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거야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6 min readSep 30, 2015

2015 독서목록 54/139 (2015.7.5)

[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거야] — 김해영/쌤앤파커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출간되는 책이 대략 사만여권이 된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일년간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2~300권 정도일 테니, 그 책을 다 읽혀지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그 중에 얼마가 정말 들을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자신의 대단한 인생을 드러내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런 대단한 인생의 이야기를 나는 듣고 싶지 않다. 그 대단한 인생이 그에게 주어진 좋은 환경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의 이야기가, 그의 인생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끔 할 때도 있다.

누군가의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언제일까? 그것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아마도 정말 어렵고 힘든 환경임에도 그의 의지와 행동이 우리에게 감동을 일으킬만한 것을 남긴 사람의 인생이라면 정말 우리에게 아름답다고 느끼게 할 것이다. 이 책 [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거야]의 저자 김해영 본부장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엄청난 장애에 학대당한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본인의 인생을 잘 일으킨 것을 넘어서,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으로도 일반인을 뛰어넘는 의지와 행동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책의 내용이 크게 와닿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살아온 인생이 주는 감동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깊이 다가온 책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낼 수 있는 책이니 만큼 모두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렇게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누군가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테고, 또다시 우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가는 환경에서도, 나도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을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 오염시키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정화시키기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닌가?

한줄요약 : “김해영 본부장, 참 아름다운 사람”

★★★★☆

어떤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겪은 고통의 크기가 내가 누리는 자유의 크기다.”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의 폭도 무척이나 넓어졌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마음껏 이해할 수 있는 자유’의 폭이요. p.42,43

그래 정말 인생의 고통은 지나고 나면 축복이다. 물론 그 시기에는 너무도 아프지만 말이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새집이 허술하지 않습니다. 모양이 아주 야무집니다. 도대체 새들이 집 하나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낡은 새집 하나가 나무 주변에 떨어져 있더군요. 얼마나 심심했던지(!) 그날따라 저는 생전 안 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그 새집을 하나하나 분해하기 시작했던 거죠. 도대체 저 조그만 새들이 몇 개의 풀을 실어 날랐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하나, 둘, 셋… 100개, 200개, 300개,,, 1,000개 그리고 2,000개, 2,000개를 뽑아내고 나서야 새집의 절반 정도가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림잡아 풀 4,000개에서 5,000개 정도가 재료로 쓰였다는 얘기죠. 이 집을 짓기 위해 저 작은 새가 왕복 4,000번 이상의 고단한 노동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게다가 대충대충 얼기설기 지은 집이 아니더군요. 풀들이 격자 모양으로 정교하게 맞물려져 있어 웬만한 바람이나 비에도 끄떡없을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새 집 안은 가늘고 부드러운 풀로, 바깥쪽으로 갈수록 두껍고 거친 풀로 마감이 돼 있었습니다. 집의 각 부분마다 필요한 풀의 종류와 길이를 세미랗게 계산했다는 얘기지요.

덕분에 새집을 절반 정도 분해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한 번에 단 하나의 풀만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야무지게 지었기 때문이죠. 그걸 보면서 저는 새에 대한 경외감을 가졌습니다. 누가 감히 머리 나쁜 사람을 새에 비유할 수 있을까, 저 작은 새들도 이토록 영특하거늘…

그 때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내가 단지 알지 못했을 뿐, 뭇 생명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을요, 미생물도, 동식물도 그리고 인간도, 어쩌면 우리 몸속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DNA가 있는지 모릅니다. p.90,91

다른 자기계발서에는 듣도 보도 못할 절절함이다. 헐 대박이다.

김해영

前 아프리카 보츠와나 굿 호프 직업학교 교장 , 現 남부아시아 부탄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 팀장이다. 134센티미터의 작은 키, 척추장애를 딛고 세계를 누비며 낙후한 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제사회복지사. 가난한 집안 5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월급 3만원에 남의집살이를 했다. 평생 같은 모습으로 살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그녀는 직업훈련원에 편지를 보내서 옷감을 짜는 편물과 입학을 허락 받았다. 절실한 마음으로 편물 기술을 익혔고 하루 14시간씩 일했다. 1985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는 기계편물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여 명실공히 이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 이후 일본의 편물회사 한국지부에 취직하여 능력 있고 성실한 회사원으로 순탄한 생활을 이어갔다.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푹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후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삶의 모습은 눈앞의 이득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용기, 비전’을 가지고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사회봉사에 눈을 돌렸고 199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신설된 ‘굿 호프 직업학교’ 편물교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기반이 취약하던 편물 학교는 4년 뒤에 폐교 위기에 처했지만, 그녀는 보츠와나 사람들과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학교를 살려냈다.
2003년 12월, 기나긴 14년 동안의 아프리카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익힌 사회복지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여 봉사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2010년 5월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제 그녀는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제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부아시아의 부탄에 직업학교를 설립하여 편물 기술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 열정을 나눠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직업학교를 토대로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 사회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 순간마다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그녀는 자신의 삶을 ‘학취개진(學就開進)의 삶’이라고 말한다. ‘배움으로서 어려움을 이기고, 배움으로서 꿈을 찾고, 배움으로서 비전을 세우며, 배움으로서 삶을 나눈다’는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나눔과 봉사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2012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2년 KBS 감동대상 희망상’을 수상했고, 2012년 환경재단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들’에 선정 됐다. 현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본부 본부장(케냐 주재)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숨지 마, 네 인생이잖아』, 『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거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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