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여성 개발자로 일하는 것

Jenny Hong
RayonProtocol
Published in
6 min readJul 31, 2018

지난 7월 5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한국레드햇에서 진행하는 여성 개발자 코딩 경진대회 ‘핑크 코딩 페스트(Pink Coding Fest) 2018’의 현업 개발자 세션에 초청받게 되었습니다. 차기 개발자를 꿈꾸는 여학생 분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기에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FINDA)와 Rayon Protocol 팀의 개발자로 근무하면서, 또한 여성 개발자로서 느낀 점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핀다와 Rayon Protocol의 Jenny Hong 발표 세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저는 행사에 참석한 학생분들과는 조금 달리, 학부 때 경영학을 공부하고 약 5년간 Google, Amazon과 같은 IT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이나 마케팅 등의 비즈니스 쪽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위 환경의 영향과 기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커져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자로 일할 첫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회사상은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스타트업의 특징이라고 생각되었던 점들을 꼽아 보았습니다.

Role flexibility

저는 신입 포지션으로 구직을 했던 만큼 미리 특정 개발 분야로 한정짓기 보다는 일을 해보면서 제게 적합한 분야를 찾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기업들과 면접을 보면서 이는 사실상 스타트업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핀다에서 실제로 일을 해보니 개인의 역량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분위기였고, 저의 경우도 지난 7개월 간 front-end를 담당하다가 얼마 전부터 iOS와 back-end로 담당 분야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업무 분야가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Ownership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점은 개발자라고 해서 단순히 시키는 개발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는 회사의 심장과도 같은 프로덕트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프로덕트의 A부터 Z까지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마케팅이나 세일즈 직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므로 본인이 계속적으로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덕트를 내 자식처럼(?) 여기면서 키우려는 ownership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성’ 개발자로 일하는 것

행사에 참여한 차기 꿈나무 여성 개발자분들 🌱

사실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은 아직까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개발 공부 중에나 현업에서 일을 하면서, 또는 개발 관련 행사나 세미나에서도 여성 분을 만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같은 대표적인 IT 기업에서도 기술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심한 성비가 생긴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이로 인해 생긴 문제점들은 명확합니다.

High entry barrier & low exit barrier

컴퓨터공학을 공부할 때부터 현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기까지, 주위에 항상 자신과 다른 성별의 그룹만 존재한다면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로 본인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어도 학업이나 커리어를 지속하지 않는 여성 분들을 상당수 보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질수록 ‘컴퓨터공학은 남성이 잘하는 분야’라는 사회적 편견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여성 분들의 업계 진입과 업계 내에서의 성장을 점점 어렵게 만듭니다.

Lack of mentorship

어떤 업계에 첫 발을 들이기 전, 또는 업계 내에서 멘토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성 분들의 경우 멘토로 삼을 만한 여성 개발자를 찾지 못하거나, 주위에서 주로 개발자보다는 PM(Product Manager)이 되거나 창업을 하도록 권하기 때문에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실제 면접을 보면서 개발자로 지원했음에도 PM이나 기술영업 포지션을 대신 제안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기술 면접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

사진 출처: 이시스 웽거(Isis Wenger) 블로그

지난 2015년 미국의 한 보안업체는 4명의 직원 사진과 소개 문구를 담은 광고 포스터를 샌프란시스코 지하철에 게재했습니다. 얼마 후 이 광고 사진이 SNS에 올라오게 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사진 속 직원 중 한명이었던 여성 개발자 이시스 웽거(Isis Wenger)가 ‘일반적인 개발자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상한 광고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이시스 웽거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인식을 전환하고자, 여성을 비롯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의 개발자들이 있는지를 알리는 ‘#iLookLikeAnEngineer (#나는_개발자처럼_생겼어요)’라는 캠페인을 트위터 상에서 벌였고, 이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국내외로 IT 업계에 더 많은 여성 인력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왜 굳이 기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을 업계로 끌어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취지는 모든 여성들이 다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기술직에서의 성비를 5:5로 똑같이 맞추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여성 개발자들이 소수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편견과 싸워야 하고, 잠재력 있는 여성 개발자들이 커리어를 포기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 구성원이 보다 다양화된다면, 편견을 없앨 뿐 아니라 특정 그룹마다의 장점을 살려 결과적으로 IT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핀다와 Rayon은 여성 및 여성 개발자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핀다와 Rayon에서 더 많은 여성 개발자가 함께 일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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