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 철학카페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9 min readNov 5, 2017

2017 독서목록 39/109 (2017.6.29)

[도서관 옆 철학카페: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 — 어크로스/안광복

표지도 수수하니 좋군…

잠이 잘 안오는 밤,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며 몸을 뒤척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는데 그 와중에 정말 한심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려오고 얼굴이 벌게지는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왔을까 하는 회환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더 한심스러운 건 50여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실수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 완벽한 멘토가 있어서, 그 사람이 중요한 때마다 삶을 지침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교회도 가고, 절에도 가고, 점을 보러 다니고 사주를 보면서 앞으로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삶의 순간이 잘 되어가기를 바라는 것인가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순간 순간 요구되는 선택을 어떤한 가치관을 가지고 결정하는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어떻에 인식하고 있고,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의 묶음들이 바로 인생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제대로된 가치관과 세계관의 정립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생겨나는 청소년의 시기에는 특히 그럴 것입니다. [도서관 옆 철학카페]의 저자 안광복씨는 철학 박사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청소년에게 철학을 소개하기에 딱 적당합니다. 철학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철학자들의 단편적인 부분만 소개된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철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독자를 철학이라는 세계로 인도하기에는 적당한 책입니다. 이 책은 부모들이 먼저 읽고 중,고등학생 정도되는 자녀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상징되는 황금만능주의 가치관에 물들어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금수저가 황금만능주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흙수저가 황금만능주의로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왜냐하면 황금만능주의는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것을 막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시스템에서는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병우나 조윤선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청소년기에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학창시절에는 정말 천재급으로 미래가 촉망받았었을 텐데 그들이 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어떠했을까요?

한줄요약 : “다양한 철학자들에 대한 쉬운 소개”
★★★☆☆

사람은 누구나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 나아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서 자존심을 세우려 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은 최우등상을 놓쳤을 때 죽을 만큼 괴로워한다. 반면, 반에서 꼴찌인 아이는 성적에 ‘쿨’한 척하곤 한다. 만약 그 아이가 외모에 관심이 많다면, 얼굴에 난 여드름에 더 자존심 상해할지 모른다. 적어도 외모에서는 자기가 우수한 편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마찬가지로 축구를 잘하는 학생은 축구에, 사람을 잘 사귀는 아이는 인간관계에서 자존심을 세운다. p.54

그렇지. 그래서 사람마다 자기가 잘 한다고 믿는 분야가 많을수록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19세기 영국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노동 강도가 무척 높았음에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았나 보다. 당시, 일은 방탕한 생활을 막는 ‘도덕 처방전’처럼 여겨졌다. “일이 어른들에겐 술을 덜 먹게 하고, 아이들에겐 못된 장난을 덜 하게 만들어준다.
하긴, 이런 논리는 우리에게 ‘강제 야자’ 주장과 별다르지 않다. 야간 자율학습 없이 학생들을 풀어준다면, 대부분은 저녁 시간을 하릴없이 날려버릴 것이다. 몇몇은 아예 나쁜 무리에 섞여 탈선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강제로라도 학교에 잡아 놓고 공부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강제 야간 자율학습의 논리는 직장 생활에도 그래도 이어진다. “가난뱅이들이 휴일에 뭘 한다는 거지? 그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 어떤 공작부인이 러셀에게 했던 말이다. 그녀는 근로자를 위한 공휴일이 정해지자 분을 못 참고 이렇게 내뱉었단다. p.112,113

지금도 같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멀엇다.

놀이라고 해서 다 즐겁지는 않다. 노는 데도 궁합이 있다. 프랑스 사상가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를 네 가지로 나눈다. 먼저,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있다. 이를 카이와는 ‘아곤(agon)’이라 부른다. 권투, 축구, 골프같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가 여기에 들겠다.
순전히 운(運)에 의지하는 놀이도 있다. 제비뽑기, 주사위 던지기 등등이다. 여기에 카이와는 ‘알레아(alea)’라는 이름을 붙인다. 반면 승패가 없는 놀이도 있다. 소꿉놀이같이 사람들 각각이 역할을 맡고, 이에 걸맞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들이다. 카이와는 이런 놀이들을 ‘흉내”라는 뜻의 낱말인 ‘미미크리(mimicry)’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일링크스(ilinx)’가 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짜릿한 기분을 맛보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놀이들이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일링크스의 일종일 듯싶다. 알코올을 통해 일상과 다른 흥분이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기 때문이다. 일링크스는 스릴이나 아찔함을 통해 쾌감을 얻는 놀이를 일컫는다.
아곤, 알레아, 미미크리, 일링크스, 이 넷 중에서 어떤 놀이에 마음이 끌리는가? 이는 순전히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놀이 종류가 서로 다를 때, 이는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치열한 노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아곤을 좋아하는 이들은 순전히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알레아가 마뜩치 않다.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바라다니,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가! 알레아를 즐기는 사람들 또한 아곤이 마땅치 않다. 억지로 운명을 바구려 하다니, 왜 야료를 부려 승리를 얻으려 하는가! p.135~137

