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경험

2017 독서목록 62/100 (2017.10.29)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8 min readMay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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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경험: 유발 하라리의 전쟁 문화사] — 유발 하라리/옥당

유발 하라리라는 작가가 어느날 갑자기 [사피엔스]라는 책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 책을 읽고서의 충격은 지금도 머리부터 손끝까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 정도나 되는 책을 쓸수가 있을까요? 그렇게 유발 하라리는 저에게 엄청난 존재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유발 하라리의 [극한의 경험]을 발견하고, 그 책을 빌려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 이제 유발 하라리가 내게 또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만큼 오래가는 것도 없지요. 특히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바꿔주는 감동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알았는데 유발 하라리는 일단 중세의 전쟁사를 전공으로 한 역사학자입니다. 그리고 [극한의 경험]은 우리나라에서 2017년 출간되긴 했지만 [사피엔스] 보다 훨씬 전인 2008년에 저술된 책입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유발 하라리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폭넓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 책은 역사적 관점보다 훨씬 좁고 깊습니다. 일반 독자보다는 특정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서술한 책인 듯 합니다. 그 주제는 바로 전쟁입니다. 그리고 그 전쟁사를 우리가 아는 전쟁의 발발 원인이나, 과정, 그리고 그 전쟁의 결과 등으로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 전쟁에 참가한 개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고 무릎을 탁 치려면, 마침 이런 주제와 색다른 방식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야 합니다. 저한테는 없지만요. 책을 읽고서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감도 약간은 있어지만, 만약 전쟁이라는 주제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역 군인에게는 추천해 주기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군대는 군인이 생각이 많은 것을 싫어할 테니까요. 전쟁이라는 주제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을 스킵해도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도 전쟁이라는 주제가 아주 핫하군요. 누군가는 그 전쟁의 불씨를 꺼뜨릴려고 하고, 누군가는 그 전쟁의 불씨가 꺼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야 그 부분에게 뭐가 더 나은지 명확하게 판단이 되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판단의 문제니 그걸 가지고 뭐가 맞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참 어이없이 생각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제는 예전과 달라서 각 개인이 국제 정세를 판단할 나름의 기준이 있고, 그 판단을 하기 위한 정보들은 말 그대로 넘쳐나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바보인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참 누구를 바보로 아는지 원, 돌아가는 것을 보면 뭐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설명안해도 다 알아먹는데 말이죠.

한줄평 : 유발 하라리가 전쟁 역사학자였구나!
★★★★☆

군인들에게 ‘기계적인’ 올바른 행동 방식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독자적인 ‘주도권’을 모두 없애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었다. 많은 경우 사병은 무기 조준과 관련해 최소한의 주도권도 발휘할 수 없었다. 따라서 18세기 프로이센 군대는 발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조건 조준을 금지했다. 조준이 발사 과정을 지연시키기 때문이었다. 프리드리히 대제 시절 프로이센의 머스킷 소총은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장전이 간단한 쪽으로 계속 개량되었다.
이상적인 군인은 전투가 시작되면 지휘관의 명령과 북소리에 따라 훈련장에서 익힌 일련의 동작을 거쳐 총을 발사할 수 있었다. 주도권을 생각하거나 발휘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기회도 없었다. 프랑스 육군 대원수를 지낸 모리스 드 삭스Maurice de Saxe도 같은 생각에서 대부분의 군인은 장교의 목소리에 의해서만 생명을 얻는 기계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교본이 사병에게 요구하는 핵심은 행군 중이든 정지 중이든 대오를 지키고 (명령 없이) 대오를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인에게 필요한 자질은 ‘침묵, 복종, 비밀엄수, 냉철함, 대담성 그리고 진실성 혹은 충성심’이었다. 지식은 자질로 거론되지 않았다. 군인의 정신이 투명한 물체처럼 상급자의 명령을 아무런 간섭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병관>>에서 플룸 대위는 자신의 모병 원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는 것이 가장 적은 사람이 가장 잘 복종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불변의 법칙이다.”
바람직한 사병은 전쟁기계의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어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집단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신과 개인적인 이익을 희생했다.
훈련 외에도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병사들의 ‘주도권’을 억제했고, 기계적으로 명령에 복종하도록 병사들을 길들였다. 사소한 불복종도 아주 잔혹한 태형으로 처벌했고, 탈영이나 반란처럼 중대한 위법행위는 사형으로 다스렸다. 19세기 초에 소총수 해리스Rifleman Harris가 남긴, 태형은 쳐다보기도 역겹지만 태형이 없으면 영국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는 말이 일반적인 군대 상식이었다. p.190,191

