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공유,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POPCHAIN
POPCHAIN
Published in
9 min readJul 13, 2018

[Son’s Book-Letter 1] ‘열두 발자국’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아시아 블록체인 서밋 2018’에 참석하고 귀국한 지난 7월3일 수요일.

제가 회사로 돌아와 가장 먼저 소화한 일정은 새로 합류한 직원 11명과의 비전 공유(Vision Sharing)였습니다. 일반적인 채용 루트와 다르게, 저와 임진환 부대표는 이들 11명 모두를 발품을 팔아 영입했습니다. 채용 공고(경력 공채)를 내고 선발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설득을 거듭해 영입한 인재였기 때문에 우리 재단의 존재 의미와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짧게 언급한 바 있지만, 저는 여전히 ‘사람이 있고 기술이 있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혁명적인 기술임에 분명하지만 제 우선 순위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PIXABAY

새로운 질문, 그 실마리

그럼 이들에게 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이 자리에서 저는 제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해답’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가 완벽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들을 채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문득 아래 칼럼이 생각났습니다.

(‘최첨단 기술이 세상을 뒤바꾸고 있는 시대에 블록체인 업체 최고경영자가 무슨 종이 신문이나 읽고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을 돌려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일수록 정확한 정보에 대한 갈증은 반대로 급증합니다. 정확한 ‘사실’들이 체계적인 ‘논리’에 꽉 들어차 저를 설득시키는 매체는 결국 종이더군요. 그러니까 신문과 책 말입니다.”)

정재승 교수의 지난달 5월 5일 <중앙선데이> 칼럼

정재승 교수는 칼럼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세상은 아직 당신 편이 아니다. 정부와 은행, 카드 회사는 막강한 중앙통제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생략) 블록체인을 위협이라 여긴다. 탈중앙화된 세상을 두려워하며, 그런 산업이 성장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창작자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소비자는 더 적은 돈으로 그것을 즐기는 세상이 와야 한다. (생략) 모든 창작과정, 거래 과정이 정교하게 추적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창작자-소비자-운영자 모두가 윈윈하는 ‘POPCHAIN’

시대정신(Zeitgeist)은 결국 ‘상생(相生)’

저 역시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기술만능주의자가 아닙니다. 다만 정 교수처럼 시대의 조류가 탈중앙화로 가고 있다는 점에는 인식을 함께 합니다. 때문에 우리 시대의 이른바 시대정신(Zeitgeist)은 ‘독과점’이 아니라 ‘상생’일 것입니다. 이를 부인하는 기득권은 역사가 증명했듯 소멸할 것이고, 선점한 자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특히나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보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이 시대엔, 사회의 모든 부문 중에서도 문화 영역이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문화콘텐츠와 블록체인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내는 상생 플랫폼이 미래 먹거리라는 뜻입니다.

저는 그 1세대로서 임무를 다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2세대 팝체인, 3세대 팝체인이 속속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다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정재승 교수의 신간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

‘열두 발자국’에서 한 걸음 더

정 교수가 촉발한 질문에서 시작해 제 생각을 가다듬다 만난 책이 정 교수의 신간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이었습니다. 제 습관 중 하나가 토요일자 종합일간지 10개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것인데요. 토요판 신문엔 공통적으로, 해당 주에 출간된 가장 좋은 책에 대한 서평이 실려 있습니다.

매일 수십권의 신간이 쏟아지고 물리적으로 저는 이를 다 읽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눈 밝은 기자들이 좋은 책을 먼저 찾아 읽고 핵심을 간추려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를 참고해 지식의 최전선을 갱신해나갑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곧바로 주문했고, 대만을 다녀오는 왕복 비행기에서 다 읽었습니다. 정 교수가 각계 각층의 인사와 만나 펼쳤던 12번의 강의를 묶은 이 책은, 위 칼럼에서 정 교수가 제기한 문제의식이 더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단상들이 흩어져버릴까 두려웠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대만 행사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정 교수의 신간이 선사해 준 발견들이 뒤섞이면서 한 편의 글이 만들어졌습니다. 생각이 차분히 정돈됐습니다. 이를 11명의 핵심 인재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이 자리에 소개합니다.

