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 이머시브 20기를 마치며

Sunmin
Hello, world?
Published in
7 min readAug 14, 2020

아래의 글은 수료 직후인 2020.08에 작성한 글이며, 취업 후 상환제도의 상환금을 갚아가며 2021.05에 작성한 글을 보시기 위해서는 링크를 눌러주세요.

2월 17일부터 프리코스를 시작하여, 8월 14일에 이머시브 과정이 끝났다.인터뷰를 보고, 합격 메일을 받고, 슬랙 노션 줌 등 코드스테이츠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에 익숙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귀국하고 오래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님’으로 부르는 문화가 영국 생활이 떠오르게도 하고 무척 좋았다.

자바가 자바스크립트의 줄임말인 줄 알았던 나는 한 달 간의 프리코스(내가 수강시에는 AIO라는 호칭을 썼는데 요즘은 Full pre라고 쓰는 것 같다)도 정말 힘들었다. 실력 좋은 동기분들께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그만큼 좌절도 많이 했다.

3월에는 프리코스가 끝나고 이머시브 코스로 넘어갔다. 프리도 버거웠던 나에게 이머시브는 계속해서 극복하지 못할 산처럼 느껴졌다. 특히 data structure sprint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web architecture에서 쏟아지는 개념에 혼란스러웠고, Recast.ly를 하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생활코딩과 벨로퍼트 님의 리액트강의도 다 들으며 시간을 정말 많이 썼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의미했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듣는 것이 현명하고, 코드스테이츠 외의 자료로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에러는 질문을 할 곳도 없다) 한번 꺾인 자신감은 되찾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Recast.ly 이후의 스프린트는 모두 리액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었고, 두현님과 체크인도 진행하고, 승재님과도 긴 슬랙을 주고 받았지만 아쉽게도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었다.
스프린트라는 거센 물결 속에 마냥 떠내려가는 느낌으로 HA까지 보았지만 다시 한 번 승재님과의 긴 대화를 통해 기수 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승재님은 HA 이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이 성장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스프린트를 통해 배운 수많은 개념들이 모래 위에 살포시 얹어져 있는 느낌이어서 살짝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았기에 프로젝트 기간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5월 18일부터 이머시브 19기에서 20기가 되었다.

20기로서의 첫 날은 운 좋게 web architecture에 대해 시작하는 날이었다. 한 번 했던 것이어서 한결 수월했고, 각각의 퍼즐 조각들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1달 사이에 스프린트들이 업그레이드 되어 변경된 것들도 있었고, 한 번 해 봤다고 그 이후의 스프린트들이 절대 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너무 생소하지는 않았기에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나는 프론트보다는 백이 훨씬 더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렇게 Recast.ly가 어려웠던 거였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HA를 치르고, 2주와 4주의 프로젝트, 잡서칭 스프린트까지 거쳐서 수료를 하게 되었다. 특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개발이 왜 재밌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2번의 프로젝트 기회에서 팀장을 맡아 내 아이디어로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점들이 특히 만족스럽다.

바깥세상에서는 코로나가 말썽이어도 나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방 안에서 코드스테이츠와 함께 봄, 여름을 보내는 동안 배운 것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그동안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초반에는 ‘아니 요만큼만 가르쳐주시고 이만큼을 해내라는게 말이 되나?그 비싼 돈을 내는데?’라고 느꼈던 순간이 종종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 같다. (할 시간조차 없었나..?)

  1.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맥북으로 인터넷만 하고, 존재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 입장이기만 했던 내가 무언가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은 참 신기하다. 이러한 과정에 오기까지 수많은 좌절에 휩싸였고, 여전히 계속해서 배워나가야만 하지만 ‘모르면 배워서 하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을 얻은 것이 무척 행복하다.
  2. 나만 알고 있지 않고, 널리 공유한다. + 나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진다.
    이것은 코드스테이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개발 문화가 그러한 것 같다. 처음에는 본인의 사진과 이름을 걸고 엄청난 정보들을 전달하는 기술 블로그들을 보며 놀라웠다. 복사 붙여넣기해서 나만 보는 글을 써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 분들은 왜 이렇게 무료봉사를 하는 것일까 싶어서.
    하지만 이제는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게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 무척 큰 영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계속해서 블로그 글을 남기게 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3. 재미를 찾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재미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코스를 수강하면서 재미를 느끼면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코딩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가 개발에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지속해나가기에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것도.
  4.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1:1질문과 구글링 모두 질문 자체가 질문자와 답변자의 의사소통이므로 내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5.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얼마 전 프리스비의 한 제품 설명에서 ‘서드파티'라는 단어를 보았다. 개발 공부 전에는 분명 그냥 넘겼을 단어인데 이제는 그 뜻을 아니 하이라이트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이건 무척 비약적인 예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world에 Hello를 했다는 사실을 꽤 자주 느끼고 있어서 신기한 시간들이다.
  6. 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코드스테이츠 크루분들 다 정말 너무 너무 멋있고 존경한다. 그리고 동기분들께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7. 우선 시작해보자.
    말이 필요없다. JUST DO IT!
  8. 좋으면 표현하라. + 적극적인 리액션과 의사소통
    사실 이것들은 영국에 있는동안 배운 것인데 코드스테이츠의 과정을 통해 더욱 견고해졌다. 좋으면 마음껏 표현하고, 감사인사를 드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드리고, 도움이 되는 글에는 댓글을 달거나 잘 읽었다는 표시를 남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도 더 행복해지고,좋아하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행복도 맛 볼 수 있다.
  9. 자신감을 가지자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내가 성실하고 당당하게 무언가를 해냈을 때에만 그러한 자신감은 유효했고, 상대방과 대화할 때 그것은 다 드러난다. 이렇게 나에게 자신감이 있을 때 핵심과 멀리 떨어진 부차적인 것들에는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도 있었다.
  10. 다양한 도구의 사용
    코드스테이츠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수강을 하면서 처음 사용해 보기 시작한 도구들은 슬랙, 노션, 피그마, 줌 , 행아웃, 트렐로인 것 같다. (분명 더 있을텐데 기억이 안 난다)
    이 중 특히 노션과 피그마는 이제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 기능이 정말 좋고, UI가 예뻐서 행복하다.
  11. CLI의 편리함
    요즘 들어 부쩍 느끼고 있다. 마우스와 트랙패드를 이동하는 것보다 키보드로 하는게 편한 순간이 많다!
  12. 내 맥북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에어팟으로 구성된 애플 유니버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고 헤어나올 생각 없는 것이 몇 년 되었지만, 개발을 하면서 맥북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해요 맥북! 더불어 외장 모니터를 사용하면서 효율을 위해 매직 트랙패드와 매직 키보드를 구매했는데 이 역시 정말 만족스럽다. 색감의 경우에도 외장모니터와 맥북의 느낌이 아예 달라서 프로젝트 때 작업은 외장모니터로 해도 색감 확인만은 꼭 맥북으로 했다.
  13. 오래 앉아있어도 더 이상 다리가 붓지 않는다.
    코스 초반에는 오래 앉아있다고 다리가 잘 부어서 규칙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야했는데 이제는 몸이 적응했나보다. 물을 많이 먹어서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오래 앉아있는 것에 내성이 생긴 느낌이다. 근데 좋은 점 맞을까…
  14. 다이어트
    살 뺄 생각은 없었는데 코스를 마치고 나니 5kg 감량..!

코드스테이츠는 개발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제대로 발을 담가볼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존재였다.
모든 크루 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현업에서 곧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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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min
Hello, world?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