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2014 독서목록 108/149 (2014.10.6)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 세계적 건축가와 작은 시골 빵집주인이 나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건축 이야기] —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주 진 도모노리/더숲

일본 사람들의 정서는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있다. 물론 그런 정서의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식 문제이기에 어떤 면은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은 참 묘한 책이다. 책의 설명에서 나온 것처럼 시골의 작은 빵집 주인이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건축가에게 작은 가게와 살림집에 대한 증축을 편지로 의뢰하고, 그 건축가가 흔쾌히 응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로 이루어진 책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길지 않고, 건축과정에서 두 사람이 나눈 소소한 의견들로 책이 채워져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고, 오히려 ‘이게 책의 내용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약간의 부러움이 느껴진다. 첫번째는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워온 요리사가 홋카이도에 있는 맛카리무라라는 곳에서 아주 멋스런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프랑스까지 유학가서 요리를 배워온 쉐프라면 당연히 압구정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곳에서 근사하게 식당을 열어 돈을 많이 벌려고 하거나 유명해지려고 할텐데, 책에서 나온대로 그렇게 맛있는 빵을 구워낼 줄 아는 요리사가 그런 시골에서 시골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 빵을 굽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부러웠다 . 그렇게 살아가도 아이를 키우고, 새로 건물을 지을만큼, 큰 돈은 아니어도 생활할 수 있을만큼 경제 활동이 된다는 사실에서 오는 부러움이다. 얼마전 홍대에서 아주 전통있는 빵집이 결국 문을 닫았다는 뉴스가 생각이 나면서 그 부러움이 더 커진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미 일본에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건축가가 아주 소소한 빵집의 건축의뢰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기자기하게 엮이면서 살맛나는 아담하고 실속있는 건축물을 지어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돈이나 좀 있거나 힘께나 쓰지 않으면 아주 유명한 건축가에게 의뢰하기는 어려운 현실일텐데 말이다. 결국 세상엔 유명하고 힘있는 사람보다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을텐데, 나도 그냥 평벙한 그저그런 사람이라서 그런가 더 정감이 간다.

이 책은 무언가를 배우거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작은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다들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겠고, 나중에 은퇴 후에 작은 집을 시골에 짓고 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아마 마음이 훈훈해 지실걸요?

한줄요약 : “건축은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가?”

★★★★☆


이 시점에서 서두에 언급한 택배로 받은 빵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기본 설계가 끝났을 때 나는 진 도모노리 씨에게 셜계 비용의 절반을 빵으로 받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한결같이 식탐이 많은데 매일 점심을 직접 만들어 먹기 때문에 맛있는 빵이 정기적으로 배달된다면 식사 메뉴가 풍부해져 모두 뛸 듯이 기뻐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진 도모노리 씨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설계 비용의 절반을 빵으로 지불해달라는 따뜻한 마음씨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 선생님 말에 못이기는 척하며 빵으로 지불할께요. 이번 달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블랑제리 진이 나카무라 요시후미 선생님의 사무실이 없어질 때까지 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결국 매달 받게 된 빵 값이 설계비보다 더 나오게 될지 어떨지는 내 사무실의 존망에 달려 있게 된 셈이다. p.6,7

따 뜻한 마음이 이 책 내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암시이다. 사실 처음 만난 사람간에도 얼마든지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이 일단은 친절한 관계 안에서 어느 정도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익숙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