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출근했더니 스크럼 마스터가 된 건에 관하여

보라
PI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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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n readJan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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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이비스토리 iOS 앱을 개발하면서 스크럼 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보라입니다.

얼마전부터 국내 기업들 사이에 애자일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팀들이 애자일 방법론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픽소도 마찬가지로 애자일, 그 중에서도 스크럼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픽소의 스크럼 마스터가 하는 일과 스크럼 마스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스크럼 마스터가 뭐야?

픽소는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품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고 전문가 집단인 챕터와 이 챕터들이 모여 제품을 만드는 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스포티파이 모델로 널리 알려진 Cross Functional Team 으로 스쿼드라고 부릅니다.

스쿼드에는 제품을 책임지는 PO와 스크럼 마스터, 디자인과 개발을 담당하는 메이커들이 스크럼팀이 되어 스프린트를 수행하며 반복적이고 점진적으로 개선된 제품을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크럼 마스터는 간단히 말하자면 스크럼팀의 스크럼이 잘 수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픽소에는 1년전까지만 해도 스크럼 마스터라는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PO가 모든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PO가 다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돌이켜 보면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방법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PO가 모든 관리 업무를 해야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내 곧 여기저기에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업무로 인해 PO는 제품에 집중하지 못했고 스프린트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을때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스크럼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이해하는것을 방해했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백로그를 정제 할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팀은 앞으로 무슨일을 해야할지 스스로 관리하지 못했고 때로는 무리한 일정으로 스프린트가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PO와 스크럼팀은 모두 지쳐가고 있었고 숨이 차도록 스프린트를 돌면서도 어떤것을 달성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무력한 팀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스프린트를 하고는 있지만 시키는 업무만 하는 괴상한 팀이 되어가진 않을까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게 스크럼 마스터의 역할이라고요?

스크럼 가이드에서는 스크럼 마스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크럼 팀을 위해 하는 것

  • 팀원들이 자율관리를 하고 교차기능적이 되도록 코칭 하는 것
  • 스크럼 팀이 완료의 정의를 충족하여 높은 가치를 갖는 증가분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 스크럼 팀의 진척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 모든 스크럼 이벤트들이 열리는 것과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 그리고 정해진 시간안에 마치는 것을 보장하는 것

프로덕트 오너를 위해 하는 것

  • 효과적인 프로덕트 목표 정의와 프로덕트 백로그 관리를 위한 기술을 찾는 것을 돕는 것
  • 스크럼 팀이 명확하고 간결한 프로덕트 백로그 아이템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 복잡한 환경에 대해 경험주의적으로 프로덕트 계획을 수립하도록 돕는 것
  • 요구 또는 필요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촉진하는 것

조직을 위해 하는 것

  • 조직이 스크럼을 채택하는 경우, 조직을 리드하고, 교육하고 코칭 하는 것
  • Try 조직 내에 스크럼을 실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조언하는 것
  • 조직 구성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한 환경에 경험주의 접근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
  • 이해관계자들과 스크럼 팀들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는 것

몇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 픽소는 스크럼 마스터와 함께 이 혼란의 시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PO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크럼팀은 PO로부터 의존도를 낮추고 PO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우선 스크럼 마스터와 PO는 각자의 역할에 맞게 회의를 나눠서 진행합니다.

PO는 제품에 관련된 회의를, 스크럼 마스터는 프로세스에 관련된 회의를 각각 주관하는 것이죠.

Backlog Refinement 회의는 제품과 관련되어 있으니 PO가 주관하고 Sprint Planning과 회고는 스크럼 마스터가 주관합니다.

단순히 회의를 분리하여 업무량이 줄어든 효과만 얻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크럼팀의 멤버인 스크럼 마스터가 일부 회의를 주관하게 되니 스크럼팀의 참여가 조금씩 주도적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스크럼팀이 주도적이 되도록

어째서 스크럼팀이 변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PO가 모든 회의를 주관했을 때 스크럼팀은 왜 자율적이지 않았고 주도적이지 못했을까요?

PO는 말 그대로 제품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제품 위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PO는 회의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 어렵고 스크럼팀은 PO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크럼 마스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Facilitation 인거죠.

장애물 제거

스프린트가 한창 진행중일 때의 일입니다. PO는 갑자기 급격하게 떨어지는 지표를 보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스크럼팀에 요청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스크럼팀은 스프린트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스크럼 마스터는 이런 장애물로부터 스크럼팀을 보호해야 합니다.

비록 PO가 장애물이 되더라도 말이죠.

경험주의적 해결

스프린트를 진행하기 전에 어떻게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 플래닝을 합니다.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정도 이때 계획됩니다.

하지만 스프린트를 진행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때가 많습니다. 플래닝을 완벽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다루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늘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특정 기능을 개발하던 중에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경험에 의한 판단으로 해당 기능을 제거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혹은 팀 구성원의 피치못할 개인적인 이유로 스프린트 진행이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때에도 스크럼 마스터는 경험에 의한 판단을 빠르게 내림으로써 스프린트가 멈추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험주의적 접근법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촉진

픽소에는 Growth Marketing Chapter와 Contents Chapter가 있습니다.

특정 스쿼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이들과의 협업을 위해 회의를 주재하고 논의가 필요한 쟁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스크럼 마스터는 Facilitation을 통해 다양한 스크럼팀과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촉진해야 합니다.

