 구경나온 주민들은 우리지역의 물건과 마음을 나누는 장을 경험하며 다음 장터를 기다린다.

지난 장터에 회의감이 가장 많이 밀려 왔는데, 왜 그랬을까를 계속 생각해보니 초심을 놓치고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고 말해주셨다.

초심(처음에 가진 마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단어가 이번 포럼에 많은 질문들을 풀어줄 수 있는 핵심이라 생각했다.

남원과 실상사 그 사이에는 산내면에 거주하며 지역과 사회를 바꾸는 활동가들이 있다.
빠띠는 디지털시대에 맞게 일상을 민주적으로, 세상을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현재의 민주주의를 혁신하는데에 초심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작은 소리들에 집중하여 큰 소리로 만들어내고, 내 일상의 작은 세계가 민주적으로 바뀌면 결국 시민들의 참여로 정치도 민주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무모한 상상들을 실천하고 마음을 쏟는데에는 
그렇게 될것이라 믿기때문이다.

이번 지리산 포럼의 주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는 빠띠가 활동하고 있는 첫 마음과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도 같은 고민이 있다면, 처음 시작한 마음. 처음 만들었던 단체의 미션, 처음 관계맺은 시민들, 처음 이 지역에 터를 잡은 이유 등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작은 참여와 시도들이 이 세상을 더 민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것이라 믿으면서!

내년 지리산 포럼에 또 만나요!

글. 쩨리(성예슬)
구성. 달리(dali kim
편집. GJ찐쩐(錦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