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Yoon, Kyho
Reading, Thinking & Sharing Bookers
16 min readNov 9, 2016

2016 독서목록 61/120 (2016.9.10)

[마음의 미래 The Future of the Mind] — 미치오 카쿠/김영사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구글에서 만든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장안의 화제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알파고가 어디에 있는 고등학교인지를 궁금해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는데, 솔직히 나도 처음에 다들 알파고, 알파고 하길래 그게 무슨 바둑 전문 고등학교인 줄 알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전에는 시스템에 빅데이터라는 용어를 넣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스럽게 보이게 하는 게 인기다. 그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구글에서는 무인자동차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인자동차가 보행자를 피하면 운전자가 다치고, 피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다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터미네이터’가 생각난다. 혹시 우리가 열지 말아야 판도라의 상자를 열러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론 물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 미치오 카쿠가 쓴 [마음이 미래]를 읽으면, 인공지능이 개발된다고 해도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치오 카쿠는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두뇌를 분석하고 인류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여 두뇌와 결합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인간의 두뇌가 컴퓨터의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인간의 두뇌를 따라오기는 어렵다는 부분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읽다가 책의 후반부로 가서 기술적으로 다른 사람의 두뇌를 조정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만나게 되면서 당혹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미래에 발전하게 될 기술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운 견해를 보여주었다. 책이 다소 두껍고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읽어낼 만하며, 또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참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적인 석학의 견해를 알게 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 견해가 내가 관심있는 분야라면 흥미를 넘어서는, 유익한 경험이 된다. 독서는 참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다. 오늘 또 이렇게 책을 읽는 의미를 새삼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한줄평 : “다소 어렵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인간의 마음, 그리고 그 인간의 미래”

★★★★☆

이런 ‘암흑기dark age’가 수천 년 동안 계속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두뇌의 질량은 약 1.4kg밖에 안 되지만, 적어도 태양계 안에서는 그 구조가 가장 복잡한 물체이다(태양계 밖에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어서 장담하기 어렵다). 사람 몸무게의 2%에 불과한 이 장기는 식욕이 엄청나서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20%를 소모하며(갓 태어난 아이의 두뇌는 총 에너지의 65%를 소모한다), 유전자의 80%가 두뇌에 할당되어 있다. 인간의 두뇌에는 거의 1천억 개에 달하는 뉴런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고,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P.15

태양계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라니, 대박!

이제 과학자들은 MRI를 이용하여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도 있다.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후 컴퓨터와 연결하면, 환자는 오직 생각만으로 웹서핑을 하고, 이메일을 읽거나 쓸 수 있으며, 휠체어와 각종 전기제품을 제어하고, 몸에 부착된 인공팔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마비 환자도 일반인과 똑같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은 더 나아가 두뇌와 외골격(exoskeieton: 사람의 팔과 다리 등 골격구조의 관절동작을 똑같이 구현하도록 고안한 장치)을 직접 연결하여 마비된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사지마비 환자가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삶을 누리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외골격의 기능을 향상하면 위기 상황에서 초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우주인이 자신의 거실 소파에 편안히 앉아서 생각만으로 서로게이트(surrogate: 대리인, 대행자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이나 기계장치를 의미함)를 조종하여 외계행성을 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황 <매트릭스The Matrix>에서처럼, 언젠가는 컴퓨터를 통해 특정 기억이나 기술을 사람의 뇌에 다운로도하게 될 것이다. 동물의 두뇌에 칩을 삽입하여 특정한 생각을 유발하는 실험은 이미 성공단계에 와있다. 사람의 뇌에 인공기억을 주입하여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환상적인 장소에서 휴가를 즐기거나 새로운 취미를 익히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인부와 과학자의 머릿속에 기술이나 지식을 다운로드하게 되면 인력수급이 자유로워질 것이므로 세계경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게다가 이 기억은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전기신호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전 세계 모든 사람과 교환하는 ‘마음의 인터넷Internet of the mind’이나 ‘브레인넷brain-net’ 등이 대세로 떠오를지 모른다. 심지어 꿈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실시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브레인메일brain-mail’이 등장할 수도 있다. P.19,20

조금 섬찟하다. 정말 이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이 생활에 반영되기에는 일반인이 적응할 시간이 좀 있겠지.

사실 모든 세포는 투명하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세포 수십억 개가 모여서 두뇌와 같은 장기를 이루면 지질(脂質, Lipid, 지방, 기름, 밀랍 등 물에 녹지 않고 유기용매에 녹는 생체구성물질)이 추가되어 투명성을 잃게 된다. P.55

아, 그런거구나.

뇌과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새로운 두뇌모형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기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최초의 두뇌모형은 아마도 ‘호문쿨루스(homumculus: 뇌 난쟁이)’일 것이다. 호문쿨루스란 “뇌 속에 살면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작은 인간을 뜻하는데, 인간의 몸 안에 인간이 또 있으면 그 작은 인간의 뇌를 또 문제 삼아야 하므로, 뇌과학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P.58

호문쿨루스라, 또 하나 배우고 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하나이며, 정보를 매끄럽게 처리하여 나름대로 타당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스캔을 통해 나타난 영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과는 완전 딴판이다.

