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을 찾아서

플라톤 ‘향연’

Siwon Choi
Pray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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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씨가 새벽 라디오 DJ를 한다고 한다고 해요. 금요일엔 수다다, 영화는 수다다, 블로그, 빨책에 이어 다시 라디오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오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봤어요. 좋은 영화입니다. 인기가 있어서 스크린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요. 관람객이 50만명 된다나요. 이 정도 관람객이면 상업영화 500만이 부럽지 않은 스코어라고 합니다.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 같은 게그 포인트를 갖고 있어서,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것. 생활 습관이 같은 것. 일요일에 같이 늘어지게 잘 수 있거나 혹은 같이 활동적인 걸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것. 같은 패션 스타일을 갖는 것. 선호하는 메뉴가 같은 것. 그래서 말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것.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 화해하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의 취향에서 부터 나아가 삶의 철학이 같은 것. 그렇게 서로가 닮은 존재.

플라톤의 향연에 따르면 그런게 사랑의 ‘오리진’이라고 합니다. 원래 둘이 합쳐서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가 신의 분노에 의해서 가위로 잘려져 떨어진 나간 자신의 반쪽 존재가 있다고요. 그리고 그 반쪽을 찾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반쪽을 찾게 된다면 큰 축복일꺼에요. 자신과 똑같은 반쪽을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저는 한 때 그런 사람을 꿈꿨음을 고백합니다. 나와 같은 사람. 그래서 더 맞출 것 없는 사람. 하지만 이제 돌이켜 보건데, 그건 저의 나약함이였던거 같아요. 삶의 진정한 축복은 다른데 있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드리고 이해하고 맞춰갈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허락되는 관계가 가장 큰 축복이지 않을까요?

저는 당신이 이동진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전율을 느끼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게 해주고 이해해주면 돼요. 나 역시 당신에게 그리 하겠습니다. 다투었을 때 화해하려고 같이 노력해주면 돼요. 그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돼요.

그러면 언젠가는 당신의 삶의 궤적에서 나를 떼어 놓을 수 없고, 내 삶에서 당신을 떼놓을 수 없을 때가 올꺼에요. 그렇게 서로의 반쪽이 되어 있을 꺼에요.

201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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