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논쟁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5 min readSep 28, 2015

2015 독서목록 51/139 (2015.6.25)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공부논쟁] — 김대식,김두식/창비

과거에는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식인이라고 불렀다. 인텔리겐챠라고 해서 지식계급으로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으니 지식인이라고 하면 네이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지만 사회지도층인 누구라서 누구를 지도한다는 말인가? 사실 사회지도층이라고 나눈다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사회지도층이라는 용어는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도 당연히 지식인이 필요하고 사회지도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정확하게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권익보다 부와 권력을 잔뜩 거머쥔 사람들의 권익을 지켜줄 사람에게 우리를 이 어려움에서 건져달라고 표를 던지곤 한다.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그와 가족들의 삶에서 숭고한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누군가가 무척이나 필요한 시대이다.

그동안 대학교수라고 하면 집안에 돈이 많고, 학생들에게 매년 비슷비슷한 것들만 가르치고, 자녀들은 시민권자라 유학을 가있고 군대에는 보내지 않으면서 사회적 이권에는 밝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러니 대학교수들이 성추행이나 논문표절등을 했다는 뉴스를 보더라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수 있었고, 당연히 그들에게 큰 희망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꽤 괜찮은 교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사회적 이권보다는 사회적 문제의식에 더 앞서 있고, 사회적 지식인으로서 사명감이 있어보이고, 그것을 나같은 일반인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사람들이다.

내게는 장하준, 장하석교수가 그랬고, 서현교수가 그랬고, 노명우교수가 그랬다. 그리고 이 책을 집필한 김대식, 김두식교수도 그 범주에 포함시켜도 될 것 같다. 이 책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공부논쟁]은 일단 집필 방식부터가 조금 가벼워서 내 성에는 차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교수도 있구나 하는 발견만으로도 내게는 큰 만족을 준다. 우리나라 교육체제와 교수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두뇌들이 어떻게 성장되고 활용되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 옆에서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는 나의 자녀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대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시대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한줄요약 : “우리나라 교육체계, 완전 계급구조 아냐? 당장 바꿔야해!”

★★★★☆

미국은 흑인과 백인을 나누어서 교육하던 분리정책을 철폐할 때 앨라배마주에서 반대하니까 케네디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투입했어요. 진짜 진보라면 옳은 일에 그 정도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행 복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도 일종의 차별입니다. 가난에 대한 차별은 인종차별만큼이나 악질적이에요. 그 님비NIMBY 현상 앞에서, 차별 앞에서, 강남과 목동에 사는 진보 교수들은 왜 조용히 있는 거야! 자기가 잘살고 있으니까 자기 삶을 흔드는 얘기는 하지 않아요. 저는 진보 엘리트들의 그런 면이 싫은 겁니다. 선거 때 진보라고 나오는 사람들에게서 늘 그런 냄새를 맡아요. 저는 그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런 자들을 절대 찍지 않습니다. p.20,21

이미 그들은 진보가 아니다. 진보의 탈을 쓴 보수지.

김두식

1967년 김대식의 동생으로 태어났다. 사고뭉치였던 형과 다른 삶을 살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 검사, 변호사로 일했다. 코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동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헌법의 풍경』을 비롯해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공저) 『다른 길이 있다』 등 국가, 인간, 인권을 다룬 책을 썼다.

김대식

1963년 서울 성북동에서 태어나 사고뭉치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악동 노릇이 지겨워지면서 뒤늦게 공부에 눈을 떴고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AT&T 벨 연구소, 오클라호마주립대를 거쳐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되었고, 『피지컬 리뷰 레터스』 『네이처 포토닉스』 『나노 레터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사이언스』 등 여러 저널에 논문을 기고했다. 젊은과학자상(2003), 서울대 학술연구상(2012), 한국과학상(2014) 등을 수상했으며 국가석학(2005), 미국광학회(OSA) 및 미국물리학회(APS) 펠로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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