MIT 교수이자 인공지능 창시자의 한 사람인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언젠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했다. “한 개인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음의 집합체에 가깝다. 마음에는 다양한 하부구조가 존재하며, 각 구조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내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와 인터뷰하면서 “이 복잡한 체계 안에서 어떻게 생각이 탄생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의식이란 뇌 안에서 휘몰아치는 폭풍과 비슷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가 두뇌의 통제실에 앉아 모든 장면을 스캔하면서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낟. 그러나 이 모든 느낌은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의식은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사건의 소용돌이이며, 이 사건들은 CEO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자신의 존재를 가장 큰 소리로 외치면, 두뇌는 거기에 합리적인 해석을 내림과 동시에 ‘하나의 자아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P.63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격언이다.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일단 보기만 하면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은 사실 환영幻影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여행하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마주쳤을 때 ‘매끄러우면서 한 편의 영화 같은 파노라마’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시계(視界field of vision)에는 시긴경이 연결되지 않은 부위가 있어서,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점이 곳곳에 찍힌 이상한 풍경이다. 이것을 두뇌가 수정하여 매끄러운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 중 일부는 잠재의식의 보정작업을 거쳐 조작된 것이다.

우리는 시야의 중심, 즉 중심와(中心窩fovea)에 맺힌 영상만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 주변에 맺힌 영상은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처럼 흐릿하다. 이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사실 중심와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좁은 중심와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려면 눈동자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눈동자가 좁은 폭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도약운동saccade’이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 자신의 시야가 또렷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P.65

캘리포니아공괴대학 교수인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 박사는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아냈다(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사실은 신경과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켯고, 좌뇌와 우뇌의 분리된 기능을 설명하는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되었다(이 무렵에 출간된 자기계발서 대부분은 “좌뇌와 우뇌를 적절한 분야에 활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곧 언급하겠지만 좌-우뇌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 교묘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에 따라 한쪽 뇌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67

그러나 이 와중에도 두뇌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항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 박사가 처음 제안했던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다. 복잡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도와 감정, 계획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존확률이 훨씬 높다. 마음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동맹을 맺고, 적을 고립시키고, 친분을 돈독히 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래야 자신의 영향력과 생존확률이 높아지고 좋은 짝을 찾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중에는 ‘마음이론에 통달하려는 욕구가 두뇌의 진화를 촉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p.92,93

요즘 텔레파시는 전 세계 대학에서 중요한 연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최첨단 센서를 이용하여 사람의 뇌 속에 떠오른 단어와 영상 그리고 생각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의사소통할 수 없는 환자들도 거의 정상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눈을 깜빡이는 행위만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텔레파시는 인간이 컴퓨터를 비롯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최근 들어 IBM의 과학자들은 향후 5년 사이에 일어날 혁명적 변화 5가지를 예견하는 ‘Next 5 in 5 Forecast’ 모임에서 “앞으로 마우스와 음성입력장치가 사라지고, 사람과 컴퓨터는 정신적으로 교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생각만으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신용카드대금을 내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지인들과 약속을 잡고, 아름다운 교향곡과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텔레파시의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지금 컴퓨터 전문가들과 교육자, 비디오게임 회사와 뮤직 스튜디오, 심지어는 미국 국방성까지 이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p.106

그 이유는 대충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아인슈타인은 ‘사고실험thinking experiment’을 하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는 실험물리학자가 아니라 이론물리학자였기 때문에, 머릿속에서는 항상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머리속이 곧 실험실이었던 셈이다.

둘째, 아인슈타인은 한 가지 사고실험으로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으며,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 그는 16세 때부터 빛의 특성에 관심을 두었는데, 특히 “빛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거의 10년 동안 파고든 끝에 특수 상대성이론을 탄생시켰다. 나중에 물리학자들은 별의 비밀을 밝히고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특수상대성이론 덕분이었다. 그 후 26세부터 36세까지는 중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이로부터 블랙 홀의 개념과 빅뱅이론이 탄생했다. 그리고 36세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물리학의 모든 법칙을 하나로 통일하는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ing에 몰입했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10년 이상 고민하면서 평생을 보냈으니, 그의 집중력을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셋째, 그의 성격도 천재성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보헤미안처럼 자유분방한 사고의 소유자였기에, 이미 정립된 물리학 이론에 반기를 드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년 넘게 물리학의 왕좌를 지켜왔던 뉴턴의 고전물리학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넷째, 아이슈타인은 매우 적절한 시기에 태어났다. 그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905년은 빛과 관련된 의외의 실험결과 때문에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심각한 위협을 받던 시기였다. 예를 들어 새로 발견된 라듐Ra이라는 원소는 마치 공기 중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했는데, 기존 에너지보존의 법칙으로는 이 신기한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바로 이 무렵에 특수상대성이론의 E=mc2가 등장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니, 아인슈타인은 시기를 잘 맞춰 태어난 셈이다. 만일 누군가가 아인슈타인의 뇌세포를 이용하여 똑같은 복제인간은 만들어낸다 해도, 그는 절대 ‘차세대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천재가 빛을 발하려면 시대적 상황이 그에 걸맞게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천재가 두각을 나타내려면 타고난 정신적 능력과 함께 위대한 업적을 이루겠다는 열정을 겸비해야 한다. 나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사고실험을 통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탁월한 능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창안한 새로운 물리학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는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에게 상상력은 지식의 경계를 넘어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p.212,213

