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감정의 목록

빨간책방 67회 오프닝 멘트

Siwon Choi
Pray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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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소나기나 폭우 같아서 한순간 속수무책이 되고 맙니다. 또 어떤 때는 안개비 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속절이 없습니다. 다가서고 서성입니다. 뛰어오르고 질주합니다.

설렘과 떨림, 격정과 희열의 뒤에 오는 평화와 충일감, 그 사이에 무료와 권태, 유혹과 매혹, 분노와 참혹이 차례로 오기도 합니다.

어금니를 깨물고 주먹을 쥡니다. 흐느끼고 울부짖습니다.
참회하고 용서하고 혹은 눈감아버리고 그리고 다시 두근거리거나 미워하거나.
인간이 가진 감정의 목록 중에서 거의 모든 걸 실습하게 되는 것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입니다.

거친 격류이든 그윽한 고요이든 내적인 성숙 역시 사랑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일 때가 많죠.

논어에는 ‘애지욕기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랑이라는 건 그를 살게끔 하는 것이다- 라는 뜻이라고 하죠. 나를 좀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내 안에서 꺼내주는 사람. 그렇게 해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

사랑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면 아마도 그런 것이겠죠.

- 이동진의 빨간책방 67회 오프닝 멘트

당신으로 인하여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될 수 있게 될길. 그리고 나로 하여 당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되길.

201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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