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 근로계약서를 노동계약서로 바꾸다.

안녕하세요. 빠띠를 애정해주시는 여러분!
저는 지난 4월부터 빠띠에 합류한 찐쩐이라고 합니다. 빠띠의 이모저모를 세상에 알리는 스토리텔러로 여러분 앞에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빠띠에서의 하루는 36시간 같아서) 한 세달은 지난 것 같았는데, 빠띠호에 승선한지 이제 한달이 되어가네요.

찐찐쩐, 출근 첫날부터 논란 일으켜-

문득 빠띠에 출근한 첫 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첫날부터 도발도.. 그런 도발이 없었죠..

4월 4일로 거슬러 가서,
사무실이 따로 없는 빠띠는 스탭들이 일하는 곳이 곧, 일터가 됩니다. 첫날 제 ‘사무실’은 아늑한 거실. 막 내린 커피 한 잔에 노트북을 열며 시작되었습니다. 오전에는 빠띠 내 원격업무 가이드로 사랑받는 ‘리모트 사무실 따윈 필요없어’를 읽으며 리모트워커스 스피릿을 마구 채웠습니다. (이제 상암동과 빠띠러들의 집결지인 광화문에 와이파이 잘 터지는 카페들은 다 꿰고 있습니다.) ‘찐쩐 리모트 맵’이 매번 일정에 맞는 일하기 좋은 사무실로 안내해준답니다.

오후 2시 빠띠 오리엔테이션이 저의 첫 공식 스케줄 이었습니다. (하필 이때 평소에는 잘만 터지던 인터넷도 연결이 버벅거리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어요;;) 제주에 사는 달리와 성북에 사는 씽과 행아웃으로 빠띠를 소개받았습니다. 빠띠 유저에서 활동가가 되었기에 빠띠를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민주주의 플랫폼이 있어 신기했습니다.

‘빠띠, 민주주의 서울, 가브크래프트, 타운홀, 데모스 위키’ 는 모두 빠띠의 식솔

모두에게 급여 테이블을 공개하는 빠띠

급여와 고용계약서 논의를 마지막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매듭 지어가고 있었습니다. 빠띠는 모든 멤버들의 급여가 공개되어 있어요. 보통은 동료끼리 얼마 받는지 기밀(?)이잖아요. 심지어 회사에서 제 진짜 연봉은 안 알려주고 되려 제게 희망연봉을 묻고, 만족스럽지 않은 연봉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에 반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빠띠의 문화가 급여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참 신선했어요. 동료끼리 신뢰를 쌓는데 방해되는 요인들은 제거한다는 태도가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렇게 그간 저의 경력을 바탕으로 급여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고용계약서를 받아봤습니다.

근로보다 노동

근로계약서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근로’계약서.

근로라.. 부지런하다 ‘근(勤)’에 일하다 ‘노(勞)’ 아닌가? 부지런히 일하라고 쓰는 계약서라…

노동자인 나와 사용자인 빠띠는 서로가 교환하는 서비스와 재화에 만족해서 계약을 맺으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놈의) 계약서는 왜 노동자인 내게 부지런히 일할 것까지 보태어 말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계약서야. 나는 두툼한 월급 봉투를 받고 싶으니 두툼한, 두꺼운, 굉장히 많은-이란 형용사를 넣어도 되겠니?’

저는 좀 불편했습니다. ‘근로: 부지런히 일’하라 명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싶진 않았어요. 을이 갑에게 종속되는게 아니라 균형을 맞춘 시소처럼 나와 빠띠는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빠띠라면 저의 불편함을 들어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출근 첫날 이의 제기를 했습니다.

‘근로’계약서 말고 ‘노동’계약서 쓰고 싶다고…
에라 모르겠다. 저녁에 도발적인 글을 올리고 퇴근해버렸습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멤버들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행히(!)도 멤버 모두가 ‘근로’보다 ‘노동’이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 첫날부터 너무 지나쳤나… 누가 뭐라 대답하려나…(근심 한근, 근심 두근하며) 답을 기다리다가 단비같던 멤버들의 댓글’
근로계약서에서 노동계약서로 바꿀 때 ‘빠띠’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마음 속에서 기쁨의 빵빠레를 터뜨렸습니다🎉

🎊 빠띠, 근로계약서를 노동계약서로 바꾸다. 🎊

무탈히 제1호 노동계약서에 서명하고, 빠띠에서 재미지게 노동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있네요. 먹고 사는 일과 조직에 관심이 많은 저는 여러분의 일터에도 근로 아닌 노동이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순 없겠지요.

그렇지만 저와 빠띠, 외부의 파트너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앞으로 빠띠는 일회성 원고 청탁, 강의,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간이 (노동) 계약서를 씁니다. 수요자(사용자)와 공급자(노동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일하는 조건이 당연해질 때까지!

우리는 ‘근로보다 노동’하자고 외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