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2015 독서목록 104/139 (2015.12.4)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일상을 지배하는 교묘한 선택의 함정들] — 노리나 허츠/비즈니스북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다같이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7%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얼마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과격시위가 아니면 국민소득이 3만불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나 일인당 국민소득이 올랐다고 경제가 발전했다거나 국민들이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열매를 골고루 나누지 않으니, 과거보다 성장했어서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편차가 클수록 평균의 함정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법이고, 더해져야 하는 개체의 수가 많을 수록 나와 전체의 괴리는 커지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의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는 우리가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그들이 의도한 바대로 우리가 판단하게끔 틀을 설계하고, 우리들은 아무 생각없이 그 틀 안에서 그들의 의도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책들이 몇 권 있는데, 대표적으로 롤프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들]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내용은 좀 더 사례적이고 깊이있게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전문가들을 믿지 말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갔다.

최근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대부분의 항목들을 수치화해서 측정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문득 걱정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수치화해야 하는 일일까? 수치화하면 정말 발전과 개선이 있을까? 정말 중요한 것 중에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한줄요약 : “정신 똑띡이 차려”

★★★★☆


정치인, 경제학자, 투자자들은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들은 정부나 국가의 실적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지표로 ‘경제 성장’에 지나칠 정도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장 척도는 그 성장이 달성된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나무를 잘라 불쏘시개로 판다면 이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행위가 한 국가의 성공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 열대우림 파괴가 동식물의 서식지에 초래한 문제점을 비롯해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보자. 이런 근시안적 사고는 미래의 경제 비용에 심각할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성장은 이권 할당 방법, 불평등 수준, 성차별, 대중의 불평에 관한 정보를 전혀 알려 주지 않는다. 사실 성장은 한 국가가 실제로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혹은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한 비교적 적은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 예로 러시아에서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시에 기대 수명이 감소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2000년대에 높은 경제 성장을 보였지만 중위 가계소득(median family income, 총 가구 중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은 감소했고 순고용 창출은 제로 수준이었다. 따라서 국무총리, 투자자, 혹은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은 성장률에 집착하는 현상이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뱀은 보지 못하고 호랑이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37,38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률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그것보다 중요한 지표들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숫자를 광적으로 추종하면 때때로 측정할 수 없는 대상마저도 숫자로 나타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한 예로, 와인이 정말 86퍼센트 ‘좋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말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와인 업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와인에 50점에서 10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그래서 와인 제조자들은 그에게 92점 이상 점수를 받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가 매긴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지적한 것처럼 “와인 감정이란 그 어떤 형태의 예술을 품평하는 행위와 똑같이 전적으로 주관적”이다.

숫자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 숫자가 포착하는 것이 무엇이며 말해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명확한 수치에 의존하는 것은 쉽사리 실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물론 건물이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하는 공학 분야나 특정 의약품에 환자가 반응할 가능성을 측정하는 의학 분야와 같이 리스크를 유의미한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이런 접근 방법이 모든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p.45,46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 작성에 사용된 단어가 입사 지원을 인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원자는 ‘외국 고객과 의사소통 담당’ 또는 ‘대규모 부서 관리’라는 점을 중요 사항으로 표시하여 이력서를 3인칭으로 기술했고, 다른 한 지원자는 ‘저는 외국 고객과 의사소통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대규모 부서를 관리했습니다’라는 점을 중요 사항으로 표시하여 이력서를 1인칭으로 기술했다. 그 결과 3인칭으로 이력서를 쓴 지원자가 1인칭으로 쓴 지원자보다 더 믿을만하고 협력 업무에 적합하여 전반적으로 더 경쟁력 있는 후보자로 간주되었다. 두 이력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똑같았지만 평가는 달랐다. p.73,74

이런, 이럴수가…..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최근 실험에서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범죄가 만연한 미국 소재의 가상 도시 ‘애디슨(Addison)에 범죄 퇴치 방법을 추천하게 했다. 두 그룹에게는 애디슨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똑같이 보여 주었다.

5 년 전만 해도 애디슨은 확실히 드러나는 문제가 없는 안전한 도시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5년 동안 애디슨의 방어 체계가 약화되었고 범죄가 들끓었다. 애디슨에서는 매년 1만 건 이상 범죄 건수가 늘어나서 현재는 1년에 5만5,000건이 넘는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시가 조만간 세력을 되찾지 못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두 그룹에게 보여 준 보고서의 첫 문장은 약간 달랐다. 첫 번째 그룹에게 보여 준 보고서는 ‘범죄는 애디슨 시를 피례하게 만든 괴물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 보여 준 보고서는 ‘범죄는 애디슨 시를 피폐하게 만든 바이러스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총 79단어로 이뤄진 글에서 단 한 개의 단어만 달랐다. 하지만 이는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범 죄를 ‘괴물’이라고 한 문장을 읽은 첫 번째 그룹은 경찰관 채용 확대 및 감옥 확충과 같은 ‘체포 및 투옥’ 전략을 제안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았다. 반면 범죄를 ‘바이러스’라고 한 문장을 읽은 두 번째 그룹은 범죄 예방 전략과 교도 및 사회 갱생처럼 ‘교화 및 치유’ 전략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지지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 나이, 성별에 무관하게 나타났다. 나아가 피험자 대다수는 바이러스와 괴물이라는 비유가 자신의 결정을 좌우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부분을 지적할 때 피험자의 단 3퍼센트만이 결정을 좌우한 동인으로 위 비유를 지적했다. p.73,74

꽤나 흥미로운 이론이다. 참고가 될 만하다.