역사상 가장 유명한 꿈은 아마도 서기 312년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일생일대의 전쟁을 치르면서 꿨던 꿈일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아군보다 두 배나 많은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자신이 내일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 꿈에 한 천사가 커다란 십자가와 함께 나타나 “이 십자가 안에서 너는 승리할 것”이라는 계시를 준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일어나라마자 군단 깃발의 휘장에 십자가를 그려 넣으라고 명령했다.

역사책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그는 이날 대승을 거둔 후 로마제국을 다스리는 유일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승리를 미리 알려준 십자가와 그것을 숭배하는 기독교도들에 보답하기로 결심했다. 로마제국의 이전 황제들은 기독교도들을 콜로세움에서 사자 밥으로 던져주는 등 수백 년 동안 기독교를 탄압해왔으나, 콘스탄티누스는 그 악연의 사실을 끊고 싶었다. 그리하여 서기 313년, 그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이 기독교를 정식 종교를 받아들인 것이다. p.267,268

홉슨 박사는 나와 인터부를 하면서 꿈의 다섯 가지 특성을 들려주었다.

  1. 강렬한 감정 :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두려움과 같이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2. 비논리적 내용 : 꿈은 논리와 상관없이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빠르게 변한다.
  3. 또렷한 감각 : 꿈을 꾸는 동안에는 내부에서 생성된 거짓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4. 비평 없는 수용 : 우리는 꿈에서 일어나는 비논리적 사건을을 아무런 비평 없이 받아들인다.
  5. 기억하기 어려움 : 대부분 꿈은 잠에서 깨어난 후 몇 분 이내에 잊혀진다. p.275

지금 인공지능은 적어도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형태인식pattern recognition과 상식common sense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은 오만 가지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형태인식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능력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로봇은 컵이나 공처럼 단순한 물건을 간신히 인식하는 수준이다. 로봇의 눈은 사람보다 훨씬 자세히 볼 수 있지만, 로봇의 두뇌는 자신이 보는 물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로봇을 분주한 거리 한복판에 갖다놓으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가 곧 길을 잃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형태인식(물체의 특성 판단하기)은 과거에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진도가 느리게 나가고 있다.

로봇이 방안을 돌아다니면서 장애물을 피하려면 눈앞에 나타난 물체의 형태부터 인식해야 한다. 로봇은 모든 물체를 픽셀과 직선, 원, 삼각형, 사각형 등으로 인식한 후, 메모리에 저장된 수천 개의 이미지와 비교하여 가장 비슷한 후보를 찾는다. 예를 들어 눈앞에 있는 의자는 수많은 점과 선의 집합으로 보일 뿐, 그것이 의자임을 알아차리려면 엄청난 양의 연산을 거쳐야 한다. 다행히 데이터베이스에 ‘의자’라는 객체가 들어 있어서 인식에 성공했다 해도, 의자를 조금 돌려놓거나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지면 로봇은 다시 혼란스러워지면서 모든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물체의 방향이나 거리가 아무리 달라져도 인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람도 로봇처럼 수조 회의 연산을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완전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봇에게는 ‘상식’이라는 것이 없다. 로봇은 물리적 세계와 생물학적 세계에서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날씨가 눅눅하면 불쾌하다”거나, “어머니는 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만, 이 사실을 증명할 만한 방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정보를 수학적 논리로 변환하는 연구를 계속해왔고, 최근 들어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4살짜리 아이도 알 만한 상식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려면 그 내용이 거의 수천만 줄에 달한다. 2백여 년 전에 살다 간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는 이런 사태를 예견이나 한 듯, “상식은 별로 상식적이지 않다Common sense is not so common”고 했다. P.341,342

미치오 카쿠 Michio Kaku

현재 뉴욕 시립대학교 헨리 시마트(Henry Semat) 석좌 교수인 미치오 카쿠는 끈이론, 우주론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이다. 또한 숨가쁜 변혁을 겪고 있는 현대 우주를 거대한 지식과 빛나는 통찰력, 번뜩이는 논증으로 밝힌 『평행우주』를 집필한 저명한 과학 저술가이다. 그 외에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비전』과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초공간』등 출간하는 책마다 과학사를 빛낼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본계 미국인으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를 숨마쿰라데(최우수등급)로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제라디오 과학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나이트라인], [60분], [굿모닝 아메리카], [래리 킹 라이브]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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