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와 디지털 폭력에 대응하며.. 우리가 여전히 신뢰하는 것

③ 폴란드 개인 민주주의 포럼에 다녀와서 Personal Democracy Forum Central Eastern Europe 2019 #PDFCEE19 #Bellingcat #SamuraiLabs

GJ Kim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 Co-op
10 min readMay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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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유럽 민주주의 덕후들의 파티

② 전세계 100여곳에서 사랑받는 시민 참여 플랫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허위정보 대응하며 ‘60초 안에 하는 팩트체크’

버즈피드와 코미디언 Jordan Peele이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상이다.
(출처: BuzzFeed)

여러분도 이 영상 보신 적 있으시죠? 코미디언 Jordan Peele이 ‘딥 페이크’ 기술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낸 것인데요. 몇 년 후면 누군가 나를 흉내내어 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거짓말을 퍼뜨리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도 나올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동영상과 목소리를 조작하는 ‘딥 페이크’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면서 이제는 어떤 게 조작인지 알아채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How to make easy but qualified fact-check for only 60 seconds?’이란 워크숍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신청 버튼을 눌렀다. Tasha Sokolova가 러시아의 저널리스트라고 했을 때, 2000년부터 계속된 푸틴의 장기 집권과 올 2월에 이슈가 된 ‘인터넷 고립법’ 안에서 러시아는 안녕한지 묻고 싶어 졌다.
(Photo by Dawid Linkowski, CC BY-NC-SA 3.0)

Tasha Sokolova는 러시아 저널리스트로 지난 4년간 가짜 뉴스에 맞서는 일을 해왔어요. 이번 워크숍에서 60초 안에 간편하게 팩트체크 할 수있는 방법을 소개해주었는데요. 팩트체크할 수있는/해야하는 분야는 손으로 꼽고 넘칠 정도로 많더라고요.

다 가짜!

1.지도, 인공위성, 스트릿뷰 2. 위치 기반 검색 3. 이미지, 비디오 검증 4. 소셜 미디어 5. 교통편 6. 날짜 및 시간 7. 웹사이트 및 IP 8. 인물 & 전화번호 9. 회사 등록 까지… Tasha가 가짜로 밝혀진 정보와 어떻게 밝혀냈는지를 알려줄 때마다, ‘아니 이런 것 까지…?’란 혼잣말과 탄식이 끊이지가 않았어요.

꿀 정보🍯

Bellingcat’s Online Investigation Toolkit에서 팩트체크 온라인 툴을 살펴보세요.

(출처: Bellingcat)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허위 뉴스의 실체와 대응’ 편에 의하면 허위 뉴스는 온라인에서 진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깊이 확산된다고 합니다. 진실보다 자극적이어서 확산이 잘 되고, 허위임이 밝혀져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쉽게 잊히지가 않는대요. 이런 정보가 쌓이고 쌓여 사람들간의 정보 격차를 만들면, 민주주의, 개인의 사생활, 경제, 심지어 안보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에 대해 연구한 보고서가 수두룩 하다고 하네요.)

정보의 범람 속에서 매번 뉴스를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팩트체크로 하루에 1분씩 일 년을 쓰면 365분. 여기에 국내 인터넷 이용자 4천6백만(2018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기준) 수를 곱하면 연간 16억 분이 소비되는데요. 불신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은 결코 적지 않고, 신뢰를 구축하여 유지하는 노력은 부단히 이뤄져야 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포럼 장소 한편에 전시되었던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Ingredients of Trust)’
‘투명성, 책임, 이해, 지속 가능성,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디지털 폭력에 대응하는 AI 연구소 ‘Samurai Labs’

사무라이 랩의 Michał Wroczyński 발표 ‘How Can Artificial Intelligence Help Us Overcome Evil with Good?’ 영상 캡쳐 [발표 영상 3:27:50부터] (출처: Multicam vision)

사무라이 랩(Samurai Labs)은 온라인 폭력에 맞서는 AI 연구소입니다.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사이버 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익명의 누군가가 SNS 상에서 욕설과 인격 모독 발언을 남기면 인공 지능 ‘사무라이(Samurai)’가 이를 알아차리고 악성 댓글에 대응하여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깁니다.