필요해서 생긴 역할

만약 팀에 스크럼 마스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연스럽게 이 역할은 PO에게 집중되어 PO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여러가지 장애물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가치있는 결과물의 전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좀 힘들더라도 PO가 이 역할을 다 맡아서 할 수는 없을까요?

위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PO와 스크럼 마스터는 겸임되어서는 안됩니다.

PO는 제품에 집중해야 하고 스크럼 마스터는 프로세스에 집중해야 하므로 서로 바라보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고 또한 적절히 서로를 견제하여야 건강한 팀과 가치있는 결과물 둘 다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스크럼 마스터는 필요해서 생긴 역할이었던 것이죠.

조금 더 잘할 수 없을까?

저는 약 8개월 정도를 스크럼 마스터인듯 아닌듯 업무를 하고 있었고 좋은 기회를 통해 스크럼 마스터라는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픽소는 구성원에게 늘 새로운 기회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스크럼 마스터라는 이름이 붙고 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름표가 붙으니 자연스레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내가 얼마나 알고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르면 공부를 해야죠

저는 함께 스크럼 마스터가 된 픽소의 영원한 ✨수퍼루키✨다은님과 스터디를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한 점에 대해 정기적으로 기록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공동대표 두분과도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많은 조직들이 애자일 도입 시점에 경영진의 스폰서쉽에 대해서 고민할 때 우리는 그런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탄탄한 플레이그라운드위에서 원하는 만큼 달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이론을 학습하고 스크럼팀에서 실전을 치르고 있자니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글의 제목으로 차용한 ‘출근했더니 스크럼 마스터가 된 건에 관하여’라는 책을 최근에 스크럼팀과 함께 읽었는데 스크럼과 애자일을 쉬운 언어로 표현한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훈훈한 결말까지 완벽해요 👍)

개발자에서 스크럼 마스터로 확장

  • 백로그, 플래닝, 개발, 제품 전달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 생겼어요.
  •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졌고 매끄러운 협업으로 이어졌어요.
  • 앱개발자로서 사용자와 더 소통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 백로그를 정제하기 위해서 개발만 하던때보다 더 VOC를 꼼꼼하게 살피게 되었어요.
  • 개발만 할 때는 기능 구현을 충실히 했는지 위주로 앱을 사용했었다면 이제는 사용자 관점으로 앱을 사용하고 있어요. 개밥먹기라고도 하죠.

하지만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것은 어째서일까 고민이 깊어질 때 쯤 한솔대표님을 통해 코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홍영기 코치님과 일주일에 한번씩 고민을 나누고 코칭을 받으면서 또 한번 단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회의를 설계하라는 것이었어요.

잦은 회의로 스크럼팀이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초보 스크럼 마스터로서 회의에서 도출되는 결론들이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회의 설계란

  • 회의에서 도출하고자 하는 결론이 명확해야 한다.
  • 회의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참여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 회의에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면 사전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므로 불필요한 논의는 막고 추가 논의는 분리한다.
  • 타임테이블을 만들고 참여자들에게 공유한다.
  • 표현을 어려워하는 참여자들의 의견을 이끌어내야 한다.
  • oo님이 말씀하신 xx내용은 이런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맞을까요?

회의를 설계하고나니 훨씬 회의진행이 수월해 졌습니다. 회의의 목표에 부합하는 흐름으로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관련이 없는 논의는 자연스레 따로 분리가 되어 목표한 시간안에 결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크럼팀도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는데요. 제품에 대한 관심과 협업에 대한 즐거움이 결국 고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성장을 통한 가치 전달

  • 최근에 우리팀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정비하는 Polish Week를 가지게 되었어요. 이 기간동안 같이 스크럼에 관한 책을 읽고 협업을 더 잘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팀의 업무 이해도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 스프린트의 목표를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어서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주도적이 되었어요.
  • 기획, 디자인이 끝나면 개발을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데이션을 같이 하고 빠르게 구현한 후 사용해보면서 개선해나가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 스프린트가 마무리되고 사용자에게 전달되어 변동되는 지표를 확인하면서 동기부여와 자극을 받고 있어요.
  • 물론 항상 좋은 지표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더이상 반복적이고 지루한 스프린트를 수행하지 않게 되었어요.

기본으로 돌아가기

아직은 초보 스크럼 마스터로서 채워넣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발도 잘하고 싶고 협업도 잘하고 싶고 회의도 잘하고 싶고 스크럼팀의 장애물도 다 막아주고 싶은 슈퍼맨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욕심만 커져가고 있을 때 이번에는 컨그루언트 애자일의 조승빈 대표님과 고민을 나누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Facilitation만 잘하도록 해보세요

고민을 나누면서 저는 딱 한가지에만 집중해보자 라는 결론을 얻었고 기본만 잘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스크럼이고 애자일이구나라는 것을 지금도 매일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함께 잘할 수 없을까? 함께 자라기!

최근에는 제가 얻게된 이 동기부여를 팀과 함께 나눠 가질 수 있을까? 이 성취감을 같이 느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기조직화된 팀으로서 팀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제 애자일의 가치에 동의하는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코칭으로 나아가야 하는 앞으로의 수 많은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얼마전 애자일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애자일 네이티브 라는 단어가 생각이 납니다.

워터폴을 경험하지 않은 픽소야말로 애자일 네이티브가 아닐까 생각하며 앞으로 계속 밟아나갈 여정들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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