이것이 전 근대적인 군대 문화인데, 우리의 군대는 아직도 이런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듯하여서 늘 군대를 이야기하면 뭔가 어두운 부분이 있다.

라메트리는 전쟁의 고통을 직접 몸으로 겪은 사람이다. 프라이부르크 포위작전 당시 그는 지독한 열병에 시달렸다. 프리드리히 대제는 ‘질병에서 생리학을 배운 철학자’라고 라메트리를 찬미했다. 열에 들뜬 라메트리는 질병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이용해 자기 정신과 육체를 직접 탐구한 끝에 데카르트가 따뜻한 방에서 도달한 결론과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다. 프리드리히 대제는 라메트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고란 기계 조직의 결과에 불과하며, 용수철이 고장 났을 때 형이상학자들이 영혼이라 부르는 그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병에서 회복하는 동안 이런 생각에 빠져 있던 라메트리는 형이상학의 어둠 속으로 경험의 횃불을 과감히 들이밀었다. 그는 해부의 도움을 받아 얇은 이해의 구조를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은 본질이 질료(육체의 물질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그가 찾은 것은 오직 기계론이었다.

라메트리는 대담했다. 그의 환자들이 머스킷 소총의 일제 사격과 포격의 위험을 무릅쓴 동안, 그는 퐁트누아 전투 직후(1745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써 <<영혼의 자연사Historie naturelle de l’ame>>를 발표함으로써 교회와 국가의 분노를 무릅썼다. 그는 예상되는 보복 수위를 낮추기 위해 익명으로 논물을 발표했으며, 영어 논물을 번역한 것처럼 위장했다. 또한 좀 더 안전하도록 당시 프랑스와 전쟁 중이던 네덜란드에서 출간했다.(퐁트누아 전장에서 라메트리의 연대가 맞선 적이 네덜란드 군대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책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논문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저자의 신원이 이내 밝혀졌고, 라메트리는 근위대 군의관 직무를 그만두어야 했다. 가장 신실한 카톨릭 신자인 프랑스 국왕 폐하의 근위대를 이단자 의사가 치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언뜻 보면 그는 후방 군 병원의 병원장에 임명될 정도로 성공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박해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생명의 위협을 느낀 라메트리는 1746년에 네덜란드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라메트리는 굴하지 않고 1747년에 한층 대담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출간한 것이 바로 근대 유물론의 선언이 된 <<인간 기계론 L’homme-machine>>이다. 데카르트나 그리스도교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견해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종종 오해에 시달렸다. 그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파기하는 동시에 정신과 영혼의 존재도 부인했으며, 생각과 느낌이 물질의 작용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가 너무 파격적이어서 관대한 네덜란드 사람들도 참을 수 없었다. 발간된 모든 책을 태워 없애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칼뱅파와 루터파, 카톨릭이 종파를 초월해 손을 맞잡고 라메트리를 박해하는 아주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고, 라메트리는 다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p.211,212

한편으로는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학문이라는 것은 참 다양한 주장들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히브리 대학교에서 중세 역사와 군사 문화를 공부하고 2002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사와 중세사, 군사 역사를 전공한 그는 최근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는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역사에 정의가 있는가?’ ‘역사에 방향이 있는가?’ ‘역사가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나?’ 등 거시사적인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리는 폴론스키 상(Polonsky Prize for Creativity and Originality)’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군사 역사 논문의 탁월함을 인정받아 ‘몬카도 상(Moncado Award)’을 수상했다. 2012년 ‘영 이스라엘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Young Israeli Academy of Sciences)’에 선정되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펴냈으며, 그의 역사 연구와 강의는 책과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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