레딧에 오고가는 설전을 예시로 들고 있는 Michał(왼쪽)과 그의 동료 (Photo by Dawid Linkowski, CC BY-NC-SA 3.0)

이번 포럼에서 사무라이 베타 버전을 시연했는데요. 발표자는 포럼 참가자에게 레딧(Reddit)에 사무라이 랩의 엔지니어에게 욕설을 남길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키보드 워리어(인터넷 공간에서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를 자원한 참가자가 ‘이런 간단한 것도 못하다니. 자살이 답이네. 옥상에서 떨어져.’란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1분 정도 지나자 ‘다른 사람의 감정도 고려하는 게 어때? (많이 격해져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포옹해줄게.’라고 사무라이의 답변이 올라왔습니다.

실제로 사무라이가 다녀간 온라인 공간은 바뀌었습니다. 다른 네티즌도 덩달아 키보드 워리어의 행위가 잘못됨을 지적하고,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도왔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대 사람, 사람대 인공 지능이 긍정적으로 상호 작용한 사례입니다. 온라인 공간이 폭력 없이 표현의 자유(free speech without violence)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신기술이 만들어낸 그럴듯한 인공 현실과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과 겨루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만일 이런 경향이 현실과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집단인식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중대한 문제에 맞닥뜨릴 것이다. 현실을 두고 벌이는 투쟁이 전면화되기 전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 과학자, 규제당국이 함께 힘을 모아 진실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한다.”
the Atlantic, Franklin Foer

PDF CEE의 막이 내리고

이틀간 포럼을 멋지게 이끌어 준 Krzysztof Izdebski(왼)와 Anna Kuliberda(오)(Photo by Dawid Linkowski, CC BY-NC-SA 3.0)

“폴란드, 우크라이나, 체코 공화국, 슬로바키아,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한국,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 불가리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사이푸르스, 콜롬비아, 이탈리아, 파키스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카자흐스탄, 브라질”

총 41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폐막식에 모였습니다. 각 나라의 언어로 ‘신뢰’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를 만들었어요. 언어가 하나씩 더해져 구름이 커질 때마다 마음이 벅차고 찡해졌습니다. 이번 PDF CEE에 이렇게나 다른 언어로 ‘신뢰’를 말하고 쓰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냥 편하고 좋았어요. 누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상관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며 그걸 들어주는 경험을 진정성 있게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전히 ‘인간 중심의 태도’가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실마리라고 믿는(In whom we trust) 사람들이 모여서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번 포럼은 신뢰를 두텁게 쌓는 것은 사회, 커뮤니티, 정부 간 좋은 협력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신뢰 서클(circle)을 회복하여 개인과 집단이 견고한 협력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같이 마련해보고자 만들어졌는데요. 물론 이 포럼 한 번으로 거대한 이슈가 한 번에 해소될 수 없겠지만, 계속 만나고 협력하다 보면 그 길이 보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PDF CEE는 제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줬습니다. 저의 머릿속 세계지도는 선진국 중심으로 그려져 있는데, 여기 이렇게 수많은 나라에서 자신들의 도전 과제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풀어 나가고 있었어요. 각자 치열하게 부딪치고 다음 해에 다시 모인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까요? 일년만에 만나도 너무나 반갑고 미소가 번질 것 같은, 그 얼굴들이 또 보고픈 포럼이었습니다.

요약

  • PDF CEE 2019: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기술로 시민 참여와 공공 영역의 투명성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의 경험을 교환하는 이틀간의 포럼. 기조 강연, 실습 워크숍, 네트워킹 등으로 진행
  • 주제: 우리가 믿는 것(In Whom We Trust)
  • 키워드: 공론장, 신뢰, 시민 기술, 공공 기술, 가짜 뉴스, 포퓰리즘
  • Festival of Civic Tech for Democracy: 시민 기술(Civic Technology) 및 정부 기술(Government Technology; Gov Tech) 분야에서 도전 과제, 성공과 실패 케이스를 나누고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축제
  • 오거나이저: Fundacja ePaństwo and TransparenCEE Network
  • 공동 오거나이저: Miasto Gdańsk and Europejskie Centrum Solidarności I European Solidarity Centre
  • 파트너/협력: TechSoup Europe, Personal Democracy Media.
  • 스폰서: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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