다음은 강연의 요약문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교양으로는 물리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때 ‘양자역학’이라는 개념과 만났습니다. 물론 아직도 그 개념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에게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다만 양자역학이 저에게 준 충격만은 기억합니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입니다. ‘아주 작은 세계에선 세상이 연속적이지 않다고? 빛과 에너지마저도? 나 역시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원자로 구성돼있다고? 그럼 난 확률로 공간에 존재한단 말인가? 측정하기 전엔 다 입을 다물고 있으란 소리지?’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 모형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 물리학에서 양자역학이 정설입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마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두 손 들고 반대했던 이론이 말입니다. 지금도 충격적인데 양자역학에 대한 첫 공식 해석이 나온 90년 전에는 어땠을까요.

그래서 양자역학의 창시자였던 닐스 보어(Niels Bohr)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죠. “하나의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지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기성세대가 설득돼서가 아니라, 그들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주요 세대로 등장하면서 바뀔 때 뿐이다”라고요. 냉소적 어투이지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양자역학을 닮아갈 블록체인

모든 일이 종료된 다음 해석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반면 패러다임이 블록체인으로 완전히 옮아가는 시대에, 그러니까 거대한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이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갈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나아가 이를 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대담한 용기와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양자역학이 그랬듯이요. 지금 IT업계에서는 양자역학이 선사한 열매를 먼저 주워담는 자가 승리자가 되는 상황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대체 어느 누가 책상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을 수 있다는 발상을 처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컴퓨터가 우리 손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혁명을 시작한 사람조차도 그 혁명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몰랐을 것입니다. 이를 알고 시작한 사람은 오히려 열매를 보지 못하고 탐욕에 눈이 멀어 도태됐을 것입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기득권

때문에 창작자보다 중간 유통업자들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 지금의 문화 생태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기득권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팝체인 개발자들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문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직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려 합니다. 창작자가 돈을 더 벌고, 소비자가 좀 덜 지불해도 되는 세상을 원합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다운 기술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정교하게 엮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소스를 공개하고 있으니 구축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더불어 이를 잘 활용했을 경우 얻게 되는 경제적, 문화적 혜택 또한 명확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블록체인 편이 아닙니다.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혁명의 태동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꾼 모든 기술이 그랬듯, 5년 안에 블록체인 기술은 그 모든 시행착오를 감당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일굴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주역이 될 것입니다. 문화와 블록체인은 ‘상생’이라는 시대정신을 일구어낼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팝체인으로 그 꿈을 이뤄봅시다.”

비전 공유가 잘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말이 끝난 뒤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는 것만은 기억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보다는, 차분히 소감을 말한 뒤 자신만의 질문을 하나씩 던지는 것으로 첫 비전 공유 시간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현재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인큐베이팅되고 있습니다.

ⓒPIXABAY

Son’s Book-Letter, 목표는 이렇습니다.

앞으로도 블록체인을 포함한 IT기술, 문화콘텐츠와 그 생태계를 다룬 최신간을 <Son’s Book-Letter> 코너에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엔 저희 재단 소식도 담겨있을 것입니다. 재단의 움직임과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동향이 저의 독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이 서평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다 읽은 책에 한정해 다룹니다. 최신간을 다루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블록체인 업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만큼 지식의 최전선에 서서 팝체인 재단을 이끌고 싶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과도 현장 소식에 더해 새로운 정보와 통찰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결국 상생이 답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팝체인 한국 공식 텔레그램 : https://t.me/popchain_kr

팝체인 글로벌 공식 텔레그램 : https://t.me/popchain_global

팝체인 공식 트위터 : https://twitter.com/POPCHAIN_Globa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