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CTO: 첫 번째 행사 운영 회고 —준비

임한솔
프루퍼 블로그
8 min readJun 24, 2024

CTO 분들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듯 하지만 벌써 1회차 with CTO: 날부터 2주일이 지났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원래 “다음 주 월요일에 함께 회고를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CEO님의 제안으로 행사 직후(다음 날 6월 8일) 회고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당시 회고했던 히스토리, 그리고 지금 글을 작성하는 제 느낌을 기반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행사시작 이전까지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 1편, 그리고 만족도 조사를 포함한 행사 진행에 대한 회고 2편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지난 2월 프루퍼 팀은 “데이터 기반의 개발자 성과평가” 라는 방향을 잡고 시작하였습니다. 마냥 흐릿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아이템은 네댓번의 피벗 끝에 “진짜 업무 데이터를 활용하는 성과 측정/평가/관리 통합 솔루션”이라는 지금의 모양을 띄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여러 회사들에 세일즈를 돌고 인터뷰해보며 깨달은 부분으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안고 있는 분들, 그리고 개발자의 성과 평가 및 성장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CEO 도, 실무자도 아닌 CTO였습니다.

그래서 CTO 님들을 만나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지에 대해 여쭤보려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CTO 들을 직접 만날 수 없었는데, 이 사람들은 R&R에 네트워킹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애초에 대외적으로 모이지 않고 업무가 바빠 연락조차도 잘 닿지 않아 1:1로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과 평가라는 도메인을 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CTO들이 공통되게 해 주시던 말씀

CTO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막상 이 글을 쓰고 있는 프루퍼의 CTO인 저만 두고 보더라도 CTO는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전혀 알아낼 곳도 물어볼 곳도 없습니다.

이걸 먼저 해결해주는 자리가 있다면 적어도 이 니즈가 있는 CTO님들은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5월 10일,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5월10일, 구상하자마자 만든 노션 페이지

매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금요일날, CTO 들을 모아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보자. 15명 이상 모아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월간행사로 기획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람들이 마냥 놀러 오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우고 논의할 수 있도록 연사를 초청하고 분위기도 만들어보자.

스스로도 말도 안 되고 무척 어려운 목표임을 알고 있기에 해낼 방법을 물색했으나 우리에게는 모 회사도 없었고 이 분야에서의 영향력도 없었으며 네트워크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만 그러자고 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시작하고 바로 공개해버린 일정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Steven C. Hayes)가 연구한 것으로 공개선언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 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목표를 타인에게 공개하면 그것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을 말하죠.

지금 와서는 우리가 이것을 의도하고 올렸는지, 아니면 마냥 들떠서 올렸었던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1회차를 꽤나 성공적으로 진행한 시점에서 우리의 원동력의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었나 싶습니다(미친 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일단 행사의 구성을 고민하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행사의 모양과 장소를 구상하고 행사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나열했죠. 그리고 참여자를 주위에서 조금씩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앤틀러 코리아의 동료들을 포함하여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는 CTO 분들에게 연락을 했고 10명 가량에게 “프루퍼팀이 행사를 주최하면 와주겠다” 라는 답을 듣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간이 되자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체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냥 무료로 된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장소 대관이 예산의 거의 반을 차지할 것 같네?

행사 한번 하는 데에 뭐 이렇게 디자인할 것들이 많지? 아는 사람들끼리 노는 자리도 아니니 대충할 수도 없고 월간행사로 기획했으니 브랜딩도 들어가야겠네?

이미 행사 날짜를 공표해 놨고, 참여자들도 기다리고 있는데 3주 전인 지금 우리 행사에는 연사가 없구나!

우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행사 운영과 오프라인 준비에 관한 부분은 CEO님이, 디자인과 카피라이팅을 포함한 디자인은 제가, 그리고 팀 내에서 비교적 CTO와 가까운 제가 연사 초청을 도맡아 미친듯이 콜드메일과 메시지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연이 가까운 순서부터 시작하여 적당한 산업경력을 가지셨을 것이며, 적합한 경험들을 해오셨고, CTO 로써 많은 고민과 러닝을 얻어 오셨을 분들로 메시지를 드리고 만났습니다.