전문가들도 잘못된 판단을 할 때가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잘못된 판단을 말이다. 폭스 박사의 거짓 강연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결과를 위조하거나 날조하는 노골적인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2퍼센트의 과학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전문가와 지극히 평범한 실수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당신은 의사가 6번 중 1번은 오진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 12명 중 1명은 오진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고, 진단이 정확했다면 그중 절반은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년 미국과 캐나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 5만 명이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세무사를 고용할 때보다 직접 소득세를 신고할 때 정확하게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뮤추얼펀드 매니저의 70퍼센트가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독일에서는 소비자들이 전문 투자자문가에게 받은 부적절한 충고(이런 부적절한 충고가 매해 독일 소비자들에게 200~300억 유로에 이르는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매년 전체의 80퍼센트에 이르는 장기 금융 투자가 조기에 종료된다. 크랜필드 대학에서 경영 컨설턴트를 고용했던 회사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들의 3분의 2는 컨설턴트에게 받은 충고가 아무리 좋게 봐도 무용했고 최악의 경우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쳤다고 생각했다.

경제 및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84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직업군이 서로 다른 네 그룹에게 10년 후 세계 경제가 어던 모습일지 예측해 보라고 했다. 각 그룹들은 전 재무부 장관 4명, 다국적기업 회장 4명, 옥스퍼드 대학교 학생 4명, 청소부 4명으로 이루어 졌다. 각 그룹에게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파운드-달러 환율과 관련된 동일한 질문이 주어졌다. 싱가포르의 1인당 GDP가 오스트레일리아의 1인당 GDP를 추월하는 시기를 예측하는 질문도 있었다.

10년이 지난 후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그룹이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답변을 재검토했다. 각 질문에 대해 가장 정확한 답변에 4점, 2등에는 3점, 3등에는 2점, 꼴찌에는 1점을 부과했다. 어떤 그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바로 청소부 그룹이었다. 전 재무부 장관 그룹이 꼴찌였다. 세계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 것도 놀랍지 않다.

장래를 점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들은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이들은 1973년 석유파동, 구소련의 몰락, 9.11 테러, 최근에 일어난 아랍의 봄에 이르기까지 지난 50년 동안 발생한 여러 중대한 사건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문가 284명이 16년 동안 구소련의 미래에서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관해 전망했던 8만 2,000건의 예측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가 맞을 확률은 원숭이가 게시판에 무작위로 핀을 꽂을 확률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의 저자는 “전문가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든,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나 기자나 역사가든, 정책 경험이 있었든, 기밀 정보를 취급했었든, 경험이 많든 적든 간에 사실상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라고 했다.

실제로 ‘원숭이가 전문가를 능가한’ 사례도 있다. <옵저버>(The Observer)에서 주관하는 2012년 투자 대회에서는 전문 투자자 팀과 올랜도라는 이름의 평범한 다갈색 수고양이가 맞붙었다. 각각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 주식 5개를 골라 5,000파운드를 가상으로 투자하면서 시합을 시작했다. 이들은 3개월마다 보유 주식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다른 주식과 거래할 수 있었다.

전문 투자자들은 결정을 내릴 때 전문 지식과 수십 년간의 투자 경험을 이용한 반면, 올랜도는 장난감 쥐를 서로 다른 회사를 의미하는 숫자가 적힌 격자판에 던져 주식을 선택했다. 연말에 전문가들의 포트폴리오 가치는 5,176.60파운드로 투자수익률은 3.5퍼센트였다.그렇다면 올랜도의 성적은 어땠을까? 올랜도의 포트폴리오 가치는 5,542.60파운드로 투자수익률은 거의 11퍼센트에 달했다. 이 결과에 전문 자산관리사 저스틑 어커트-스튜어트는 쾌활하게 웃으면 “위스카스(고양이 사료 제조업체) 캔 뚜껑을 따야겠군요. 올랜도는 재능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이래도 전문가들을 받들어 모실 것인가? p.98~100

허허 이것 참, 세상에 전문가들은 다 어쩌려구.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문가들이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나다. 내가 판단이 올바르지 않으면 않된다. 내가 판단이 올바르도록 항상 사고하고 고민해야 한다.


노리나 허츠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지난 20년간 경제예측 분야에 몸담으며 날카로운 판단력과 식견을 인정받은 지식인이다. 19살의 나이에 런던 대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와튼스쿨에서 MBA를,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허츠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신뢰하는 학자이며 경제와 연관된 외교적 협상이나 중대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전세계 리더들이 가장 신뢰하는 자문위원일 뿐만 아니라 영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옵저버》(The Observer)는 그녀를 “세계를 이끄는 가장 위대한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패스트 컴퍼니 매거진》(Fast Company Magazine)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뽑은 바 있다. 영국 최대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역시 그녀를 “영국 최고의 지식인”으로 평가한다. 
세계화 이후 사회변화에 대해 많은 쟁점을 불러일으켰던 그녀의 저서 《소리 없는 정복》(Silent Takeover)은 전세계 18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TED와 세계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섰고, 세계 각지의 수도에서 글로벌 경제 동향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해 강연을 한다. 현재 BBC와 CNN을 포함한 많은 방송 매체에 출연하여 논평을 하고 있다.
다위센베르흐 금융전문대학원과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에서 글로벌 전략 부문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국제 비즈니스 경영센터의 부소장으로 있다.
공식 홈페이지 http://www.noreena.com | 트위터 @noreenaher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