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체인, 힙, 그리고 토킹 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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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ul 4, 2018

[POPstory 1] 손상원 대표의 ‘빅 퀘스천’

손상원 팝체인 재단 대표(가운데 드럼)가 20대 초반 시절, 동료들과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인가.’

동기가 무엇이든,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제안하고 이를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해나가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인 공통점일 것입니다. 인류 역사가 증명해왔듯, 이를 먼저 파악하고 선투자에 나선 이들은 훗날 웃고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늘 이미 모든 것이 완료된 상황에서 한탄만 늘어놓고 있을 것입니다.

손상원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질문

손상원 팝체인 재단 대표는 한 가지 풀리지 않는 물음을 늘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 물음은 그가 가진 결핍이나, 혹은 그가 이루지 못한 꿈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고교 시절 드럼을 쳤습니다. 음악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꿈을 매번 뒤흔들었습니다. 앞서간 선배들, 그러니까 탁월한 드러머들까지 늘 생계를 걱정하는 모습을 지켜봐야했죠. 꿈을 접고 대학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업공학이 그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옷은 아니었지만, 등굣길에 들려오는 음악은 그를 쉬이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슨 운명에 이끌리듯, 힙합 신에 들어가 다시 음악을 시작했죠. 노래하는 동안은 행복했습니다. 물론 무대에서 내려오면 현실은 여지없이 차가웠죠. 동료들이 떠나갔습니다. 당시 같이 활동하면서 울고 웃었던 아티스트들 중 현역으로 남아있는 이는 단 두 명 뿐입니다. 차가워진 경제 여건은 그의 뜨거웠던 심장과 마찰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질문하게 했습니다. “왜 우리는 탁월한 재능을 소유한 아티스트들을 한낱 장사꾼에 머물게 하는 것인가?”

이모젠 힙과 블록체인

이모젠 힙의 절박한 질문

같은 시기, 같은 고민을 하는 아티스트가 지구 반대편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 <엘립스(Ellipse)>를 발표해 그래미 솔로 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이모젠 힙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성공이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돈 탭스콧과의 2015년 9월 인터뷰에서 “내 딸이 음악인이 된다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어 “때문에 우리 창작자들은 음악 콘텐츠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소비자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위 대화는 <블록체인 혁명>(을유문화사, 2017) 제 7장에서 발췌해 수록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그녀 역시 성공 이전엔 고단한 삶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단함의 상당 부분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죠. 같은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첫 레코드 회사를 찾았을 때, 수익의 15%를 배분받았어요. 몇 년 전 찾아간 회사에서는 19%였고요”라고 털어놨습니다. 이모젠 힙이 이 정도라면 인지도 낮은 창작자들은 대체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녀는 “음악 산업이 몹시 파편화돼 있습니다. 서로 구조가 다르다 보니 악몽 같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죠”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 악몽 같은 어려움은 손 대표가 음악의 꿈을 접고 사업에 나선 한국이나, 이모젠 힙이 노래하고 있는 영국이나, 음악 산업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가장 큰 문제점은 물론 음원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이겠지만 그밖에도 프로듀서와 스튜디오, 행사장, 콘서트 투어 주최자와 에이전트와 도매상들이 있습니다. 각국에 존재하는 음악저작권협회도 빠뜨릴 수 없겠네요. 이 숱한 중간 유통 단계마다 수수료가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음악을 만든 근원, 그러니까 창작자의 몫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불현 듯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토킹 헤즈의 가사가 떠오르는군요.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토킹 헤즈의 리드보컬 ‘데이비드 번’

블록체인, 불가피한 해답

손 대표와 이모젠 힙, 두 사람은 불합리한 모델을 타개할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택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과 스마트 계약이 조합한다면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태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죠. 다만 이모젠 힙이 전적으로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봤다면 손 대표는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그들을 존속하게 해주는 소비자와 이 생태계의 운영자들을 모두 껴안았습니다.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한 것이죠.(팝체인 플랫폼의 기본 원리와 운영 구조, 독창성에 대해서는 앞선 (1)~(4)번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조리한 ‘문화 콘텐츠 유통 생태계’가 답답했던 데이비드 번(토킹 헤즈의 리드보컬) 역시 2013년 영국 <가디언>지에 자신의 칼럼을 싣습니다. 제목은 “The Internet Will Suck All Creative Out of the World.” 칼럼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같은 모델은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창작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아티스트들의 창작물을 빨아들일 것 같아 걱정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데이비드 번의 칼럼

데이비드 번의 걱정과, 이모젠 힙의 고민.

팝체인은 그들과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사업을 진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팝체인만의 독창성을 품은 기술이 이를 뒷받침합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4)번째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재단은 팝체인으로 콘텐츠 유통에 혁신을 이룬다면, 그러니까 창작자와 소비자와 운영자 모두가 팝체인 플랫폼 안에서 팝체인캐쉬(PCH)로 문화를 즐기고 나누는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그래서 더 이상 재단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안녕을 고하고 자리를 떠날 것입니다.

우리 재단의 목표는 각 참여자에게 온전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는 플랫폼의 정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재단에 모인 구성원들은 손 대표 뿐만 아니라 위에 설명한 것과 비슷한 결핍과 아픔을 몸으로 느껴본 적 있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크러쉬>와 <로꼬>가 ‘레드앤옐라’의 시너지 힙합 공연에서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팝체인 히스토리’, 그 진격의 서막

팀원들의 고민이 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씩 풀려나가고 있는 현장 소식을 이제부터 이 채널을 통해 차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결국 사람, 기술 그리고 그 둘이 만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관건입니다. 그러니까 ‘팝체인 히스토리’, 줄여서 ‘팝스토리’를 말입니다. 자주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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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체인 글로벌 공식 텔레그램 : https://t.me/popchain_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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