그렇게 많은 고심 끝에 연사 제안 드린 분들만 14분, 그 중에서 연락이 닿은 분들은 8분, 만나주신 5분, 그 중에서도 연사 참여의사를 보여주신 분들은 3분, 그 중에서도 1회차에 일정이 되는 분이 바로 단 한 분. 너무나도 고마우신 류석문 상무님이십니다 🙌

연사님을 구하자 근 3주동안 표현 그대로 똥줄 타던 우리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놓였고 이제 진짜 행사진행과 참여자 모집에만 집중하면 되겠다 싶어 졌습니다.

가내수공업으로 준비한 행사

가장 큰 불을 끄고도 산더미같이 남은 일들을 열심히(라고 축약하기엔 아쉬운 뼈 깎는 노력으로) 쳐내었으며 30명의 CTO 님들이 등록해 주셨고, 행사 당일 등록해주신 두 분까지 총 32명의 CTO 님들의 참여등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참여등록 페이지: https://proofer.tech/with-cto/1st

그렇게 행사 당일, 분명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준비에 구멍이 생깁니다.

6월 6일 현충일이 끼어있던 주의 인쇄 일정이 꼬여 배송오류를 포함해 2번에 나눠받은 x-배너와, 다행히 문제없이 받을 수 있었던 사이드 배너는 기간안에 도착하였으나 급하게 이틀 전에 주문해둔 리플렛의 인쇄가 시작도 안 했다는 연락을 당일 오전에 받게 됩니다.

큰일이었습니다. with CTO: 의 리플렛은 정보 뿐만 아니라 “있어빌리티” 의 역할도 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우리의 만족도조사가 이 리플렛에 포함 되어있어 리플렛 없이는 행사를 잘 진행하더라도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이름표 목걸이와 테이블 명패를 인쇄했던 것 처럼 우리가 직접 마분지를 사서 프린터로 뽑아서 재단하자 라는 CEO님의 의견에 잠깐 생각해보고, 단호하게 반대했습니다.

우리가 준비하는 행사의 퀄리티가 이 작은 선택만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인쇄업체의 당일 프린팅을 알아보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의 3배정도의 금액인지라 또 다시 직접 뽑아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마추어 스러운 리플렛이 놓인 서비스 테이블을 상상해보니 더 고민하지 않고 뚝심 있게 프린팅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큰 포부로 당당하게 잡아놓은 당일 일정은 모두 꼬이고 동선은 제멋대로 섞였습니다. 원래 인쇄물을 픽업해서 행사장으로 향하는 효율적인 루트를 계획했으나 부리나케 두명으로 나뉘어 당일 구매한 준비물들과 짐을 행사장으로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과 준비물이 행사장에 모인 것이 오후 5시, 행사 시작은 7시반 우리에게 남은 준비시간은 2시간. ‘그래도 양호하다’, ‘2시간이면 충분하겠다’ 라고 생각하며 저녁을 먹었고 비교적 여유롭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6시 44분. 첫 번째 CTO 님이 방문하십니다.

행사 당일 오후 7시 20분의 풍경

어라? 행사의 사전 네트워킹은 분명 오후 7시반 부터라고 했는데? 왜 7시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지?

7시쯤 맞춰서 준비를 끝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의 실책이었습니다. 무척 부지런하신 우리의 CTO 님들은 행사 시작 무려 30분 전에도 도착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래도 일찍 방문해주신 CTO님 덕분에 우리는 자리배치도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늦지 않게 깨닫고 그 자리에서 후다닥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자리 배치도를 만들기도 했으며,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부탁한 등록 키오스크 안내 또한 여유롭게 오후 7시정도에 오라고 했던 스탭들이 도착하고 열 분정도가 바이패스 한 이후지만 착실하게 안내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와인 오프너를 깜빡해서 행사 중간에 편의점까지 CEO 님이 직접 달려가 사 오시기도 하는 등 당일까지 정말 정신없는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이 힘들고 정신없는 준비과정에도 행사를 즐겨 주시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며 10시가 넘어서까지 즐겁게 대화하시는 CTO 님들을 보니 2회차도 하고싶다 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숨을 좀 돌리면서 “회고 내일 하죠” 라는 CEO 님의 제안으로 회고를 하였고 총 21분이 작성해주신 만족도 조사에는 의미 있는 피드백들과 배움들이 많았고 2회차는 더욱 프로페셔널하고 풍부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반영하고 있습니다.

글 하나로 갈음하려 했으나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을 했다는 소감과 하나의 아티클로 끝내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에 이 다음 글로는 만족도 조사에 대한 내용과 진행에 대한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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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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