아, 그렇구나.

문제는 대학의 이런 모습에 손가락질할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폴 우드러프가 말하는 ‘아이아스 딜레마(Ajax Dilemma)’를 들어보자.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명장(名將)이다. 그는 용감하고 우직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꾀발랐다. 그는 번지르르한 말과 번뜩이는 전략으로 적군을 당황시켰다. 트로이를 멸망시킨 목마를 생각해낸 이도 오디세우스였다.
아킬레우스가 발목에 화살을 맞고 죽자, 그의 갑옷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가장 뛰어난 군인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같았다. 그런데 누가 가장 우수한 군인일까?
아이아스는 늘 병사들의 모범으로 칭찬받았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아스에게 갑옷을 주어야 옳다. 병사들은 아이아스처럼 성실하면 누구나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을 갖게 될 테다.
그러나 그리스군으로서는 오디세우스가 더 소중하다. 아이아스는 같은 군인은 많다. 설사 그가 죽더라도, 그 자리는 다른 병사가 채워주면 그만이다. 오디세우스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뛰어난 머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오디세우스는 우리 편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그리스군 사령관 아가멤논은 ‘공정한 절차’를 앞세웠다. 전통에 따라,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평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했다. 그리고 누가 갑옷을 받아야 할지는 투표에 붙였다.
그 결과는 오디세우스의 승리였다. 아이아스는 눈이 뒤집혔다. 흥분한 그는 소리를 질러댔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단 말인가? 나의 성실함 덕에 그대들이 목숨을 구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왜 별다른 노력을 안 보였던 오디세우스에게 상을 주었는가?
사람들은 난감해했다. 사실, 오디세우스에게 갑옷을 주자는 판단을 옳았다. 그가 실망해서 떠나버리면 전쟁 판세가 기울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아스의 불만도 무시하기 힘들다. 아이아스는 병사들 대부분을 대표하기도 했다. 꾸준하고 정직하게 노력한 병사가 보상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열심히 싸우려 하겠는가?
아이아스의 문제는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아스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사회에는 오디세우스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다. 이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주지 않을 때, 그들은 자신의 뛰어남을 굳이 펼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불만을 느껴서 우리 사회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만 챙길 수도 없다. 평범하고 성실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풀 우드러프가 말하는 ‘아이아스 딜레마’는 이런 상황을 말한다. p.230~232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안광복

철학박사, 현 중동고 철학교사.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철학자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지만, 불안한 미래가 두려워 교사가 되었고 1996년부터 중동고 철학교사로 고등학생들에게 철학과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 고민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철학의 진리나무』,『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청소년을 위한 철학자 이야기』가 있고, 연구물로는『플라톤 ‘소피스트’의 비존재 논의 고찰』,『교양과목으로서의 논리학 개선 방안 연구』,『논술형 평가의 실제』,『통합 교과적 독서 교육 방안 연구』『열일곱 살을 위한 인생론』등이 있다. 또한 청소년 철학과 비판적 사고에 관한 글을 여기저기에 쓰고 있다.

『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은 2,000여 년에 걸친 철학의 주요 장면을 세계사와 함께 읽어나가는 기회가 된다.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인 철학의 기능을 재발견하고 플라톤의 이상 국가와 춘추 전국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과 마르크스의 시대를 거쳐, 니체의 초인 사상과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에 이르기까지, 2천여 년에 걸친 철학의 주요 장면을 세계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 그림과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여 역사적 배경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각 장의 말미에 별도의 코너를 배치하여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철학자의 생애와 에피소드 등을 실어 두어 독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feat.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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