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토크노믹스(Toke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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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Jul 22, 2024

여러분은 갈림길에 설 때 어떻게 하시나요? 여행만 해도 목적은 무엇인지, 누구와 언제 어디로 떠날 건지, 어떻게 이동할 건지 등 결정할 것투성이죠. 시간, 돈, 체력과 같은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 만족하려면 여러 길 중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만 해요. 이런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게 바로 토크노믹스예요. 토크노믹스를 알면 내가 속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오늘은 웹3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잡이, 토크노믹스를 다뤄볼게요.

왜 ‘토크노믹스’라고 부를까?

토크노믹스에 앞서 등장한 ‘토큰 경제(Token Economy)’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1972년 미국 심리학자 Burrhus Frederic Skinner(버러스 프레드릭 스키너)가 처음으로 사용한 개념으로, 이때의 토큰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나 구슬 같은 것이에요. Skinner가 대상자에게 특정 행동 A를 했을 때 토큰을 주고, 모은 토큰을 나중에 원하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게 했더니 대상자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전보다 자주 A를 했어요. 토큰이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보상’ 역할을 한 거죠.

선생님이 주는 칭찬스티커를 모아, 귀여운 인형이나 학용품으로 바꿨던 어린 시절의 경험도 토큰 경제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죠. 덕분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 있어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크노믹스에도 이런 보상 개념이 존재해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노드’가 각 데이터를 열심히 검증하고 블록에 기록해야 지속, 성장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 역할을 다한 노드에 보상으로 토큰을 주는 거죠. 토큰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보상도 커질 거예요. 동기부여를 위한 토큰과 토큰이 쓸모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 이게 바로 토크노믹스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왜 ‘토크노미(Tokenomy)’가 아닌, ‘토크노믹스’라고 부를까요? 토크노믹스는 토큰(Token)과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말이에요. 대부분 이코노믹스를 ‘경제학’ 또는 ‘경제 정책’이라고 번역하지만, 여기서는 ‘무역, 산업, 화폐가 체계화된 방식(the way in which trade, industry, or money is organized)’, 즉 ‘경제’에 더 가깝죠. 이코노미가 주로 나라, 지역 사회 등 중앙화된 집단과 연관된 체계로서의 경제를 가리킨다면, 이코노믹스는 커뮤니티 또는 공동체가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을 설명할 때 쓰여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탈중앙성’을 고려했을 때, 토크노미보다는 토크노믹스가 더 가까운 용어라고 할 수 있죠.

토크노믹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제 어떤 것들이 토크노믹스에 속하는지 알아볼게요. 토크노믹스는 크게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나뉘어요. 이를 각각 ‘매크로(macro) 토크노믹스’와 ‘마이크로(micro) 토크노믹스’라고 부르죠.

토크노믹스의 구성요소 — 수요, 공급, 사용성, 분배, 보안. 출처: blockpit

매크로 토크노믹스는 네트워크의 지속과 성장을 위한 체계를 말해요. 암호화폐를 얼만큼 발행하고 어떤 기준으로 분배하는지, 인플레이션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외부 네트워크의 화폐와는 어떻게 연계하고 가치를 산정할 것인지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대표적인 예로는 Bitcoin(비트코인)의 발행량과 반감기가 있어요. Bitcoin은 처음 토크노믹스를 설계할 때 총발행량을 2,100만 BTC로 고정했어요. 약 10분마다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고 보상으로 코인을 발행하는데, 보상은 50BTC에서 시작해 블록 21만 개가 생길 때마다 절반으로 줄어들죠. 유통량이 갑자기 늘어나 가치가 하락하는 사태를 방지하고 지속해서 새로운 블록이 만들어질 수 있게 유도하는 토크노믹스예요.

마이크로 토크노믹스는 개인,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 디앱), 거버넌스 등 개별 주체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체계를 가리켜요. 특정 네트워크나 dApp 이용자가 어떤 토큰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 리워드를 어떻게 분배하는지 등이 있죠. 암호화폐 거래소 Binance(바이낸스)가 발행하는 코인 BNB가 대표적인데요. Binance는 거래 수수료를 BNB로 지불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BNB를 보유한 사람에게만 상장 투표권을 부여해요. 수수료를 할인받거나 새로 상장할 암호화폐를 직접 뽑고 싶다면 BNB를 갖고 있게끔, 수요를 늘리는 토크노믹스라고 할 수 있죠.

블록체인 업계에서 토크노믹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던 2017년에는 특정 dApp이나 게임에서 좁은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관점이나 상황에 따라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를 함께 쓰는 추세예요. 토크노믹스의 의미는 조금씩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기술 발전이나 사례 등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토크노믹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블록체인 생태계의 모두가 함께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암호화폐의 종류와 기능, 발행과 소각, 거버넌스, 트레져리, 유동성, 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 등 토크노믹스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는 각각의 안내서에서 자세히 다뤄볼게요.

토크노믹스가 중요한 이유

토크노믹스는 단순히 토큰뿐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사회, 문화와도 맞물려 있어요. 그래서 꼭 노드를 운영하거나 스마트 컨트랙트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토크노믹스의 일부인 거죠. 투자 목적으로 어떤 코인을 보유한 사람, P&E 게임을 즐기는 사람, dApp을 만드는 사람, 취향에 맞는 NFT를 모으는 사람 등 각자 다른 욕구를 가진 모두가 토크노믹스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요. 토크노믹스가 이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할수록 생태계 구성원의 행복도는 낮아지죠. 토크노믹스는 곧 나의 블록체인 경험을 좌우하는 열쇠예요. 소중한 자산, 즐거운 취미, 탈중앙화 경험 등 무엇을 추구하든 그 바탕이 되죠.

또, 토크노믹스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지속과 성장을 좌우해요. 만약 토크노믹스에 맹점이 있고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어나면 많은 피해자가 생길 거예요. 생태계가 구성원의 노력, 자산,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 새로운 구성원을 모으기 힘들 뿐 아니라 기존 구성원이 위험을 피해 떠나고 말죠. 토크노믹스의 흐름이 어딘가에 고여 순환하지 못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보상과 분배가 충분하지 않을 때, 트랜잭션 발생과 신규 유입이 활발하지 않을 때, 인프라 성장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무를 때, 토큰과 생태계의 가치는 점차 떨어지게 돼요. 한 생태계와 함께 그곳에 터를 잡은 구성원의 성과 또한 무너지는 결과를 불러오죠.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탄탄한 토크노믹스’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규모와 구조가 다양한 토크노믹스. 출처: PancakeSwap, Polymesh

여기까지 토크노믹스가 무엇인지, 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지 정리해봤어요. 토크노믹스를 알고 나니 앞으로 펼쳐질 웹3 여행이 더 즐거울 것 같지 않나요? 지금 내 블록체인 지갑에 있는 토큰의 토크노믹스를 살피거나, 나에게 꼭 맞는 토크노믹스를 가진 생태계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그럼 다음 안내서에서 만나요!

[참고문헌]

  • Sean Au & Tomas Power. (2019). 토크노믹스: 블록체인이 가져올 차세대 비즈니스 경제학 (박재호, 역). 한빛미디어
  • Lorne Lantz & Daniel Cawrey. (2023). 마스터링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생태계 이해 (박장현 & 유동민, 역). 에이콘출판
  • Fouad Sabry. (2024). Token Economy: Unlocking Behavior, a Practical Guide to Token Economies. One Billion Knowledgeable

글. 임현경 — UX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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